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인식했던 문제점들 중 하나가 '유전자의 혼합'이었습니다. 돌연변이에 의해 변이체가 나오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 돌연변이가 어떻게 유지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북극으로 이주한 한 무리의 갈색곰 사이에서 털을 흰색으로 만드는 돌연변이가 생겼습니다. 이 변이체는 환경에 적합하므로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죠.
하지만 이 흰곰이 갈색곰과 짝짓기를 하면 그 자손은 흰색과 갈색의 중간인 '밝은 갈색'곰이 나올 것입니다. 이 밝은 갈색 곰 역시 주위에 더 많은 갈색곰과 짝짓기해서 '약간 밝은 갈색'곰이 태어날 테고,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흰색 유전자는 점점 희석되어 그 무리는 원래의 갈색곰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윈이 생각한 옅어지는 흰색 유전자 |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멘델(Gregor Mendel)은 유명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의 실험은 오랜 시간 잊혀져 있었고, 20세기 초 다른 생물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노란색 콩과 녹색 콩을 교배시키면 노란색 콩만 나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녹색콩 유전자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발현되지 않았을 뿐 노란색 콩 안에 녹색 유전자도 살아 있습니다. 이것은 그 다음 세대 콩에서 녹색콩이 나온다는 점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경우 '흰곰 유전자'는 사라진 듯 보여도 몇 세대 후 다시 '흰곰'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흰곰'은 보다 많은 유전자를 전달할 것이며, 결국 '흰곰 유전자'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수 있는 것이죠.
후손에 다시 나타나는 흰색 유전자 |
그런데 창조론자들은 멘델의 유전법칙이 진화론을 부정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http://www.kictnet.net/bbs/board.php?bo_table=sub5_1&wr_id=172&page=11
그러면서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았다면 절대로 '종의 기원'을 출간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도 하죠.
실상은 다릅니다. 만약 다윈이 멘델의 실험을 알았다면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것입니다.
엮인글 :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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