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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

얼마 전에 보렐의 일어날 수 없는 확률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밀 보렐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검색한 스크린샷을 올렸었죠.


보시다시피 아무리 뒤져봐도 복붙한 글만 있을 뿐, 정작 보렐이 말했다는 10-50의 확률에 대한 근거는 전무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뒤져보다가 드디어 저 말에 대한 근거를 제가 발견했네요.

해당 이야기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책입니다. 우연과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죠.


이 책에 창조론자들의 저런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빌리고자 했던 책이 아니라서 해당 부분만 사진으로 찍었기에 화질이 별로 좋진 않네요).



이것만 봐도 창조론자들 주장의 헛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란 약 1050분의 1보다 작은 확률이다.
입니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 아니라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죠.

뭐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나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나, 엎치나 메치나 마찬가지라구요?

이런 생각 한번 해 보죠. 내일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이 확률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일까요?
하지만 저럴 확률이 있다고 해서 내가 내일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죠. 즉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죽을 확률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은 절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인 것은 맞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죽을 확률을 무시하고 출근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타납니다.

즉 여기서 말하는 10-50의 확률이란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일 뿐입니다. 그것을 창조론자들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로 살짝 왜곡해서 써먹고 있는 것이죠. 거기에 에밀 보렐의 무한의 원숭이 정리에 의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은 0 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식으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저기 이런 말이 있네요.
'지구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란 약 1015분의 1보다 작은 확률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우주적 규모의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인 10-50보다는 훨씬 큰 확률입니다. 즉 우주적 규모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확률입니다.
이 10-15인 확률이 우주 어딘가 행성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그 행성에서는 지구(행성)적 규모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인 10-15의 확률이 일어난 것이네요?
이런 식으로 봐도 여기서 말하는 작은 확률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 아니라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인 것이 맞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이유로 창조론자들의 주장에 근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근거를 찾아보면 거의 항상 전혀 다른 주장이거든요. 물론 저들이 말하는 생명이 탄생할 확률조차 무기질에서 어느 한순간 생물이 탄생하는 창조론적인 확률이지 화학진화에 의한 생물탄생확률이 아닙니다. 63빌딩 옥상까지 한번에 뛰어 올라갈 수 있는 확률보다 비상구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크다는 것은 자명하죠.


그런데.... 창조론자들의 주장의 근거를 제가 직접 찾아서 반박해야 하다니...ㅡㅡ

Emile Borel and 10^-50

창조론 이야기 - Émile Borel과 무한의 원숭이 정리에서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확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창조론자들이 많습니다. 흔한 보기로 에밀 보렐은 10-50보다 작은 확률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말들을 하곤 합니다.


물론 윗 링크에서도 언급했지만, 에밀 보렐의 '무한의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에 의하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오로지 0 뿐입니다.

얼마전에 영문위키 Borel's Law에서 창조론자들이 흔히 말하던 '10-50의 확률'에 대한 것을 발견했네요. 역시나 창조론자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1/1050의 가능성으로 일어나는 확률을 10-50라고 합니다. 그래요. 정말 작죠. 예,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0은 아니죠. 여러분들은 그런 사건을 매일밤 관측할 수 있습니다. 260만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방출된 광자(photon)가 여러분들의 눈에 닿을 가능성은 단지 8.1×10-51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하는 밤하늘에서 명확하게 보입니다. 만약 10면체 주사위를 51번 굴렸을때, 그 순서대로 숫자가 나올 가능성 역시 10-51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렐의 법칙"에 의하면 이런 관찰은 불가능합니다.


참고 : 안드로메다 은하가 보일 확률?


창조론 이야기 - Émile Borel과 무한의 원숭이 정리

<전략>

예를 들어 여기 4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져 있는 한 개의 단백질이 있다고 하면, 이 단백질이 우연히 생겨나기 위해서는 20개의 아미노산중에서 한개를 고를 확률 1/20을 400번 곱한 값 즉, 1/10520의 확률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한 계산에 의하면,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가장 단순한 가상적인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4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이 같은 단백질이 적어도 124개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생물이 우연히 생겨나게 될 확률은 1/10520을 다시 124번 곱한 값 즉, 1/1064,480이 되게 된다. 그런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L과 D의 두 가지 다른 형태가 있는데, 생물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속에는 오로지 L 형태의 아미노산만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앞서 우연히 생겨난 124개의 단백질이 동시에 모두 L 형태의 아미노산을 갖춘 단백질이 될 확률은 1/1078,616으로 계산되어진다. 생각해 보라, 숫자 10 뒤에 영이 78,616개가 나오는 숫자의 크기를. 확률학자 Emil Borel은 전 우주에 걸쳐 1/1050보다 작은 확률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물며, 1/1078,616의 확률은 오죽하겠는가?


<후략>
출처 : 창조과학회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창조론자들이 있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Emil Borel이란 사람이 누구일까요?

창조론 이야기 - 근거 根據 basis에서의 경험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마찬가지군요. 미리보기에서만 봐도 복사-붙임한 티가 팍팍 나는 게시물들 뿐입니다. 아마 원본은 이 글 처음에 인용한 창조과학회겠죠.

그런데 과연 저 말이 사실일까요? 에밀 보렐이란 학자에 대해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에밀 보렐(Émile Borel)은 프랑스 수학자이자 정치가라고 하더군요. 다른 것은 생략하고 에밀 보렐의 논문 중 '무한의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원숭이를 이용해서 일어나지 않을 듯한 사건의 발생을 상상하는 사고실험입니다.

한마리 원숭이가 타자기 앞에 앉아서 무작위로 자판을 두들깁니다. 이 원숭이가 셰익스피어 전집을 출력할 가능성은 몇일까요?
아마 0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에밀 보렐의 결론은, 수없이 많은 원숭이가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한다면 셰익스피어 전집이 나올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는 것입니다.

즉 무한한 수의 원숭이가 단 한번 타자기를 두들긴다면, 또는 한마리 원숭이가 무한한 횟수로 타자기를 두들긴다면 셰익스피어 전집이 아니라 전 세계 도서관의 모든 책을 출력할 확률은 100%라는 점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확률계산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증명한 것이죠.

결국 에밀 보렐이란 사람은 창조론자들이 내세울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화론 측에서 내세울 사람이죠. 에밀 보렐의 무한의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에서와 같이 지구 전체에 퍼진 유기물(수없이 많은 원숭이)과 10억년이라는 시간(수없이 많은 시도)이라면 창조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생명이 탄생할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는 것이죠.
에밀 보렐을 언급하는 창조론자들은 자신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