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 |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이 말을 오해 정도가 아니라 곡해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진화론도 반증가능하다. 즉 진화론은 언젠가는 반증되어 없어질 것이다. 반증가능성이 없는 창조론만이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1. 유용성
다음 예언을 봅시다.
가.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이 있을까요?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지구가 멸망할 그날까지 기다려야 하겠군요.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앞으로 비가 올 것이다'란 정보로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언제 올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서 우산을 들고 다닐까요?
나. 내일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은 어떨까요? 간단합니다. 내일 하루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되죠.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내일 비가 오니까 내일 모내기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 또는 내일 우산을 들고 나가야겠군요. 아니면 비가 많이 올지도 모르니 홍수준비도 해야겠습니다.
다. 내일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 예언은요? 내일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감시할 뿐 아니라 비의 양을 재어서 300mm가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증가능성'이 더 커졌군요.
㉡ 비가 300mm나 온다면 모내기는 무리겠군요. 모내기준비는 멈추고 홍수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우산뿐 아니라 우비와 장화도 필수겠네요.
라. 내일 남부지방에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제는 비가 오는 지역까지 감시해서 이 예언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예언보다 반증가능성은 늘어났네요.
㉡ 자, 이제 남부지방에서만 홍수준비를 하면 됩니다. 중부지방에서는 쓸데없이 홍수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군요.
말하자면 '반증 가능성'이 없는 정보는 전혀 쓸모없는 정보입니다. 오히려 '반증 가능성'이 많을수록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때 반증가능성이 전혀 없는 창조론은 사람들에게 있어 있으나마나한 정보일 뿐이죠.
2. 견고성
진화론은 반증가능성이 있기에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이론이다... 정말 그럴까요?진화론의 '반증가능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
저 유명한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입니다. 이것이 발견되면 진화론적으로 구성한 생물연대기가 뒤죽박죽이 되죠.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뿐 아니라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었다든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 분과학문간의 불일치
이를테면 동일한 현상에 대해 고생물학적 분석결과와 유전학적 분석결과가 차이가 난다면 그것 역시 진화론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 극단적인 변화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원숭이가 사람낳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소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굴드의 단속평형설조차 저런 극단적인 변화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화론의 반증가능성이 이렇게 많지만 반증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 캄브리아지층에서 토끼화석이 발견되면 진화론은 무너집니다. 그런데 캄브리아 지층에서 뼛조각 하나 발견된 일이 없습니다.
㉡ 하나의 대상에 대해 수십가지 분석을 하더라도 항상 일치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나의 암석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하면 그 연대측정 결과가 거의 일치된 값이 나옵니다. 고래에 대해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연구한 결과와 유전학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 역시 일치합니다[참고].
㉢ 창조론자들의 말대로 원숭이가 사람을 낳거나 개가 고양이를 낳는 그런 급격한 변화는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즉 반증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지지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