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다윈의 유언

창조론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윈도 죽을때 '진화론을 만든 것'을 후회했다고 말이죠.
사실 진화론을 만든 것도 다윈이 아닙니다. 생물이 변할 수 있다는 보고는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었고, 다윈은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통해 진화론을 정립했을 뿐이죠.
또한 다윈이 진화론을 부정하든 말든 진화론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은 이미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기 때문이죠(참고).

그런데 이러한 '다윈의 유언'은 창조과학회에서조차 부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윈은 자기의 주장을 철회하였는가?
(Did Darwin recant?)
Russell M. Grigg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1882년 4월 19일에 73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가 불신자로 죽었다는 것을 슬퍼했던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다윈이 죽음 직전에 침상에서 기독교로 전향(death-bed conversion)했고 진화론을 포기하였다는 여러 뒷이야기들이 몇 년 동안 떠돌아 다녔다.

<중략>

그러므로 다윈은 자기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오늘날 호프 부인의 이야기가 간혹 소책자에 출판되어 선의의 사람들에 의해서 배포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출처 : 창조과학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창조과학회를 뒤져보면 아주 아쉬운 듯이 다윈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창조과학회의 글들을 열심히 퍼나르는 창조론자들도 창조과학회의 이 글은 못보는지 계속 '다윈의 유언' 어쩌고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출처 : 그날의 양식
사실 창조과학회의 이 기사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화론의 허구' 같은 거짓말들은 홈페이지 전면에 위치한 반면 이 글은 한참 검색을 해야 나오기 때문이죠(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창조과학회 글을 찾아 보여주기 귀찮아서 말입니다.).

아마도 이 기사는 단지 창조과학회의 면피성 글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다윈이 말년에 진화론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명목을 세워 놓고, 대신 다른 창조론자들이 다윈의 말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방치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한 거짓으로라도 진화론을 훼손시켜 보려는 헛된 시도로 말이죠.
설사 실제로 다윈 자신이 진화론을 부정했다고 해도, 진화론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다윈은 진화론의 시작일 뿐, 진화론에는 다윈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진화론 자체가 '다윈의 진화론'이 아닌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진화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