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게으름, 거드름

하루종일 골방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는 오타쿠가 있습니다.
어느날 모처럼 운동장에 나와 달리기를 해 봤습니다. 100미터는 커녕 30여미터를 10여초만에 달리더니 주저앉아 헉헉댑니다.
마침 날려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보이네요.

[리우올림픽] 우사인 볼트, 사상 첫 100미터 3연패

기사를 훑어본 오타쿠는 소리칩니다.
"거짓말이네, 나도 30미터를 10초에 달리고 주저앉는데, 뭐? 100미터를 9.8초? 이런 기레기들..."


하루종일 성경만 들여다보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기도만 하고 있는 창조론자가 있습니다.
어느날 조각맞추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도무지 맞출 수가 없습니다.
집어치우고 컴퓨터를 보고 있는데 이런 기사가 보이네요.


기사를 훑어본 창조론자는 소리칩니다.
"거짓말이네, 조각맞추기도 이렇게 힘든데 이렇게 조각난 화석을 맞췄다고? 이런 진화무속신앙자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더군요.







맨날 성경만 들여다보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맨날 뼈만 들여다보는 해부학자들도 할 수 없는줄 아는 사람들... 맨날 교회에서 십자가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할 수 없다고 맨날 천문대에서 별들만 바라보고 있는 천문학자들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로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교만한 걸까요, 겸손한 걸까요..

창조론 이야기 - 창조론의 증거

창조론자들은 흔히 '창조론도 과학이다'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창조의 과학적 증거들'이란 것을 제시하곤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아는 것이 없는 초보자들은 '창조론도 과학적인 증거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어린시절 그런 '증거'들을 보고 한때 혼란에 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증거'들이란 것이, 조금만 파고들어가 보면 대충 이런 것들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아무 근거 없는 헛소리

대표적으로 다윈이 죽기 전에 진화론을 부정했다는 다윈의 유언이 있겠군요. 또는 성경의 '잃어버린 하루'를 나사 컴퓨터가 계산해서 밝혀냈다는 것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거짓정보의 총 본산창조과학회에서도 부정하고 있는 것인데, 쉬지 않고 돌아다니더군요.
다만 이것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정신승리가 가끔 보이곤 합니다.


이건 씁쓸해할 일이 아니죠. '다윈의 (잘못된) 유언'에 대해 유일한 근거가 바로 창조과학회입니다. 그런데 창조과학회마저 주장을 철회한 이상, 더이상 '다윈의 (잘못된) 유언'에 대해 말하는 창조론자들은 근거도 없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입맛에 맞지 않는' 창조과학회 주장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것을 '입맛에 맞아서' 가져왔다니 어불성설입니다. 저 기사를 찾기 위해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는 창조과학회 게시물들을 뒤지는 것 자체가 역겨운데 말이죠.


2. 조금 많이 오래된 근거

1번이 아예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면, 이것은 처음에는 '창조의 증거'이긴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하지만 이미 반론이 끝나 무덤에 묻힌 것을 자꾸 꺼내서는 좀비처럼 끌고 다닙니다(물론 그들 자신이 자칭 '창조과학자'라는 네크로맨서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창조의 증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암석 속의 헬륨농도 같은 것이 있겠군요. 또는 태양수축이라든가 달의 먼지, 또 자기장감소 같은 것도 있습니다. 팔룩시강의 발자국 화석도 흔히들 이야기하는 진화론이 거짓인 증거 - 창조론이 맞는 증거입니다.
심지어는 '네안데르탈인은 구루병에 걸리고 말년에 관절염에 시달린, 그리고 두부타박상으로 사망한 현대인의 화석'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1880년대 Rudolf Ludwig Karl Virchow의 주장으로 자그마치 130년전(!)에 나왔던 주장이더군요. 참고로 네안데르탈인 화석 하나가 발견되었을 때는 통할 내용이지만, 지금은 [수많은 네안데르탈인들이 똑같이 구루병에 걸리고 똑같이 관절염에 시달리다가 똑같이 두부타박상으로 사망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구루병은 햇볕이 약해 비타민 D가 부족할 때 흔히 생기는 질병입니다.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산출지는 햇볕이 강한 저위도지방이죠.

흔히 이런 패턴이 반복됩니다.
① 창조를 증명하는 듯한 증거가 발견됩니다.
② 창조론자들은 이 증거를 퍼나르며 창조론 선전에 몰두하게 되죠.
③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되면, 그 증거가 창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④ 그런데 창조론자들은 ③을 무시하고 계속 ②단계에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이런 패턴도 반복됩니다.
창1 : 자기장은 1400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구나이는 젊다.
진 : 아니, 자기장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고 있다. 증거 여기 있어
창2 : 자기장은 1400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구나이는 젊다.
진 : 아니, 자기장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고 있다구. 증거도 있다니까
창3 : 자기장은 1400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구나이는 젊다.
진 : 그러니까, 자기장은 진동하고 있다나까. 이 증거 보고 사람말좀 들어!
http://springborg.blogspot.kr/2010/11/necromancer.html
창4 : 자기장은 1400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고 있으므로 지구나이는 젊다.
진 : .......

그야말로 끝없이 밀려와 방어자들의 사기를 꺾는 좀비들처럼, 끝없이 똑같은 말을 해대면서 진화론자들의 의욕을 꺾으려는 작전 같습니다. 단지 판타지의 좀비들은 방어자들에게 절망과 공포를 주지만, 창조론의 좀비들은 진화론자들에게 짜증과 귀찮음을 준다는 것이 다릅니다만.


3. 창조행위

그야말로 '창조과학회'에 걸맞는 행동입니다. 증인도 '창조'하고 증거도 '창조'하는...
검색을 해도 똑같은 말을 복사한 게시물만 보일뿐 정작 그 증거가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저런 증거를 내놓는 창조론자들에게 물어봐도 그들조차 근거를 모르는 그런 증거들이죠. 막상 애써서 근거를 찾으면 오히려 창조론자들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4. 연구결과 왜곡

요즘들어 창조과학회에서 하고 있는 '창조'적인 활동이죠. 다른 사람들이 진화론을 증명하는 논문을 쓰면, 그것을 일부만 발췌하거나 왜곡해서 창조론을 증명하는 논문으로 왜곡해 써먹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다이아몬드 연대측정결과라든지 초신성을 가지고 우주연대가 젊다느니 하는 것들이죠.
사실 이것은 여기서 제시한 논문을 초록이라도 읽어보든가 구글링 좀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어논문이고 검색도 한글사이트는 거의 창조과학회 내용 복붙한 것이기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에 열광하는 광신도들에게 '봐라, 창조과학자가 아닌 과학자들도 이렇게 창조론을 증명해주고 있다'라고 선동하는 데는 최고일 것입니다.


5. 창조과학회 직접 실험

웬일로 창조과학회에서 직접 실험까지 해서 그 과정과 결과를 자랑스럽게 동영상으로 올린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체는...


저도 대학원에서 실험할때 사용하는 피펫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사용하는 피펫 굵기가 머리카락 굵기더군요. 그정도로 정밀하게 해야 하는 실험을, 저렇게 야외에서 썰고 깎고 하다니요.
물론 이것도 창조론에 열광하는 광신도들에게 '봐라, 이렇게 실험한 결과가 진화론을 거짓이라 말한다'라고 선동하는 데는 최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