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켈의 배아 사진 역시 창조론자가 우려먹는 사골(?) 중 하나입니다. 하도 많이 우려먹어 더이상 우러나올 것이 없을것 같은데도 잘도 우려먹고 있더군요.
헥켈이 배아사진을 조작한 것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하지만 창조과학회의 전략(?) 때문인지, 헥켈의 배아 문제의 촛점은 사진위조에만 맞춰져 있을 뿐, 헥켈의 실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진이 아닌 헥켈의 이론 자체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헥켈의 배아 실험의 의의는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의 배아를 관찰해 보면 아가미줄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꼬리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어류->포유류->인간으로의 계통발생을 반복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은 '사진조작'을 '실험조작'으로 확대해서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고 야단이더군요.
헥켈의 이론을 교과서에서 빼기는 아주 쉽습니다. 직접 실험을 통해 개체발생과 계통발생은 관련 없다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창조론자들은 그런 실험을 하기보다는 헥켈의 위조에만 매달립니다. 실험을 통해서는 헥켈의 이론을 퇴출시킬 수 없기 - 즉 헥켈의 이론 자체는 틀리지 않기 - 때문이죠. 그러므로 헥켈이 조작했던 사진만 원래 사진으로 바꾸어 놓으면 헥켈의 이론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헥켈의 잘못이라면, 100점짜리 이론을 가지고 보너스를 더 받겠다고 사진을 조작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결국 그 사실이 탄로나서 보너스는 커녕 오명만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물론 이것을 밝혀낸 것 역시 진화론자들이었지 창조론자가 아닙니다). 헥켈이 조작했던 사진만 되돌려놓는다면 100점짜리 이론 맞습니다. 그 때문에 헥켈의 이론은 교과서에서 퇴출당하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