지금 한국 창조과학회에서는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제거하고 대신 창조론을 교육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과학교육보다 종교교육, 그것도 기독교에 국한된 종교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그들의 시도가 성공해서 교과서에 진화론 대신 창조론이 올라간다면 어떤 일이 생갈까요?
다음 연대기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연도 | 미국 | 소련 |
1925 | 원숭이재판 |
|
1957.10.4 |
|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 |
1957.11.3 |
| 스푸트니크 2호 발사 성공 |
1957.12.6 | 뱅가드 발사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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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1.3 | 익스플로러 1호 발사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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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4.12 |
| 최초 우주인(유리 가가린) |
1961.5.5 | 최초 우주인(알렌 셰퍼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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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 진화론 교육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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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 | 최초 달착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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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 |
| 달탐사계획 폐기 |
1. 원숭이재판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유럽 청교도들이 이주해 세운 나라입니다. 그때문에 종교색은 유럽보다도 훨씬 짙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은 현재 미국도 기독교국가로 착각할 정도로 말이죠.
특히나 18,19세기의 미국 과학계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 영향력 아래 존재했습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대학이나 연구소를 지원하면서 성경의 과학적 증거를 찾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진화론에 대한 거부감은 유럽보다 더했죠. 지금 창조론자들은 자신들이 핍박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1,
2,
3], 당시에는 진화론을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교단에서 밀려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시민사회가 과학교육을 개선하려 했던 움직임이
스콥스재판, 일명 원숭이재판입니다. 스콥스(John Thomas Scopes)라는 생물교사가 일부러 주에서 금지하고 있는 진화론교육을 시켜 기소당한 후 법정에서 시비를 따지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출처).
그러나 그 결과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졌다고 할까요, 그 재판은 법리상문제가 아닌 절차상문제로 중간에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그에 따라 스콥스는 무죄가 되었지만, 진화론교육금지의 법적 유효성을 따지려는 목적은 사실상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시비거리를 피하려는 교육기관들이 앞다투어 진화론교육을 기피하게 되는 결과를 맞고 맙니다.
이후로 각 주에서는 잇달아 '반진화론법안'을 만들게 되고, 결국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과학시간에 성경을 교재로 창조론을 배우는 코미디가 벌어지게 됩니다.
2. 소련의 우주개발

그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위성(
사진출처)의 발사입니다. 냉전의 시작과 동시에 소련과 군비경쟁을 시작했던 미국은 소련이 인공위성발사에 성공할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죠. 게다가 그해 11월의 스푸트니크 2호 발사는 여러모로 미국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첫째, 최초로 생명체인 강아지(라이카)가 탑승했다는 것으로, 이것은 유인우주선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스푸트니크 2호는 무게가 500kg이나 된다는 것으로, 핵무기를 이동시킬 수 있는 로켓이란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급하게 뱅가드(Vangard)를 쏘아올리지만, 로켓은 불과 1.6kg에 불과한 위성을 실은채 발사대에 주저앉는 망신을 당하죠. 간신히 다음해 익스플로러를 올려 체면치레를 하지만, 뒤이어 최초우주인경쟁에서도 소련에 추월을 당하고 맙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미국 최초의 우주인인 엘렌 셰퍼드는 '지구 최초의 우주인'이 못된 것이 아쉬웠나 봅니다. 골프채를 숨겨 올라가서, '
최초로 우주에서 티샷을 한 우주인'이 되었다나요.)
3. 달을 향해
최초의 위성과 최초의 우주인 부문에서 소련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미국은 마지막 남은 부문, 최초의 달착륙 부문의 금메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 국력을 기울입니다. 2차대전때 독일과 일본을 밀어버렸던 물량을 모두 아폴로계획에 쏟아붓는 한편, 공립학교 교육도 재정비하게 됩니다.
그 첫단계가 1961년 진화론을 가르치는 기본과정을 정리하여 진화론을 다루는 생물교과서를 출판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 각 주의 '반진화론법'은 연이어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되고 정식으로 진화론교육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1969년 미국은 '최초 달착륙'이란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됩니다.
4. 왜 진화론교육인가?
그렇다면, 미국의 전 국력을 쏟아부어 성공한 달착륙이 진화론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스푸트니크와 유리 가가린의 성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에 뒤쳐진 이유를 찾기 위해 전 분야에 대해 유럽과 소련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는 물론 교육부문도 끼어 있었죠.
교육부문 벤치마킹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학생들의 과학교육수준이 러시아나 유럽 학생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는 사실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교육상태를 비교했지만 다른 점은 단 하나,
미국에서는 반진화론법에 의해 창조론교육을 하지만, 유럽에서는 창조론은 과학으로 쳐주지도 않고 진화론 교육을 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조사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미국 근본주의자들도 더이상 진화론 교육을 거부할 명분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미국 창조론자들은 감히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제거하자는 주장을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창조론도 교과서에 넣어달라고 조를 뿐입니다(그리고 그것도 번번이 재판에서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그에반해 창조론교육의 쓴맛을 직접 맛보지 못한 한국의 창조론자들은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제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창조론자들의 의도대로 된다면? 가뜩이나 주입식교육 때문에 낮아진 과학교육수준이 아예 초토화될 것입니다. 다만 걱정은 '우리나라는 원천기술 같은 것은 불필요하다' 따위 발언을 하는 고위관리들이 어느 순간 홱 돌아서 창조론을 교과서에 싣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