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도들은 왜 진화론을 거부하는가

진화론이 옳다면 야훼는 없다
야훼가 없다면 나는 구원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진화론이 옳다면 내가 구원받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해서 기를 쓰고 진화론을 부정하려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진화론이 틀렸다'고 하면 정말로 진화가 안될 거라는 착각이죠.

진화론 이야기 - 순혈의 허상

우리나라 신생아중 5%가 혼혈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댓글이 가관이군요. 인종청소 이야기까지... 하긴 같은 나라에서도 특정지방을 독립시키자는 소리까지 하는 족속들이란 생각을 하면 당연한 결과겠죠.

이 문제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1. 과연 우리가 단일민족일까?
일단 단일민족의 정의부터가 모호하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기록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북방민족(고구려, 백제)과 남방민족(신라)이 결합된 나라가 통일신라입니다. 거기에 일찍부터 발달했던 무역으로 인해 아랍상인들까지도 들어왔다고 하죠. 일설에 의하면 처용가(處容歌)의 처용이 아랍인이었으리란 설도 있습니다. 김수로왕의 왕비가 인도인이었다는 설과 함께 말이죠.
그 외에 확실하게 문헌에 기록된 것만 보더라도

① 얀 반스 벨테브레 : 하멜과 비슷하게 난파되어 조선에 도착한 네델란드인으로 하멜은 돌아갔지만, 벨테브레는 조선에 귀화해서 '박연'이란 이름을 받고 조선인으로 살았습니다.
② 샤야카 : 임진왜란시 일본군 장수였지만 수하를 이끌고 귀화해서 큰 공을 세운 후 나라에서 '김충선'이란 이름을 하사받고 조선인으로 살았습니다.
③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여진족 등 이민족의 견제수단으로 그들의 귀화를 적극 장려했습니다.
④ 어두운 역사지만, 수없이 많은 외침(몽골침략, 왜란, 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이 여성들이죠.

이런 것을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단일민족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2. 과연 단일민족이 좋은 것일까?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혈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상이 많이 퍼져 있었습니다. 순수한 혈통은 결국 순수한 유전자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유전자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눈먼 시계공이라는 진화과정이 늘 그렇듯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진화가 결국 유전자를 절멸시키는 지경으로 몰아넣는 일이 흔합니다. 이와 같은 '순혈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해리포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죠. 해리포터의 악역 볼드모트는 마법학교를 세운 마법사 '슬리데린'의 후손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후손은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피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고귀한 마법사들끼리만 혼맥을 맺다 보니 그 후손이 기형에 정신이상 등으로 인해 '고귀한 핏줄'이란 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신세가 됩니다. 다만 '머글'과 결혼한 딸만이 제대로된 아들을 낳고 그가 볼드모트가 된 것이죠.
이런 것이 단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일까요?

① 신라 성골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순혈주의' 집단이죠. 내부에서만 혼인을 하며, 외부집단과 맺어진 사람은 '진골'이라 배척하던 집단입니다.
비록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성골의 숫자는 점점 줄어 결국에는 진골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②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 :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델란드 등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들 역시 순수한 혈통을 위해(또는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왕가끼리의 근친결혼이 성행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를 제외한 전체 유럽왕조를 합스부르크 왕가가 차지할 수 있었지만, 또한 '합스부르크 턱(Hapsburg jaw)'이란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런 근친결혼의 폐혜는 계속 누적되었으며, 합스부르크왕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에 이르러 절정에 달합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의 콘잘로 알바레즈 교수팀은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과 원위세뇨관 산증이라는 유전질환이 혼합된 희귀한 질환을 앓는 상태였고, 그가 앓았던 대부분의 질병은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알바레즈 교수는 “이러한 유전적 배경이 카를로스 2세의 발기부전과 불임을 비롯해 그가 앓았던 여러 가지 희귀한 유전질병들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③ 인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개의 경우는 상당히 심각합니다.


사람이 원하는 특징을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그 특징을 가진 개를 교배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원하는 특징이 그렇게 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죠. 형제자매나 부모자식간에 같은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경우에 가까운 근친끼리 교배해 그 특징을 강화하곤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근친교배를 반복하는 동안 개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형편없이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가 각종 유전병으로 나타납니다.
- 불도그는 커다란 머리로 인해 귀여워보이지만, 그 큰 머리로 인해 자연분만이 불가능합니다. 불도그는 모두가 제왕절개로 태어납니다.
- 코카스패니얼의 경우 백내장이 많이 나타나며, 콜리종의 개는 안구기형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 리트리버는 삼첨판막이형성증이 나타나 강아지때부터 죽을 수 있습니다.
- 그 외에도 쿠싱신드롬이나 갑상선기능저하 등의 호르몬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순종견들이란 유전병 환자 -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소규모의 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집단이 커지더라도 이와 같은 현상은 시간만 더 걸릴뿐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많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단일민족'을 계속 고집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저런 유전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물론 인구수가 있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썩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흘러야 합니다. 즉 외부에서 다른 물을 받아들이고 또한 자기 물을 내보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유전자들'이 썩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외부 '이민족의 유전자들'을 받아들이고, 또한 우리나라의 유전자를 외부로 내보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위에서 말한 '신생아중 5%가 혼혈'이란 기사는 아주 반가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이 혼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지만요. 공공연히 인종청소 따위를 부르짖는 자들은 스스로 멸망을 향해 걸어가는 멍청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