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 현상과 Solomon Asch

'참솔'은 어떤 심리학 교수가 주최하는 심리학 실험 대상자로 참가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명의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교수가 들어와서 말을 합니다.
"이번 실험은 인간의 지각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일단 이 카드를 잘 봐 주십시오"
그 카드에는 오로지 하나의 막대만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잠시후 그는 카드를 치우고 다시 새로운 카드를 보여줍니다. 이 카드에는 세 개의 막대 ㉠, ㉡, ㉢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 이 막대들 중에서 아까 그 막대와 같은 길이의 막대는 어느 것일까요?




참솔은 한눈에 보더라도 ㉢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실험대상자의 생각은 다른 것 같네요.
"㉠입니다."
"㉠이 아까와 같습니다."
"척 봐도 ㉠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이라 답합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참솔'에게 묻습니다.
참솔은 ㉠이라 답할까요, ㉢이라 답할까요?


이것은 1950년대 하버드대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실험이었습니다. 사실 이 실험에서 실험대상자는 오로지 '참솔' 하나였습니다. 나머지 '실험대상자'는 모두 이 실험을 도와 일부러 오답을 말한 학생들입니다.


이 실험은 비디오로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오답에 당황하는 실험대상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정답을 말한 사람은 불과 ¼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¾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을 답이라고 따라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나는지 2000년대에 들어와 그래고리 번스(Gregory Berns)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하면서, 참가자들의 뇌를 MRI로 분석한 것이죠.

그 결과 소신대로 정답을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편도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소신을 말함으로써 무리에서 배척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생긴다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에 따라 잘못된 대답을 할 경우, 시각을 통제하는 후두엽에서 왜곡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잘못 대답한 사람 눈에는 실제로 ㉠의 막대가 최초 막대와 같은 길이로 보인다는 것이죠(만약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전두엽 쪽에서 신호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이라고 말했다간 내가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것 같으니 그냥 ㉠이라고 대답하자'가 아니라, '다시 보니까 ㉠쪽이 아까와 같아 보이네'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집단에 의해 인지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일은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학교에서 모두가 누군가를 왕따로 지목하면 내 눈에도 그녀석이 찌질한, 왕따당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그를 왕따에서 구해주려면, 다른 학생들로부터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싸워 이겨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종교단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단체에서 몇 사람이 기적을 보았다고 주장하면 내 눈에도 그 기적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게도 기적이 보인다'고 말하면 그 말 자체가 다시 옆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그의 눈에도 기적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