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합리

강철로 만들어진 상자가 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먼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책에는 그 안에는 사과가 들어있다고 씌어 있습니다. 그 책을 신이 썼다고 믿는 사람들(㉠)은 강철상자 안에 사과가 들어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상자에 대해 연구를 합니다.
상자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 안에서 뭔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납니다.
상자를 흔들어 보았습니다. 단단한 것이 부딫치는 소리가 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사람들은 그 안에 단단한 야구공이 들어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자, 그럼 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을 진리(Truth)라 할때 진리(Truth)는 과연 사과일까요, 야구공일까요?

사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진리(Truth)가 무엇인지)는 그 상자를 직접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사실 열어서 직접 보더라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가 : 열어보니 당구공이 있었다.
나 : 정말 당구공일까? 혹시 나무공에 락카를 칠해서 당구공으로 보이게 한 것 아닐까?
가 : 당구공과 충돌시켜 봤더니 당구공 충돌할 때의 소리가 났다.
나 : 혹시 누군가가 충돌할때 당구공 충돌음을 낸 것 아닐까?
가 : 무게도 측정해 봤는데 당구공 맞아
나 : 혹시 누군가가 저울을 조작해 놓은 것 아닐까?


이런 이유로 ㉡과 같은 과학자들은 진리(Truth)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합리(Reasonable)입니다. 현 상황에 대한 가장 합리(Reasonable)적인 설명을 찾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구르는 소리가 나고 딱딱한 것이 부딫치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 야구공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가 그 강철상자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설명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설명을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며 계속 합리적인 설명을 보완해 나갑니다. 이를테면 이 상자에 음파를 쏘아 파장을 분석했더니 내부 물체 크기가 약 4cm 정도임을 확인했다면 구르는 소리가 나고 딱딱한 것이 부딫치는 소리가 나며 크기가 약 4cm인 것으로 봐서 골프공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가 그 강철상자에 대한 새로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을 ㉠과 같은 종교인들은 비웃습니다.

언제는 야구공이라더니 이제는 골프공이라고?ㅋㅋ 과학은 아무 쓰잘데없는 장난 아니냐?ㅋㅋ 신이 직접 전해주신 말씀이 있으니 사과가 진리(Truth)다

물론 그들의 진리이야말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들만의 진리(Truth)일 뿐이죠.

Why & How


하지만 우 교수는 과학과 신학은 엄밀히 말해 별개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신학은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고 과학은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라며 "서로 질문이 다르므로 과학과 신학은 독립적 학문"이라고 말했다.

신학의 관심사가 창조의 목적에 있다면 과학의 관심사는 창조의 과정을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그러면서 "두 학문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과학을 억지로 신학에 갖다 붙이려다 보니까 '창조과학' 같은 유사 과학이 생겨난다"고 비판했다.


우종학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대표적인 기독교인 과학자이면서도 창조과학에 비판적인 교수죠.
그의 말대로 과학이 따지는 것은 어떻게how로서 인간이 어떻게how 태어났는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왜why 태어났는가 같은 질문은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이죠.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신학이 대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그런데도 창조론자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 인간이 왜why 태어났는가 류의 질문들입니다. ㄹ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죠. 과학과 신학을 구분 못해서(신학에서는 이 질문에 답을 해주는데 과학에서는 뭐라고 할 거냐?)일 수도 있겠고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서(이런 질문에 답도 못하는 과학은 엉터리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과학은 왜why의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시리즈 때문이더군요.


그래서 과학도 왜why라는 질문을 하지 않느냐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why와 how를 정확하게 구분하지는 않는것 같더군요.

식탁 위에 케잌이 있습니다.

㈎ 이 케잌은 왜 생겼어?
㈏ 밀가루반죽이 열을 받아 캐러멜화반응이 일어나서 케잌이 되었어
㈐ 오늘이 네 생일이라서 어머니가 만들었어

여기서 ㈐는 완벽하게 why에 대한 대답 - 종교적 대답이지만 ㈏는 why라기보다는 how에 대한 과학적 대답입니다.
이렇게 질문과 대답이 why인지 아니면 how인지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창조과학이라는 사기에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네모가 되는 유전자?

진화론 이야기 - 콩심은데 콩난다를 링크하며 진화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콩을 네모로 만드는 유전자라... 사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저 콩콩이를 설계할 때 [콩을 네모로 만드는 유전자]를 만든 적은 없거든요.

실제로 제가 저 콩콩이에게 넣어준 [유전자]는 네개였습니다.

㉠ 평평한 부분을 제어하는 유전자
㉡ 평평한 부분을 연결하는 부분의 곡률을 제어하는 유전자
㉢ 갈색을 제어하는 유전자
㉣ 녹색을 제어하는 유전자
(㉢, ㉣은 모양과는 상관 없으니 생각 안해도 됩니다)

눈을 씻고 봐도 [네모를 만드는 유전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동그란 콩콩이가 어떻게 네모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고보니 [동그라미를 만드는 유전자]도 없는데 최초에 동그란 콩콩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평평한 부분을 제어하는 유전자 ㉠이 매우 작고, 곡률을 제어하는 유전자 ㉡이 크다면 콩콩이는 동그란 모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 커지는 방향, ㉡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일어난 돌연변이가 (경사로에서 굴러떨어지지 않으므로) 자연선택된다면 콩콩이는 점점 네모 모양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비록 네모를 만드는 유전자가 없더라도 말이죠.

그 뿐인가요? ㉠과 ㉡이 하나씩 결실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한 ㉠과 ㉡이 중복되는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구태여 [세모를 만드는 유전자], [다섯모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실제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조론자들은 [간을 만드는 유전자], [허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가정하며 그런 유전자가 우연히 생길 수 있겠냐고 합니다.
실제로는 [간을 만드는 유전자]나 [허파를 만드는 유전자]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있는 것은 [해독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세포분열을 가속화시키는 유전자], [혈관생성을 가속화시키는 유전자] 등이 있을 뿐입니다.
몸의 어느 부분에서 [해독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었고, 그곳에서 [세포분열을 가속화시키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세포덩어리가 생겼다면 그것이 [간]입니다. 식도 어느 부분에서 [혈관생성을 가속화시키는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그곳에서 [세포분열을 가속화시키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부풀어올랐다면 그것이 [허파]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아래의 의인화의 덫 - 농사짓는 아메바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이 이해하는 단위(네모, 동그라미)가 아니라 그 이하의 단위(직선, 곡률)로 분해해야 진화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