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공작 꼬리, 그리고 표범의 눈

화려한 공작 꼬리는 다윈 시대부터 과학자들의 골칫거리였습니다. 길고 화려한 꼬리는 아무리 봐도 생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할 수가 없었거든요. 비록 성선택(sexual select) 이론이 있었지만, 저렇게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가 과학자들이 당면한 문제였습니다.

예전 공룡은 주로 주간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시각에 상당한 의존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공룡의 후손(또는 공룡 자체)인 새들 또한 매우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색을 보는 인간에 비해 자외선까지 4색을 볼 수 있기에 실제 새들이 보는 세상은 인간들보다 더 화려하다고 할 수 있죠.

새들의 눈

인간에게 단순한 검은색으로 보이는 새들 역시 새들에게는 화려한 색으로 보이게 되죠.

반면 당시 포유류는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공룡들을 피해 대부분 야간활동을 하게 되었죠. 빛이 부족한 야간에 시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포유류들은 야간에도 유용한 후각과 청각이 발달한 대신 시각이 퇴화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단 두 가지 색만 볼 수 있습니다. 오로지 공룡 멸종(이라기보다는 쇠퇴) 후 다시 주간으로 진출한 포유류들 중 일부만 색각의 돌연변이에 의해 세가지 색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간 역시 삼원색을 볼 수 있으므로 공작 꼬리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공작의 천적인 식육목 포유류(표범, 늑대, ...)들 눈에는 공작 꼬리가 어떻게 보일까요? 단 두 가지 색만 볼 수 있는 그들 눈에는 저런 화려한 무늬는 칙칙한 색으로 보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풀이나 나뭇잎들도 칙칙한 색으로 보이죠. 즉 공작 꼬리가 동족의 눈에는 화려한 자랑거리지만 포식자의 눈에는 보호색으로 작동합니다. 즉 공작 꼬리는 성선택에 의해 화려한 색을 가지면서도 자연선택에 의해 포식자의 눈을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출처

이것 역시 과학(진화론)에 있어서 인간중심주의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의 눈에 잘 띄기에 불리한 것이 아니라 포식자의 눈에 잘 안 띄기에 유리한 형질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