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사실과 이론

'진화론은 사실이 아닌 이론일 뿐입니다'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죠.

실제로 맞는 말입니다. 진화론은 사실이 아니라 이론입니다.
그와 함께 이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입니다.

아마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이 사실이 아니라 이론이기에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제로 진화론의 의미는 사실이 아닌 이론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사실이 뭔지, 이론이 뭔지 전혀 개념이 안잡혀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1. 언덕이 있다.
2. 언덕 밑에 화강암 바위가 있다.
3. 언덕 위에는 뭔가 눌린 자국이 있다.
4. 언덕 위에서 바위까지 자국이 연결되어 있다.
5. 주위에는 저 흔적들을 제외한 어떤 자국도 없다.

이와 같이 직접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 이론은 사실이 아닙니다. 왜 이런 사실 - 언덕 아래의 바위, 언덕위의 눌린 자국, 바위까지 이어진 자국 - 이 생겼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인론 : 거인이 바위를 짊어지고 가다가 힘들어서 여기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친 거인이 언덕위로 올라가 주저앉아 쉬다 갔기에 저런 흔적이 생겼다.
용알론 : 커다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언덕을 베고 아래까지 길게 누워 있었다. 이 용은 곧 알을 낳고 하늘로 올라갔다. 저 바위는 실제로는 용의 알이다.
구른바위론 : 저 바위는 원래 언덕위에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가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그래서 바위가 원래 있던 자리와 구른 흔적이 남은 것이다.

이런 이론들 중에 어떤 이론이 저 사진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을까요?
1. 바위의 존재는 거인론구른바위론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바위가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상 용의 알이 아닌 바위의 존재는 용알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2. 언덕 위부터 아래에 걸친 눌린 자국은 용알론구른바위론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거인론으로는 아무리 발을 끌고 올라갔다고 해도 저런 자국이 남지 않습니다.
3. 언덕 위의 자국은 거인론용알론, 구른바위론 모두가 설명 가능합니다.
4. 주위에 아무런 자국이 없다는 것은 용알론구른바위론으로 설명됩니다. 거인이 왔던 발자국도, 떠난 발자국도 없는 이상 거인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쓸데없이 한참을 설명했지만, 결국 저 '사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구른바위론 뿐입니다. 용알론이나 거인론은 저 '사실들의 일부'를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모든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인론자'들은 많은 동화책에 거인들 이야기가 있다면서 거인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인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발자국 문제는 무시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구른바위론어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구른바위론을 배척합니다.


이것을 진화론에 대입시켜 봅시다.
관측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층에는 화석이 있다.
2. 화석들 중 99% 이상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이다.
3. 특정한 화석은 특정한 지층에서만 나타난다.
4. 고리종이 존재한다.
5. 다리달린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다.
.........

이런 모든 사실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진화론 뿐입니다.
창조론은 몇몇 사실을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모든 사실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화석에 대해 창조론은 노아의 홍수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노아의 홍수로는 화석들 중 99% 이상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이다라든가 특정한 화석은 특정한 지층에서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창조론자들은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은 무시할 뿐이죠.

진화론이 사실이 아닌 이론일 뿐이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화론이 이론인 만큼 관찰된 사실(진화)을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비록 진화론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진화론은 현재 관측된 사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또한 그 어떤 이유조차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진화론이 아직 설명 못하는 어떤 이유때문에 진화론이나 창조론이나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빠진 그릇과 산산조각난 그릇이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크리스마스섬의 붉은게

가끔씩 동물관련 프로그램에서 방영하는 크리스마스섬 붉은게의 이동에 대해 아실 겁니다.







인도네시아 부근의 작은 섬 크리스마스섬에는 육지에 사는 게가 있습니다. 보통 바닷가에 사는 다른 게들과는 달리 내륙 습기찬 숲속 동굴에 살고 있는 게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산란장소는 숲이 아니라 바다입니다. 매년 우기가 되면, 수천마리의 붉은게들이 산란하기 위해 바다까지 마라톤을 해야 합니다.

8~10cm의 크기에, 한시간에 약 350m를 달리는 속도로 그들이 이동해야 할 거리는 8km에 달합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거의 하루 종일 달려야 하는 거리입니다.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가 되면 천적들이 이 붉은게들의 행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기라지만 잠시 햇볕이 나게 되면 말라죽을 위험도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암케들은 10만여개에 달하는 알을 뱃속에 품고 이동합니다. 이것은 생물학자들 이야기
에 따르면 사람이 5kg짜리 등짐을 지고 마라톤을 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만약 지적설계자가 붉은게들의 서식지를 숲속 동굴로 정했다면 왜 산란지를 바다로 만들어서 수천만마리의 자신의 창조물들을 1년에 한번씩 죽음의 경주에 몰아넣을까요? 단지 인간들에게 '이동하는 붉은게 무리'라는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