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모임에서 나는 불교의 경우 창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또 어떻게 우주와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내용과 함께 불교에도 창조 신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나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서 이런 질문은 답변할 수 없으며 부처님께서 말룬카풋타 존자에게 내린 가르침을 담고 있는 ‘중아함경’에 근거해 이러한 내용의 토론 자체가 ‘무익하다’는 불교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그 독화살을 누가 쏘았고 그 사람의 계급은 무엇인지, 그 외의 기타 사항들을 자세하게 알게 될 때까지는 의사가 독화살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비유 설화도 들려주었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은 그러다가 결국 죽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마찬가지로 ‘부처께서는 자기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우주의 기원에 대한 질문에 사로잡혀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급박하다’라고 가르쳤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결국 진화냐 창조냐 문제는 불교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군요. 개신교도 창조문제는 개신교의 본질과 관계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를...
불교의 입장은 수미런던의 말과 다릅니다. 神, 또는 창조주가 우주를 창조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창조주라고 믿고 있는 神(梵天이라고 하지요)은 있다고 말합니다. 불교의 우주관은 명백히 우주는 중생, 즉 有情의 業(즉 까르마)가 우주를 만든다고 봅니다. 그리고 경전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유추하자면 진화론을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창조론도 아니며, 우연론도 아니며, 이주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왔다는 거죠. 적어도 현 우주의 인간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던 더 오래된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지구 형성기에 지구로 teleport되었고, 진화가 아닌 퇴화의 과정을 거쳐서 인류가 된 것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것이 진화론과 상충된다고 해서 기독교인들처럼 진화론이 틀렸다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겁니다. 그것이 맞건 틀리건 불교의 핵심적인 교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기독교에서 진화론을 부정할 수 밖에 없는 건, 성경의 불오류성이라는 미신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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