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중간화석에 대하여




얼마전 네이버 지식인에서 본 창조론자입니다. 중간화석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군요.
중간화석의 문제는, 창조론자들에게는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든지 울궈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중간화석들이 발견되었지만 창조론자들은 절대 만족하지 않죠.

창조론자 : 1과 2 사이의 중간화석을 제시해랴
진화론자 : (한참 화석을 찾고 나서) 여기 1.5가 있다.
창조론자 : 그래? 그럼 1과 1.5, 1.5와 2 사이의 중간화석은 어디있냐?
진화론자 : (한참 화석을 찾고 나서) 여기 1.25하고 1.75 찾았다.
창조론자 : 다음은 1과 1.25, 1.25와 1.5, 1.5와 1.75, 1.75와 2 사이의 중간화석도 찾아야지?
진화론자 : ....

그야말로 35억년동안 살아온 모든 생물의 모든 개체가 모두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는 이상은 창조론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간화석이 충분할 만큼 발견되지 않을까요?

1. 단속평형설
링크를 보시면 알겠지만, 단속평형설은 '바람직한 괴물 이론'이 아닙니다. '진화의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이론이죠.
즉 진화의 속도가 빠를 때의 화석은 진화의 속도가 느릴 때의 화석에 비해 적게 나타나기에 중간화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속평형설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구안롱
2. 화석이 되기 위한 조건
구안롱과 티라노사우루스는 둘 다 티라노사우루스상과(Tyrannosauroidea)의 공룡들입니다. 고생물학자들은 구안롱이 티라노사우루스로 진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안롱과 티라노사우루스 사이의 중간종, 즉 구안롱보다는 크고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작은 티라노과 공룡(구안-티라노)이 죽어 있습니다. 이 공룡이 화석이 된다면 구안롱과 티라노사우루스 사이의 중간화석이 발견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룡의 화석이 발견될 수 있을까요?
티라노사우루스

일단 이 구안-티라노 시체 주위로 스케빈저들이 모여듧니다. 이들은 시체의 살점을 뜯어먹으며 뼈를 산산히 흩어놓습니다.
흩어진 뼈는 낮에는 햇볕에 달구어지고 밤에는 차갑게 식으며 서서히 부서집니다. 결국은 뼈보다 훨씬 단단한 이빨 몇개만 남아 고생물학자들에게 발견됩니다.

이 이빨 모양을 보고 고생물학자들은 커다란 구안롱 또는 아직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로 간주합니다. 구안-티라노의 전신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이빨 몇개만으로 구안롱과 티라노사우루스 사이의 중간화석임을 입증할 수는 없는 것이죠.

대부분의 생물들은 죽은 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극히 일부만이 이빨 또는 작은 뼛조각만을 흔적으로 남깁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전체골격을 남겨 진화의 과정을 연구할수 있도록 합니다. 그 과정을 본다면 오히려 중간화석이 남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수많은 중간화석이 존재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상과 뿐 아니라 고래, 인간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말하자면, 화석으로 만들어지기 상당히 힘듦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중간화석이 이미 발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론자들의 생각과 달리 이미 충분한 수의 중간화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 : 진화론 이야기 - 중간화석에 대하여

창조론 이야기 - '진화론'의 정의

창조론자들은 흔히 '진화론'의 헛점을 짚으며 진화론은 거짓이라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진화론'을 보면 '진화론'이 '진화론'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참조].
그들이 말하는 '진화론'에는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창조론을 부정하는 모든 것'을 '진화론'으로 정의한다는 점이죠.

창조론에 의하면 지구나이 6000년이므로 지구나이를 45억년이라고 하는 '연대측정법'도 진화론, 신이 우주를 만들었으므로 '빅뱅이론'도 진화론, 모든 지층은 노아의 홍수 때 생겼으므로 지층생성에 관한 '지질학'도 진화론, ...
결국 그들이 말하는 '진화론'이란 실제로는 '반 창조론'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 창조론'에는 진화론뿐 아니라 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등 현대 과학의 모든 분야가 포함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자들은 자신들이 '진화론'만을 상대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상 그들은 현대과학 전반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즉, 창조론자들은 창조론에 방해되는 '진화론'이라는 돌부리를 파내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파내려는 것은 다음 그림과 같은 '현대과학 전체'인 것이죠.

불교와 진화론

웹서핑하는 중에, 불교에서 진화/창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 모임에서 나는 불교의 경우 창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또 어떻게 우주와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내용과 함께 불교에도 창조 신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나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서 이런 질문은 답변할 수 없으며 부처님께서 말룬카풋타 존자에게 내린 가르침을 담고 있는 ‘중아함경’에 근거해 이러한 내용의 토론 자체가 ‘무익하다’는 불교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그 독화살을 누가 쏘았고 그 사람의 계급은 무엇인지, 그 외의 기타 사항들을 자세하게 알게 될 때까지는 의사가 독화살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비유 설화도 들려주었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은 그러다가 결국 죽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마찬가지로 ‘부처께서는 자기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질문에 사로잡혀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급박하다’라고 가르쳤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러한 불교적인 해답들을 이슬람교나 다른 종교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불교적 가르침의 정밀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밝히게 되었다. 나는 불교의 가르침과 공룡, 진화론, 과학 등과의 갈등은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 모임의 다른 토론 주제인 ‘신앙과 이성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은 유용하고 또 정밀한 지적 체계라고 믿는다. 아마도 현대의, 철학적인, 존재론적인 질문들에 대한 불교의 답변은 증명될 수도 없는 유일신이나 다신론 또는 믿음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이면서 명확하고, 합리성에 부합된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인간 존재의 실상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결국 진화냐 창조냐 문제는 불교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군요. 개신교도 창조문제는 개신교의 본질과 관계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를...

진화론 이야기 - 사기치는 동물들

1. 크리스마스섬의 붉은게
앞에서도 올렸었지만 매년 번식기마다 마라톤을 하는 크리스마스섬의 붉은게가 있습니다(사진출처).
숲에서 바닷가까지 거의 8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여 생식을 합니다. 이 경주에서는 알을 품고 있는 암케보다 맨몸인 수케가 바닷가에 먼저 도달해서 암케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번 생존경쟁이 벌어지죠.

수케들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싸움을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 위에는 붉은게 수케들의 시체가 즐비해집니다. 그리고는 암케가 도착했을때 승리자가 짝짓기를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서 사기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약한 놈들은 격투가 시작되자마자 한대 맞고는 '죽은척' 시체더미에 숨어버립니다. 얼마후 암컷이 오면 기진맥진한 승자를 제치고 먼저 짝짓기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2. 미국 녹색개구리
미국과 캐나다 동부 습지에 서식하는 녹색개구리입니다. 이들은 번식기가 되면 서로 목청을 뽑냅니다. 멀리서 암컷이 수컷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면 짝짓기를 하는 것이죠.
암컷이 선택하는 수컷은 울음소리가 낮고 굵은 수컷입니다. 그럴수록 힘이 좋고 건강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종종 '교활한' 수컷이 존재합니다. 이 수컷은 스스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낮고 굵은 목소리를 내는 개구리 근처에서 기다립니다. 울음소리를 듣고 암컷이 다가오면 중간에서 가로채 짝짓기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 출처 : 진화에 정답이 어딨어?(외르크 치틀라우)

진화론에서 최적자fittest란 건강하고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으면 최적자입니다.
붉은게의 경우, 힘세지만 싸우다가 힘이 다 빠진 게보다는 힘은 약하지만 죽은척해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게가 최적자입니다. 개구리의 경우도 건강해서 우렁차게 우는 개구리보다는 약해빠져도 중간에서 암컷을 가로채는 개구리가 최적자입니다.
비록 그 결과가 약한 후손이 많아지는, 그래서 전멸로 가는 길이라고 해도 말이죠. 진화는 눈먼 시계공 - 미래에 대한 눈이 먼 시계공입니다. 지금 당장의 선택만 할 뿐 그 선택이 전멸로 가는 길인지 어떤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