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콩심은데 콩난다

'콩심은데 콩난다'는 말을 부정하는 진화론자는 없습니다.
한편으로 진화론자들은 '종이 나뉘는 것(콩이 콩이 아닌 두 종으로 나뉘는 것)이 진화다'라고도 하죠.


창조론자들(또는 진화론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 두 말은 모순인 듯 싶습니다. 콩심은데서는 콩밖에 나지 않는데 진화란 콩이 콩이 아닌 다른 것이 된다는 말이니까요.

이렇게 진화론자들은 모순된 말을 하는 거짓말장이, 또는 궤변론자일까요?


어떤 곳에 다음과 같은 '콩콩이'가 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콩콩이가 단체사진을 찍는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일까요?


그렇지 않겠죠. 사람도 키가 160cm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0cm에 가까운 사람도 있습니다. 몸무게도 40kg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kg인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큰 사람과 눈이 작은 사람, 몸에 털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등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나 양, 토끼 등도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이들과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서로의 다른 점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콩콩이의 단체사진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어느날 큰 지진이 일어나 이 콩콩이들의 보금자리 한가운데로 깊은 낭떠러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절벽 서쪽엔 풀밭이 우거졌으며 동쪽에는 여기저기 경사면이 생겨 자칫하다간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겼습니다.

몇년이 지난 후 다시 콩콩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습니다(이때 전에 찍은 콩콩이들을 모아 다시 찍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콩콩이들을 모아 찍은 것입니다.).


이들은 과연 콩콩이들일까요?

다시 몇년이 지난 후 콩콩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콩콩이들일까요?


몇년 간격으로 계속 사진을 찍은 결과입니다.


즉 낭떠러지 서쪽에서는 풀숲에서 눈에 잘 안띄는 초록색으로(이것을 푸르미라 부릅시다), 동쪽에서는 굴러 떨어지지 않는 네모꼴로(이것을 네모네모라 합시다) 진화가 일어났습니다.

자, 여기서 창조론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해 봅시다.
낭떠러지 서쪽에서 콩콩이가 푸르미를 낳은 것은 언제일까요? 그리고 낭떠러지 동쪽에서 콩콩이가 네모네모를 낳은 것은 언제일까요?
다른 말로 한다면, 최초의 푸르미, 최초의 네모네모가 태어난 것은 언제일까요?

최초의 푸르미, 최초의 네모네모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세대의 콩콩이들과 그 다음 세대의 콩콩이들 사이에 변화는 있었지만, 그 변화의 크기는 각 세대 콩콩이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작거든요.
사람으로 말하자면 한 세대의 키가 160±5cm라면 그 다음세대의 키는 161±4cm라는 식으로, 평균키는 커졌지만 두 세대를 섞어놓더라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여서 결과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커다란 차이로 바뀌는 것이죠.

우리가 콩콩이, 푸르미, 네모네모라고 이름을 쉽게 붙이지만, 자연에 있어 콩콩이, 푸르미 따위는 없습니다. 변화하는 생물들만이 있을 뿐이고, 사람들이 편의상 비슷한 특징을 가진 생물들을 모아 이름을 붙인 것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콩콩이는 콩콩이를 낳지만 콩콩이는 푸르미로, 또 콩콩이는 네모네모로 진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 저기서 콩콩이와 네모네모 사이 중간단계의 화석이 어디 있냐구요?

창조론 이야기 - 중간화석에 대하여

창조론 이야기 - 단순에서 복잡으로

boid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글이 눈에 띄는군요.

컴퓨터상의 인공생명체는 설계자를 증거한다 


<전략>

그러나 레이놀드와 도란과 같은 지적 설계자(프로그래머)들은, 자연계에서 새 떼들이 콘서트를 연주하는 것과 같이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경이로운 능력에서 보여지는 놀라운 복잡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창조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창조과학회

boid들이 Craig Raynolds라는 외부 지성체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이유로 설계자의 증거라고 하더군요.
이것은 마치, 다음과 같은 헛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소와 수소를 시험관에서 반응시킨 결과를 가지고

그러나 시험관이나 비이커 같은 실험기구(인공물)는, 자연계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실험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라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 boid이론의 핵심은, 그동안 창조과학에서 주장해 왔던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 복잡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복잡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이 창조과학회의 글은 이론의 본질을 왜곡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창조과학회의 스킬이 제대로 발휘된 글입니다.

카오스 - 단순에서 복잡으로

새떼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새떼입니다. 수천마리의 새떼들이 저렇게 무리지었으면서 서로 충돌하는 일 하나 없이, 공통된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그의 오버마인드 같은 존재라도 있어 새 하나하나의 진로를 지시하는 것일까요?


정어리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정어리떼입니다. 이들 역시 새떼무리와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죠. 정어리 한마리 한마리가 다른 정어리들의 진로를 예측해서 충돌하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일까요?

창조론자들은 흔히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것은 단순한 것만 만들 수 있고, 복잡한 것은 복잡한 것만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런 새떼나 정어리떼들의 행동은 저 행동 전체를 관장하는 무엇인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카오스이론은 1 + 1 > 2일 수 있고 1 + 1 + 1 > 3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0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주 단순한 행동의 모임만으로 저런 복잡함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Craig Raynolds
크레이그 레이놀즈(Craig Raynolds)는 복잡해 보이는 새떼들의 움직임을 밝혀냈습니다. 위 링크에 가시면 java로 구현된 boid(새떼나 정어리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개체)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 새떼의 움직임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극히 간단한 알고리즘만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즉

1. 분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2. 응집 : 분리와는 반대 개념으로 다른 boid 이 너무 멀리 있을 경우 가까이 다가간다.
3. 정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
4. 회피 : 각각의 boid들은 장애물로부터 일정거리 이상 유지하려 한다.

이 4가지 규칙만으로 boid들은 새떼나 정어리떼와 아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 boid들은 자신과 자신 주위 boid들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 무리 전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먹이를 발견한 몇몇 boid들의 움직임에 무리 전체가 반응하는 등 하나의 생물체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어떤 모양의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그 장애물을 피해나갈 뿐 아니라, 혹시 장애물에 부딪힌 boid 역시 다시 무리에 합류하는 등 생물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기조직화에서와 같이,  단순한 것이 복잡해지는 - 엔트로피가 역전되는 현상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화, 그리고 생명탄생의 원동력이기도 하구요.

왜 기적은 과거에만 존재하는가?

1. 훼손된 동물 시체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는 공룡 시체
이러한 시체가 바닷가에 떠내려온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물론 지금은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이것이 공룡이 아닌 돌묵상어의 시체임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것이 플레시오사우루스라 믿고 있는 창조론자들이 있는 이상, 옛날 사람들이 드래곤의 시체라 인식했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겠죠.

2. 자연 현상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용오름현상입니다. 회오리바람이 바다에서 일어나 바닷물을 빨아올리는 현상이죠. 육지에서 흔히 일어나는 회오리바람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처음 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용이 승천하는 모습'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에야 저런 화염 회오리  어떻게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산불이 났을때 일부 더 뜨거운 부분이 생기면 그곳에서 상승기류가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주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산소가 공급되어 불길이 강해지고, 상승기류가 강해지는 일종의 자기조직화 현상이죠.

이러한 현상을 알 수 없었던 과거 사람들이 이것을 봤다면 뭐라고 할까요?
'저 숲에서 거대한 불의 채찍이 나타났다'
소문이란 것이 또한 건너면 건널수록 커지기 마련입니다.
'불의 거인이 채찍을 휘둘러서 숲 전체를 태워버렸다'

결국 그 지역에는 '불의 거인'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잘 아시는 대로 오로라는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대기와 충돌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주로 극지방에서 생기죠.
하지만 태양활동이 심해질 때는 비교적 저위도 지역에서도 보이곤 합니다.
어느 태양활동이 극심해진 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하늘에서 빛나는 불빛을 봤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태양활동과 연관시켜 생각할까요, 아니면 신의 축복(또는 악마의 저주)라 생각할까요?


3. 정치

봉황
삼국지 후반부에 이르러,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의 헌제를 내쫓고 스스로 황위에 오릅니다. 그리고는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나무로 기린의 뿔, 봉황의 날개 등을 만들어 깊은 숲에서 슬쩍 움직여 줍니다. 그와 함께 바람잡이가 소리치죠.
'봉황이 나타났다!!! 하늘도 새로운 황제를 축하하신다!!'
역시 소문은 돌수록 커지기에, 나중에는 '저 숲에서 봉황이 날아올라 이 산을 한바퀴 돌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사람까지 나오게 됩니다. 바람잡이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얼마 전 방영되었던 선덕여왕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백성들은 알지 못했던 지식을 기적으로 포장해서 자신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만드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죽은 새들을 밤에 몰래 궁에 뿌려놓은 후 불길한 징조라 소문낸다거나 하는 일 말이죠. 이것 역시 훗날에는 '궁에 새들이 날아들어 죽는 불길한 일이 있었다'는, 일종의 기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고대 신화나 옛날 이야기, 더 나아가 성경에는 그렇게 자주 나오는 기적이나 환상의 생물들이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더이상 기적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창조론자들이 바라는, 종교적 교리가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런 기적이나 환상의 생물들이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어떤 일의 원인을 탐구하기보다는 '신의 기적', '악마의 흔적' 등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니까 말입니다.


기도

조금 소녀 취향의 소설이긴 합니다만, 키다리 아저씨란 소설을 본 일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죠.

키다리아저씨 덕에 학교에 다니게 된 주인공이 어느날 과자를 파는 남루한 소녀를 만납니다. 친구들과 과자를 사서 먹으면서 그 소녀에게 사정을 묻게 되죠.
그 소녀의 아버지는 얼마전 돌아가시고, 그녀는 학교도 그만두고 과자를 팔아서 어린 동생들을 부양한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늘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후견인인 키다리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 소녀을 도와줄 방도를 찾아 그 소녀를 찾아갑니다.
주인공의 후견인이 약간의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전하자, 갑자기 그 소녀의 어머니가 소리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이 말에 화가 뻗친 주인공이 말하죠.
"도와준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 아저씨라니까요!"
"예, 주님이 댁의 아저씨에게 역사하셔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이런 '몰지각한 종교인'이 비단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 소녀의 가족은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소녀의 노력에 의해 구원(?)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독교인들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일요일에도 기도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일어나게 된 것이구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나니,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공치사하는 모습, 어떻게 보이시나요? 진화론 논쟁과 함께 기독교인의 이런 모습도 제가 기독교에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에서도 한번 다루었지만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법칙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멘델의 유전법칙에 의하면 종이 변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다윈의 진화론이 부정된다고 말입니다.

http://www.kictnet.net/bbs/board.php?bo_table=sub5_1&wr_id=172&page=11

잠시 다른 이야기 좀 하죠.
중학교 과학에서 배우는 보일 샬의 법칙(Boyle-Charles' Law)이 있습니다. 기체의 온도와 압력, 부피에 관련된 식으로


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체를 가지고 실험해 보면 저 식이 정확하게 맞을까요?
죄송합니다만 실제 기체로 실험을 해 본다면 정확하게 저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 보일 샬의 법칙은 이상기체(理想氣體 ideal gas), 즉 완전한 구형, 분자크기 0, 분자간 상호작용 0, 완전탄성충돌체가상적인 기체에서 정확하게 성립하는 법칙입니다. 그런데 실제 기체는 크기를 가지고 있고 분자간 인력도 발생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멘델의 유전법칙 역시 일반적인 유전자가 아닌 이상유전자(ideal gene)*, 말하자면
1. 모든 유전자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질(노랑 또는 초록)이 있다.
2. 유전자의 변이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3. 자연선택 또는 실험자의 선택에 의한 유전자의 도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조건 하에서만 정확하게 성립되는 법칙입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저런 유전자가 존재할까요? 2번, 유전자의 변이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만으로도 이상적인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유전자의 변이자연선택에 의한 도태입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에서는 이 두 가지를 제외합니다. 그런데 멘델의 유전법칙으로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덧 :
위에서 이상기체(ideal gas)니 이상유전자(ideal gene)니 이야기하면서 법칙과 현실의 차이를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창조론자들 중에서 '실제와 차이가 나는 것이 무슨 법칙이냐'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아니, 과학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이해수준을 본다면 저런 말이 나올 가능성은 100%에 가까와 보입니다).
'이상기체에 적용되는 법칙'이란 말은 '최소한의 보정만으로 모든 기체'에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이란 뜻입니다. 만약 산소기체라면 보일 샬의 법칙을 산소기체에 적용한 후 산소기체에 대한 보정을 하면 산소기체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멘델의 법칙 또한 멘델의 법칙을 자연계의 유전자에 적용한 후 유전자에 대한 보정(돌연변이, 자연선택)을 하면 유전자의 움직임(진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유전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만든 말입니다. 이상(異常)한 유전자가 아니라 이상(理想)적인 유전자를 말합니다. 하긴 너무나 이상(理想)적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異常)한 것이긴 합니다만.

엮인글 :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 진다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유명한 에디슨의 말입니다.
에디슨이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기사가 나간 이후 불평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기사가 나갔다고 말입니다.

1. 에디슨이 원래 중점을 둔 것은 1%의 영감(靈感 inspiration)이었습니다.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노력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신문에서는 99%의 노력에 중점을 두어 무조건 노력만 하면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1%의 영감(inspiration)이라는 것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반짝하는 아이디어나 신이 준 천재성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보다는 열정이나 꿈, 목표의식에 더 가깝습니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목표의식 없는 노력은 헛수고란 것이죠.


무조건 달리기만 해서는 아무데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만 정해놓고 가만히 있어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를 먼저 정해 놓고(1%의 영감) 그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99% 노력)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

칼 포퍼
과학이론은 반증가능해야 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이 말을 오해 정도가 아니라 곡해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진화론도 반증가능하다. 즉 진화론은 언젠가는 반증되어 없어질 것이다. 반증가능성이 없는 창조론만이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1. 유용성


다음 예언을 봅시다.

가.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이 있을까요?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지구가 멸망할 그날까지 기다려야 하겠군요.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앞으로 비가 올 것이다'란 정보로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언제 올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서 우산을 들고 다닐까요?

나. 내일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은 어떨까요? 간단합니다. 내일 하루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되죠.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내일 비가 오니까 내일 모내기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 또는 내일 우산을 들고 나가야겠군요. 아니면 비가 많이 올지도 모르니 홍수준비도 해야겠습니다.

다. 내일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 예언은요? 내일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감시할 뿐 아니라 비의 양을 재어서 300mm가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증가능성'이 더 커졌군요.
㉡ 비가 300mm나 온다면 모내기는 무리겠군요. 모내기준비는 멈추고 홍수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우산뿐 아니라 우비와 장화도 필수겠네요.

라. 내일 남부지방에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제는 비가 오는 지역까지 감시해서 이 예언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예언보다 반증가능성은 늘어났네요.
㉡ 자, 이제 남부지방에서만 홍수준비를 하면 됩니다. 중부지방에서는 쓸데없이 홍수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군요.

말하자면 '반증 가능성'이 없는 정보는 전혀 쓸모없는 정보입니다. 오히려 '반증 가능성'이 많을수록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때 반증가능성이 전혀 없는 창조론은 사람들에게 있어 있으나마나한 정보일 뿐이죠.

2. 견고성

진화론은 반증가능성이 있기에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이론이다... 정말 그럴까요?

진화론의 '반증가능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
저 유명한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입니다. 이것이 발견되면 진화론적으로 구성한 생물연대기가 뒤죽박죽이 되죠.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뿐 아니라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었다든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 분과학문간의 불일치
이를테면 동일한 현상에 대해 고생물학적 분석결과와 유전학적 분석결과가 차이가 난다면 그것 역시 진화론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 극단적인 변화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원숭이가 사람낳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소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굴드의 단속평형설조차 저런 극단적인 변화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화론의 반증가능성이 이렇게 많지만 반증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 캄브리아지층에서 토끼화석이 발견되면 진화론은 무너집니다. 그런데 캄브리아 지층에서 뼛조각 하나 발견된 일이 없습니다.
㉡ 하나의 대상에 대해 수십가지 분석을 하더라도 항상 일치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나의 암석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하면 그 연대측정 결과가 거의 일치된 값이 나옵니다. 고래에 대해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연구한 결과와 유전학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 역시 일치합니다[참고].
㉢ 창조론자들의 말대로 원숭이가 사람을 낳거나 개가 고양이를 낳는 그런 급격한 변화는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반증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지지받는 이유입니다.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상동기관, 상사기관



우연히 위와 같은 창조론자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상동기관(homologous)이 공통된 설계의 증거라는 것은 창조론자 또는 지적설계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죠.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지적설계자라면 이런 식의 설계를 할까요?

다음을 봅시다.

척추동물 앞다리
박쥐의 날개와 새의 날개는 둘 다 날기 위해 설계된 기관입니다. 만약 '공통된 설계' 운운하려면 새의 날개와 박쥐의 날개가 '공통된 설계'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박쥐날개는 새의 날개가 아니라 육상동물의 앞발과 '공통된 설계'입니다.
하늘을 나는 데 훨씬 효율적인 새의 날개를 버리고, 왜 육상동물의 앞발의 설계를 바꾸어 박쥐날개를 설계했을까요? 덕분에 박쥐들은 새보다 더 힘겹게 날게 되었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박쥐는 지적설계자에게 뭘 밉보였을까요?




물속에서 움직이기 위한 설계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 지느러미(앞밮)나 펭귄 지느러미(날개)도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공통된 설계가 아니라 역시 포유류 앞발, 조류 날개와 공통된 설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동기관을 '공통된 설계'라 주장하는 것은, (비행기 날개의 설계도와 잠수함 스크류의 설계도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의 설계를 바꾸어 날개와 스크류 역할을 하게 만드는 삽질을 지적설계자가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학계의 기득권


어느날 한 특허청 직원이 사표를 냈습니다. 갑자기 사표를 낸 직원을 걱정한 청장이 물었습니다.
청장 : 갑자기 사표를 내다니, 어디 새로운 직장이라도 얻었나?
직원 : 예, 저기 대학교에서 교수로 와달라고 하는군요.
청장 : 예끼, 여보게, 농담 말게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발표하고, 학계의 인정을 받아 학계로 입성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17세기 뉴턴에 의해 고전 역학이 확립된 이래, 고전역학(뉴턴역학)은 물리학계에서 거의 '진리'로서 취급되어 왔습니다. 고전역학에 의해 속도와 가속도를 계산하고, 고전역학에 의해 탄도를 계산하고, 고전역학에 의해 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하는 등 고전역학을 빼놓고는 천문학과 물리학을 공부할 수 없을 정도였죠.
이를테면, 천왕성이 발견된 후 그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 역학으로 계산한 궤도와 불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로부터 천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성의 궤도를 뉴턴역학으로 역산한 끝에 새로운 행성 해왕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뉴턴역학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쾌거였습니다. 이러한 물리학-천문학에서의 성공에 의해 물리학의 주류는 '뉴턴역학'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물리학의 주류에 도전한 것은 저명한 물리학 교수가 아니라, 불과 20대의 특허청 직원이었습니다. 1905년, 27세의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물리학 연보(Annalen der Physik)에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된 여러편의 논문들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물리학계에서는 이 풋내기 물리학자도 아닌 특허청 직원의 논문에 열광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중력장을 통과하는 빛의 궤도가 휜다고 예측하였으며, 일식때 달에 가려진 태양 부근의 별들의 위치를 관측함으로써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식때 관측해본 결과 태양 주위 별들의 위치가 약간 바뀐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둘째, 뉴턴역학이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하던 부분(이를테면 수성의 원일점 이동현상 - 수성의 원일점이 뉴턴역학으로 계산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이동하는 현상 - 등)을 상대성이론으로 깔끔하게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이 옳다는 것이 판명되자 학계의 원로 물리학 박사들도 새파란 특허청 직원을 동료로 인정해 줍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가열찬 투쟁을 할 필요도 없었죠.

지난 1980년대 이후 더이상의 창조론 관련 논문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은 그 이유를 '진화론자들로 가득한 학계의 기득권 때문'이라 핑계를 대곤 하죠.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물리학자도 아니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논문은 학술지에 실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아마도 뉴턴역학을 신봉하는 물리학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논문 게제를 거절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상대성이론을 연구하려는 물리학자들을 과학계에서 추방해 버렸겠죠.

창조론자들이 주장하기에 창조론 진영에는 대표적인 김명현 박사(재료공학과), 고건 박사(전산학과)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학 박사들도 포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20대 특허청 직원도 깼던 기득권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창조론 논문이 발표되지 않는 이유는 '진화론의 기득권 때문'이 아니라 '학술적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이 수성의 근일점 이동현상을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성의 궤도 안쪽에 아직 발견못한 행성이 있어, 이 행성과의 간섭에 의해 이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해왕성을 발견했을 때처럼, 수성 안쪽의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고 그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을 했죠.
그러나 그 새로운 행성은 절대로 발견되지 않았고, 반면에 상대성이론은 다른 행성 없이도 충분히 수성의 궤도를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상대성이론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카오스 - 자기조직화

경제학 용어에 '효용체감(效用替減)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빵과 사과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다면, 빵만 먹던 사람은 빵의 효용가치가 점차 떨어져 사과를 찾게 되고, 또 사과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빵을 찾게 되어 둘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이론이죠.

beta/VHS
1970년대 비디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크게 두가지 방식의 비디오가 나왔습니다. 소니에서 개발한 베타맥스와 JVH사의 VHS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베타 방식이 앞섰지만(화질이 좋고 잡음이 적었음) 소니가 라이센스 생산을 고집한 데 비해 VHS쪽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 면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일각에서는 미국 포르노영화가 VHS방식으로만 출시되었기에 VHS방식이 더 빨리 퍼졌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어쨋든 VHS방식이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VTR 구매자들은 보다 많은 포르노영화를 볼 수 있는 VHS방식 VTR을 선호했습니다. 비디오 제작자들 역시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VTR에 맞추어 VHS방식 비디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안가 유럽과 미국에서는 더이상 베타방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참고).

이러한 과정은 컴퓨터업계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애플의 맥킨토시가 라이센스 생산만을 고집한 반면 IBM은 라이센스에 엄격하지 않았기에 수많은 조립PC가 IBM의 점유율을 높여주었고, 점유율이 높은 IBM소프트웨어의 양산, 많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 IBM PC의 구입이 반복되어 맥킨토시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맥킨토시는 전자출판 분야에서만 남아있죠(물론 맥킨토시의 폐쇄적 정책이 맥킨토시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시켜 많은 매니아를 만든 면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효용체가(效用替加) 또는 자기조직화(self organization)라 합니다. 어떤 작용의 결과가 다시 그 작용의 원인이 되어 그 작용이 더욱 강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자기조직화의 보기는 많습니다.
- 쿼티(QWERTY) 자판에 이어 드보락(DVORAK) 키보드가 개발되었습니다. 듣기로 드보락(DVORAK) 자판은 쿼티(QWERTY)자판보다 배우기도 쉽고 타자도 빠르다고 합니다(이것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QWERTY자판 타자기는 이미 많은 기업에 보급되어 많은 타자수들이 사용하고 있었죠. 새로 타자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보다 많은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쿼티(QWERTY) 자판을 배우는 편이 취직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기업들 역시 쿼티(QWERTY) 타자기를 구비하는 쪽이 타자수를 찾기 쉽습니다. 그 때문에 드보락(DVORAK) 타자기를 구비하려는 기업도, 배우려는 사람도 없어져 결국에는 사장되고 맙니다.
이러한 과정 역시 우리나라의 2벌식/3벌식 타자기에서도 똑같이 재현됩니다. 3벌식이 배우기 쉽고 빠르다는 평이 있었지만, 이미 많이 보급된 2벌식에 밀려 사라지게 되었죠.

출처
- '시계방향'이란 말이 보통으로 사용될 정도로 현재 모든 시계들은 오른쪽 방향으로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모든 시계가 오른쪽 방향으로 돌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오른쪽 그림은 피렌체의 플로렌스 대성당에 있는 시계로, 현재 시계와는 달리 24시간이 다 그려져 있었으며 왼쪽 방향으로 돌고 있는 시계입니다.
이것 역시 어느 순간 '12시간 오른쪽 방향' 시계가 보편화되면서 효용체가의 법칙이 적용된 보기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모두 사람들에 의한(사람들의 지성에 의한) 자기조직화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지성에 반하는' 자기조직화는 없을까요?

- 버스회사에서 일정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합니다.
라는 버스가 어느 정거장에 도착했는데, 단체승객이 있는지 사람들이 약간 많군요. 는 그들을 모두 태우느라 약간 늦게 출발하게 됩니다.
자, 이제 와 앞차와는 약간 멀어졌고, 와 뒷차 와는 약간 가까와졌습니다. 이후의 모든 정류장에서 는 더 오래 기다린 사람들(더 많이 모인 사람들)을 태우느라 시간을 지체해야 합니다, 는 더 조금 기다린 사람들(더 조금 모인 사람들)을 태우느라 빨리 출발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버스들은 맨날 두세대씩 몰려다닌다는 불평이 나오게 됩니다.
지금은 이런 '자기조직화'를 막기 위해 버스마다 GPS를 달고 있습니다. 즉 '자기조직화를 막기 위해' 사람들의 지성이 동원된 보기입니다.



이러한 효용체가의 법칙은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자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자기조직화를 이해한다면,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열대지방 바다는 햇빛에 의해 뜨겁고 습한 공기가 덮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공기는 정체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류라든가 수면의 물고기, 물새, 바람 등에 의해 계속 교란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교란에 의해 대기 상층부에서 약간의 상승기류가 일어납니다. 보통 때라면 그 작은 상승기류는 금방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습한' 공기들입니다. 상승기류 윗부분의 습한 공기는 응결되어 구름이 되죠. 그와함께 수증기의 '잠열(潛熱 latent heat)이 발생합니다.
이 잠열은 주위 공기를 데우고 데워진 공기는 상승기류를 발생시킵니다. 이 상승기류는 더 많은 수증기의 잠열을 만들고 이 잠열은 상승기류를 강화시키며 더 많은 수증기를 응결시켜 더 많은 잠열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며 마침내 이런 것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태풍

즉 바다위 대기가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평형상태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는 비평형상태로의 전환 - 엔트로피의 감소가 자연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물론 지구가 태양이라는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엔트로피의 감소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지구의 자전 등 여러가지 요소가 더 들어가게 되지만, 그 원동력은 이와같이 상승기류와 수증기의 잠열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자기조직화'입니다.

- 최초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먼지구름 덩어리였습니다.
최초 아주 작은 먼지들이 충돌해서 약간 큰 먼지들의 덩어리를 이룹니다. 이 먼지들의 덩어리는 약간 큰 인력을 가지게 되고 주위의 먼지들을 당기게 됩니다. 먼지들이 뭉칠수록 인력은 더 커지고, 인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먼지들을 끌어당기고, 그에따라 더 많은 인력을 가지게 되고, 또 더많은 먼지들을 끌어당기고... 하는 과정이 되풀이되어 마침내 이런 것이 만들어집니다.

태양계


역시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태양계가 만들어지지만, 이러한 자기조직화 역시, 창조론자들이 '신의 작품'이라 여기는 태양계 탄생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자기조직화'에 의해 만들어진 행성들은 그 행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먼지들의 평균궤도인 원형에 가까운 궤도를 돌게 됩니다.

-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niche(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하는 생물들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생물들 사이의 경쟁과 자기조직화는 앞에서 한번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타났던 것처럼 아주 조금이라도 우세한 종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새끼를 낳고 조금이라도 우세를 더 점하는 과정이 반복되기에 하나의 종으로 '자기조직화'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창조론자들이 종종 하는 질문 - 왜 자연계에는 D형이 아닌 L형 단백질만이 존재하는가 - 에 대한 답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본다면 최초의 바다에서 처음 나타난 '자기복제분자'가 생명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화학반응에 의해서는 L형 분자D형 분자가 같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이들이 결합되어 L형 자기복제분자D형 자기복제분자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최초에 아주 약간 많이 생겼던 L형 자기복제분자로 '자기조직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위의 8-Queen's Problem에서 불과 0.01% 많이 있었던 종이 결국 전체를 다 차지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과학자들은 진화론을 증명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이론들을 공부하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진화론은 점점 더 튼튼한 이론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창조론자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그 답은 이렇더군요.
할 말이 없으니 이제는 카오스 이론으로 도망가십니까?
진화론을 증명하기 위해 카오스 이론을 도입하는 것을 카오스 이론으로 도망가는 것으로 보는 한 창조론은 사이비과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이 종의 기원을 쓰면서도 진화론에 대해 아직 해결 못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후일의 생물학자들의 숙제로 남겨두었죠.

그가 인식했던 문제점들 중 하나가 '유전자의 혼합'이었습니다. 돌연변이에 의해 변이체가 나오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 돌연변이가 어떻게 유지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북극으로 이주한 한 무리의 갈색곰 사이에서 털을 흰색으로 만드는 돌연변이가 생겼습니다. 이 변이체는 환경에 적합하므로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죠.
하지만 이 흰곰이 갈색곰과 짝짓기를 하면 그 자손은 흰색과 갈색의 중간인 '밝은 갈색'곰이 나올 것입니다. 이 밝은 갈색 곰 역시 주위에 더 많은 갈색곰과 짝짓기해서 '약간 밝은 갈색'곰이 태어날 테고,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흰색 유전자는 점점 희석되어 그 무리는 원래의 갈색곰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윈이 생각한 옅어지는 흰색 유전자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멘델(Gregor Mendel)은 유명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의 실험은 오랜 시간 잊혀져 있었고, 20세기 초 다른 생물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노란색 콩과 녹색 콩을 교배시키면 노란색 콩만 나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녹색콩 유전자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발현되지 않았을 뿐 노란색 콩 안에 녹색 유전자도 살아 있습니다. 이것은 그 다음 세대 콩에서 녹색콩이 나온다는 점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경우 '흰곰 유전자'는 사라진 듯 보여도 몇 세대 후 다시 '흰곰'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흰곰'은 보다 많은 유전자를 전달할 것이며, 결국 '흰곰 유전자'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수 있는 것이죠.

후손에 다시 나타나는 흰색 유전자


그런데 창조론자들은 멘델의 유전법칙이 진화론을 부정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http://www.kictnet.net/bbs/board.php?bo_table=sub5_1&wr_id=172&page=11

그러면서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았다면 절대로 '종의 기원'을 출간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도 하죠.
실상은 다릅니다.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았다면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것입니다.

엮인글 :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


창조론 이야기 -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끝만 보고 있나.

어떤 사람이 달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맑고 투명합니까?"
옆에서 그 손가락을 보던 사람이 말합니다.
"예끼, 여보쇼, 맑고 투명하긴 개뿔, 손톱밑에 때가 꼬질꼬질하구만"


위 글이 창조론자들을 상당히 웃겨드린 모양입니다. 어쨋든 웃겨드린 것은 좋지만...

여전히 웃음의 포인트를 놓치고 계시는군요. '난 독해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저렇게 자랑스럽게 걸어놓고 계시니 말입니다.

자기가 쓴 글을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바보짓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독해력이 전혀 없는 창조론자들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군요. 그렇지 않으면 글을 정 반대로 해석하는 기이한 능력을 부리곤 하니까요.


창조론자들의 기본적인 어빌리티 중 하나가 '일부의 오류'를 '전체의 오류'로 몰고 간다는 점입니다. 그 어빌리티가 저 블로그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군요. 저 블로그 역시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의 잡종 하나'로서 '대진화와 소진화' 글 전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비단 제 글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죠. 헥켈의 사진 위조 하나로 헥켈의 이론 전체, 더 나아가 진화론 전체를 거짓말로 몰아버린다든다(창조론 이야기 - 헥켈의 배아 사진), 필트다운인 하나로 진화론자들을 사기꾼 취급해 버리는 등(창조론 이야기 - 필트다운인) 말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대진화와 소진화 글의 중요한 점은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가 아니라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빼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에서도 썻던 글이지만, 헥켈의 이론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배아를 한번만 배양해 보면 됩니다. 필트다운인으로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필트다운인 화석이 조작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찾으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제 글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났느냐 아니나가 아니라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느냐를 밝혀야 합니다.

코끼리 모티(Motty)로서 저 글을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음에 답을 하시기 바랍니다.

-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는 대진화인가 소진화인가?
-- 대진화라면 늑대->치와와, 늑대->세인트버나드로의 대진화를 인정하는가?
-- 소진화라면 소진화만으로 저렇게 큰 차이가 생겼는데 대진화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창조론 이야기 -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말의 도움씨(조사)는 참 신기합니다. 단 한 글자 차이로 내용 이외의 뜻을 가지는가 하면 전혀 다른 뜻으로 바뀌곤 하죠.

사과를 먹었다
사과를 먹었다 - 나 말고도 사과를 먹은 사람이 있다
사과를 먹었다 -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아무도 사과를 안먹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말이 어렵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진화론은 신을 부정하는 학문이라고 믿는 창조론자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화론은 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은 신을 무시합니다.

신을 부정한다는 것은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신을 무시한다는 것은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도움씨 하나 차이인데 이 차이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창조론은 신이 가장 기초에 깔려 있습니다. 창조론의 모든 이론은 신이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때문에 만약 신이 없다면 창조론은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이 만약 신을 부정해서 신이 없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과학이 붕괴하겠죠. 그때문에 이 경우는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하지만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은 절대로 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신을 무시할 뿐이죠.
즉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은 신이 있다는 가정도, 신이 없다는 가정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증거들로부터 출발할 뿐입니다.

마치 뉴턴이 '신이 있어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진다'도 아니고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신은 없다'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느 누구도 '신이 없기에 진화가 일어난다'라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이 신에 대해 말을 한다면 그것은 신이 없다가 아니라, 최소한 우주탄생 이후에는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대진화와 소진화


이 글에 대한 누군가의 반론이 들어왔습니다. 아시아코끼리와 아프키카코끼리 사이의 교배로 태어난 코끼리가 있다더군요.
http://www.hybridelephant.com/motty.html
1978년 7월 11일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수컷 Loxodon과 암컷 Elephas maximus 사이에서 태어난 코끼리가 있습니다. Motty라고 하는 코끼리로, 불행하게 1978년 7월 21일 감염증으로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반성하는 의미로 원본 글을 삭제나 수정하지 않고 경고문과 함께 그대로 게시하겠습니다.

밑의 글은 오류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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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코끼리/아프리카코끼리 비교
예, 코끼리입니다. 하나는 아시아,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산 코끼리입니다. 따로따로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런데 이 둘을 교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사자와 호랑이의 경우처럼 혼혈이 나올까요?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는 둘 다 장비목(長鼻目 Proboscidea) 코끼릿과(科 Elephantidae)에 속하지만, 속부터 달라집니다(아시아코끼리는 Elephas, 아프리카코끼리는 Loxodon). 물론 둘 사이에 교배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교배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두 동물을 보죠


출처


치와와세인트버나드입니다. 둘 다 갯과(科 Canidae) 개속(屬 Canis) 늑대종(種 Lupus) 밑에 개 아종(亞種 Familiaris)에서 한번 더 치와와(Chihuahua)와 세인트버나드(St. Bernard)로 나뉘어지는 것이죠. 위의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사이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입니다.
실제로 이들 사이의 교배도 가능합니다. 아, 물론 자연상태에서의 짝짓기는 체격차이로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인공수정을 시킨다면 둘 사이에 수정도 되고 태아로 발생도 하고 자궁에 착상도 합니다. 다만 치와와가 암컷인 경우는 지나치게 커지는 태아 때문에 중간에 죽게 됩니다.  세인트버나드가 암컷이면 자라지 않는 태아(아무리 자라도 세인트버나드가 보기에는ㅡㅡ) 때문에 유산이 되죠(출처). 혹시 이 수정란을 적당한 크기의 개에게 이식시킨다면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만 그런 실험 결과는 찾지 못했습니다.

출처
자, 외계인 생물학자들이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샘플로서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치와와, 세인트버나드를 한마리씩 잡아 왔습니다. 이들은 아마 코끼리를 두마리씩이나 잡아왔다고 불평을 할 겁니다.
하지만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놀라겠죠. 같은 종이라고 생각했던 코끼리 두 마리는 교배조차 안되는교배가 된 기록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종이었으며, 전혀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던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는 교배까지 가능한 같은 종이었으니 말입니다.


창조론자들은 늘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대진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치와와/세인트버나드 사이의 관계는 대진화일까요, 소진화일까요?
그들이 교배까지 가능한 같은 종임을 보면 그들은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소진화'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진화'에 의해 치와와/세인트버나드 정도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대진화'인 아프리카코끼리/아시아코끼리 사이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죠.

그런데도 '대진화는 큰 진화, 소진화는 작은 진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진화론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이지 '얼마나 큰 변화냐'가 아닙니다.
창조과학회에서 '소진화/대진화'를 붙들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설사 하마가 고래가 되는 진화가 관측되더라도 '원래 하마와 고래는 같은 종류(Kind)이다. 그러므로 하마가 고래가 되더라도 그것은 소진화에 불과하다. 여전히 대진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창조과학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창조론자들이 많더군요(사실 의외는 아닙니다. 이 말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 정도면 창조론에 빠지지 않았겠죠).

창조론자들은 흔히 역사상 위대한 창조과학자들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지질학의 창시자 니콜라스 스테노(1638~1686)의 젊은지구론이라든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아이작 뉴턴
(1642-1727)의 신앙을 이야기하며, 창조론이 진리임을 강조하곤 하죠. 한가지 자그마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들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저들의 탄생연대를 주목해 주세요).


저들이 활동하던 17세기는 1000년간 진행되던 암흑시대에 뒤이은 르네상스가 끝난 시기였습니다. 윗분 말대로라면 그 시기는 창조론이라는 컵 하나만 있고, 모두가 그 안에 주사위가 들어 있으리라 믿고 있었던 시대가 겨우 끝나고 인본주의사상이 자라기 시작하는 시대였습니다. 당연히 그 때의 모든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자일 수밖에 없었죠.

다만 그 당시 창조과학자들이 지금의 창조과학자들과 다른 점은, 정말로 그 컵 안에 주사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컵을 흔들어봤다는 점입니다. 르네상스부터 싹트고 자라온 인본주의사상에 의해 '신성불가침의 창조' 대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창조'를 연구하게 된 것이죠. 니콜라스 스테노는 노아의 홍수가 진리라는 믿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노아의 홍수의 증거를 찾기 위해 지질학을 연구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컵을 흔들어 봤더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 노아의 홍수의 증거가 없더라는 - 결론이 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진화론이라는 이름의) 컵을 찾아내서는 그 안에 주사위가 들어 있는지 흔들어보고 있는 중이죠.

위의 창조론자들 말대로 진화론이라는 컵에 주사위가 없다고 해서 창조론이라는 컵에 주사위가 있다고 믿어야 할까요?
이미 창조론이라는 컵은 비어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진화론이라는 컵도 비어있다는 것이 증명된다고 해서 창조론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시 (창조론도 진화론도 아닌) 새로운 컵을 하나 찾아내서 그 안에 주사위가 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그리고 창조론자들은 제 3의 컵도 비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창조론이라는 컵을 부여잡고 있겠죠).


X-ray 사진을 찍었더니 창조론이라는 컵 안에 주사위가 보이더라, 그런데 테이프로 컵 안에 고정되어 있기에 지금까지 소리가 나지 않았더라
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다시 창조론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6세기의 창조과학자들과는 달리 현대의 창조과학자들은 창조론이라는 컵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X-ray 사진을 찍었다가 컵이 비어있다는 결과가 나올까봐 두려운 것이죠. 그때문에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만을 상대로, 창조론 증명이 아닌 진화론 부정에만 매달릴 뿐입니다.


니콜라스 스테노 같은 당시의 창조과학자들 덕분에 '창조의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새로운 이론(진화론)을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창조과학자들은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비어있다는 것이 증명된 창조론에 아직까지 매달리는 현대의 창조과학자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말입니다[참조].


창조론 이야기 - 다윈의 유언

창조론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윈도 죽을때 '진화론을 만든 것'을 후회했다고 말이죠.
사실 진화론을 만든 것도 다윈이 아닙니다. 생물이 변할 수 있다는 보고는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었고, 다윈은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통해 진화론을 정립했을 뿐이죠.
또한 다윈이 진화론을 부정하든 말든 진화론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은 이미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기 때문이죠(참고).

그런데 이러한 '다윈의 유언'은 창조과학회에서조차 부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윈은 자기의 주장을 철회하였는가?
(Did Darwin recant?)
Russell M. Grigg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1882년 4월 19일에 73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가 불신자로 죽었다는 것을 슬퍼했던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다윈이 죽음 직전에 침상에서 기독교로 전향(death-bed conversion)했고 진화론을 포기하였다는 여러 뒷이야기들이 몇 년 동안 떠돌아 다녔다.

<중략>

그러므로 다윈은 자기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오늘날 호프 부인의 이야기가 간혹 소책자에 출판되어 선의의 사람들에 의해서 배포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출처 : 창조과학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창조과학회를 뒤져보면 아주 아쉬운 듯이 다윈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창조과학회의 글들을 열심히 퍼나르는 창조론자들도 창조과학회의 이 글은 못보는지 계속 '다윈의 유언' 어쩌고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출처 : 그날의 양식
사실 창조과학회의 이 기사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화론의 허구' 같은 거짓말들은 홈페이지 전면에 위치한 반면 이 글은 한참 검색을 해야 나오기 때문이죠(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창조과학회 글을 찾아 보여주기 귀찮아서 말입니다.).

아마도 이 기사는 단지 창조과학회의 면피성 글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다윈이 말년에 진화론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명목을 세워 놓고, 대신 다른 창조론자들이 다윈의 말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방치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한 거짓으로라도 진화론을 훼손시켜 보려는 헛된 시도로 말이죠.
설사 실제로 다윈 자신이 진화론을 부정했다고 해도, 진화론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다윈은 진화론의 시작일 뿐, 진화론에는 다윈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진화론 자체가 '다윈의 진화론'이 아닌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진화론'이기 때문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로봇의 날개

지난 글에서 날개의 기원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몇 가지 가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생물학과는 전혀 관련없는 분야에서 '날개의 진화'를 뒷받침할 만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Winged Robots Hint at the Origins of Flight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공학자, 로날드 피어링(Ronald Fearing)과 케빈 피터슨(Kevin Peterson)은 DASH(Dynamic Autonomous Sprawled Hexapod)라는 작은 곤충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작은 곤충로봇이 속도도 느리고 경사로를 오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죠.


문제해결의 한가지 방법으로 이 곤충에 날개를 달아 봤습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날개를 달아 시험해본 결과, '펄럭이는 날개(a pair of flapping wings)를 달아줬을 때 가장 높은 주행성과 경사등반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한 활공능력까지 대폭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결과논문).

또한, 펄럭이는 날개를 달았을 때도 비행에 필요한 만큼 속력이 오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지상설보다는 수상설(나무 위에서의 활공을 먼저 시작)에 힘을 실어주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로봇이 아닌 새의 조상의 경우에는 달리는 속도가 더 빨랐을 가능성이 있기에 지상설을 폐기해 버리기에는 이르죠. 오히려 새의 조상의 경우에는 강력한 앞발근육으로 날개(깃털 뭉치)를 휘저을 수 있기에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상은 여러가지 종류의 날개를 달고 달리는 로봇의 모습입니다. 여기에서도 나타나지만, 펄럭이지 않는 날개 - 곤충의 늘어진 외피 등 - 도 약간이지만 속도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50%의 날개(짧은 깃털로 덮인, 날지 못하는 새의 날개)나 20%의 날개(흔들지도 못하는 곤충의 외피조각)도 달리기를 도와줄 수 있다는 - 자연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 말이 됩니다
.
좀 더 다양한 실험(여러가지 크기와 모양의 날개를 여러가지 부위에 붙인 실험)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쨋든 날개의 기원(특히나 곤충날개의 기원)에 대한 한가지 근거가 될 만한 실험으로 보입니다.

물론 창조론자들의 눈에는 '그렇군, 그래서 창조자는 곤충에게 날개를 달아줬군'으로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틱타알릭과 최초의 발자국

最古의 네발동물 발자국화석 발견
[과학] 네발 동물 상륙 생각보다 일러

현재 발견된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화석 틱타알릭보다 자그마치 3000만년 전에 이미 네발동물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뉴스입니다. 그와 함께 "이는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들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것"이라는 학자의 말을 침소봉대하여 틱타알릭을 중간화석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죠.
그들은  육상으로의 진출을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류 → 틱타알릭 → 양서류

 그러면서 그들은 진화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완벽하게 이해한 진화론에 따르면 틱타알릭 이전에 네발동물의 발자국이 찍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거기에 틀린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져서 틱타알릭을 제거하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틱타알릭 이전의 발자국
먼저 틱타알릭을 발견한 닐 슈빈 박사 자신이 틱타알릭이 양서류의 직계조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내 안의 물고기). 단지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리달린 물고기와 같은 형태의 중간종'을 거쳤을 것이라 판단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화석(틱타알릭)을 찾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죠.
앞서 올렸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진화는 절대로 저렇게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가지치기(종분화)와 계속되는 멸종을 통해 진화가 일어납니다. 만약 창조론자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진화가 단순하게 일어난다면 수많은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분류하기 위해 그렇게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진화론자들이 실제로 설명하는 어류에서 양서류로의 진화과정을 간단하게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틱타알릭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틱타알릭류*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종분화와 멸종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그들 중 하나가 양서류로 진화하고 나머지는 도태된 것이죠.
저 그림에서 볼때 틱타알릭은 양서류의 선조가 아니라,틱타알릭류들 중 한 종(種 species)일뿐입니다. 또한 윗 기사에서 말하는 발자국 화석 역시 틱타알릭 이전에 나타났던 틱타알릭류 동물의 발자국입니다.

㉯ "이는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들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것"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이 뭔지 먼저 살펴봐야겠죠.
1. 뭍으로의 진출은 3억 6천만년 전에 이루어졌다.
2. 뭍으로의 진출은 얕은 시냇가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발자국 화석의 발견으로 위의 가설들은 모두 날아가버립니다. 그대신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1. 뭍으로의 진출은 3억 9천만년 전에 시작되었다.
2. 뭍으로의 진출은 얕은 바닷가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들이 이 새로운 가설에 제대로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육상생물로의 진화 자체가 날아간 것은 아닙니다.

혹시 [육상생물로의 진화 자체가 날아간 것은 아닙니다.]이 말에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발자국 화석으로 날아간 가설'에는 위에서 제시한 것 이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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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타알릭류란 정식 학술용어가 아니라 제가 설명하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그 당시 존재하던 틱타알릭처럼, 지느러미가 다리처럼 발달된 물고기들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뻘글 - 킹콩교

결국 창조론이 이겼습니다. 미국에서 광신도들이 정권을 잡은 직후 모든 분야에 차근차근 근본주의자들을 하나둘씩 끼워넣은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미국 전체 주에서 진화론교육을 금지해 버립니다.
때마침 완성된 NSDI(New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에 의해 타국 핵무기에 대한 완벽한 방어망을 갖게 된 미국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내세워 전 세계에 자신들의 종교와 창조론을 강요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1000년 후 지구의 모습은 21세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에게 발전이란 꿈같은 이야기니까요.

출처
인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킹콩교'라는 종교가 발생했습니다. 킹콩교는 옛날 유적에서 발견된 '킹콩'이란 영화를 경전(킹콩경)으로 해서 발생한 종교로서, 거대한 고릴라인 킹콩은 그를 숭배하는 여인을 구원하기 위해 죽었으며, 훗날 그는 다시 부활하여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리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킹콩교 근본주의자들은 킹콩경 장면 하나, 대사 하나도 오류가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킹콩경은 영화가 아니다. 킹콩님이 오셨을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일어났던 일을 있는 그대로 찍은 기록이다."
"그렇다면 저 배경인 '뉴욕'이란 시도 실재한단 말입니까?"
"물론이다. 지중해 연안에 있는 폐허가 뉴욕이다"
"그 도시가 뉴욕이라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교도들이 자신에게 방해될까봐서 숨기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북미대륙 동해안에서 한때 뉴욕이라 불리던 폐허가 발견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주장했던 '지중해 연안의 뉴욕'은 까맣게 잊은채 이렇게 주장하는군요.
"봐라, 킹콩이 오셨던 '뉴욕'이란 도시는 실재했던 지명이다. 어느 누구도 아는 바 없었던 '뉴욕'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킹콩경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폐허에서 발굴된 뉴욕시 전경에는 킹콩이 떨어져 죽은 큰 건물이 안보이는데 그건 어찌된 겁니까?"
"원래 전경에는 그 건물이 있었다. 그런데 이교도들이 킹콩님을 모욕하기 위해 지워버리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고고학자가 911테러에 대한 기록을 발굴해 냅니다. 그리하여 킹콩이 서있던 큰 건물이 왜 안보이는지 이유를 알게 됩니다.
그것을 보고 킹콩교 근본주의자들은 신이 납니다.

"드디어 킹콩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가 발견되었도다. 이것으로 킹콩경은 장면 하나, 대사 하나도 오류가 없는 진실임이 밝혀졌도다. 킹콩님이 뉴욕에 강림하시어 신실한 여인을 구원하신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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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고고학으로 성경무오설을 주장하려는 근본주의자들 역시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킹콩이라는 영화를 만들 때 배경인 당시의 뉴욕을 충실히 그려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뉴욕이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줄거리인 킹콩 이야기도 실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입니다.

성경이 씌어질 당시의 지중해, 그중에서도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이집트의 묘사가 정확하게 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때문에 성경을 기초로 한 성경고고학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배경인 이집트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다고 해서 줄거리인 야훼 이야기도 실제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바보스러운 일이죠.

덧 :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만 보는 사람들은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