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되 늘 깨어 있으라

최교수         그래서.. (돌아서더니 칠판에 “理想”이라 적는다.)
                  이상은 꿈이고, 자신감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희망입니다.
                  원대한 이상을 품은 과학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최교수, 이상 옆에다 나란히 “懷疑”라고 휘갈겨 쓴다.

최교수         회의는 깨어 있는 것이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이 말을 잊으면 안됩니다.
                  냉철한 회의를 하지 못하는 과학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과학자입니다.

최교수의 시선이 경진과 마주친다.

최교수         (경진을 똑바로 본 채로) 오늘 강의 시간이 다됐군요.

울먹해서 보는 경진. 저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들.
칠판틀에 분필을 내려놓는 최교수. 돌아선채 잠시 가만히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

최교수        (돌아서며) 여러분은.. 내가 강단을 떠나도.. 나를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꿈을 꾸되... 늘 깨어 있어라..... 이만 강의를 마칩니다.




예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카이스트'의 한장면입니다. 정년을 맞은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 장면입니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꿈만을 꾸는 사람은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꿈을 꾸면서(理想) 깨어있는(懷疑) 사람만이 제대로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비록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천국의 문 앞에서

(불이 켜지면 무대 왼쪽 절반이 장막으로 가려져 있다. 무대는 드라이아이스안개가 자욱하게 뿌려져 있다)
(오른쪽에서 남자1, 남자2 등장)

남자1 : 자, 이제 천국의 문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남자2 : 그런데 우리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겠지?

남자1 : (자신만만하게) 무슨소리? 우리는 성경말씀을 실천하다가 여기 오게 된 것이네. 우리같이 믿음을 가진 신자가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천국에 갈 수 있단 말인가?

남자2 :그렇겠지?


(무대 왼쪽 장막이 걷히며 천국의 문과 그 앞에 서있는 천사가 나타난다.)

남자2 : 앗 저기 천국의 문이 보인다.

(남자1, 남자2 천국의 문으로 다가간다)

천사 : (남자들을 보고) 어서오십시오, 저는 베드로라고 합니다.

남자1 : (남자2에게 소곤댄다) 베드로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

남자2 : (남자1에게 소곤댄다) 맞아, 역시 성경은 진리였어! 우리는 천국으로 간다!

천사 : (손에든 장부를 펼쳐보며) 두분은... 목사님이셨군요. 주님의 은총을 전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남자1 : (자신만만하게)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것 뿐인데요.

남자2 : (역시 자신만만하게) 저희가 한 일을 보시면 당연히 천국에...

(남자1이 남자2의 허리를 찔러 말을 끊는다)

천사 : (장부를 계속 보며 어두운 얼굴로) 그런데... 두분은 경찰차에 쫓기다가 사고를 당해 여기 오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네요.

남자1 : 아, 그건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주님의 은총을 모르는 놈들이 많아서...


남자2 : 이교도들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그놈들은 민족정기니 뭐니 해서...

남자1 : 이교도의 우상을 초등학교에까지 세우고 있지 뭡니까?

남자2 : 그래서 우리는 성경의 계율대로 우상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남자1 : 그런데 이교도들은 우릴보고 개독이니 뭐니 하면서 핍박을...

남자2 : 경찰들까지 우리를 핍박하는 바람에 여기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천국에...

(남자1이 남자2의 허리를 찔러 말을 끊는다)

천사 : 예, 잘 알겠습니다. 그 일은 주님이 공정히 심판하실 겁니다. 그런데 조금 기다리셔야겠네요. 지금 하느님은 손자분을 만나고 계십니다.

남자1 : 예? 그럼 예수님에게 아들이...

천사 : 아니, 하느님에게는 아드님이 세분 계십니다. 그중 막내아드님의 아들을 만나고 계시죠.

(남자1, 남자2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

남자2 : 성경에는 예수님이 독생자라고...

천사 : 기록은 변하기 마련이죠. 지금부터 약 5천년전, 서방 사람들은 아직 예수님을 영접할 준비가 안되어 있었지만 동방에서는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래서 그때는 예수님의 동생분이 동방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분은 맨날 전쟁중이던 곰족과 범족을 화해로 이끌었으며, 곰족의 여인과 결혼해서 손자분을 낳았습니다. 그분이 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셨죠.

남자1 : 그런데 성경에는 그런말이...

천사 : 성경은 예수님의 기록이니 동방의 일까지 쓸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동방에서는 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지금도 삼국유사란 책에 적혀있다고 하던데요. 물론 그 이야기도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식으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남자2 : 하지만 성경에는...

천사 : 그런데 하느님은 걱정이 많으십니다.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당신의 제자들이 당신의 손자분을 욕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하느님은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율을 넣은 것을 후회하고 계십니다. 당시 서방의 이교도들이 인신공양을 일삼고 있었기에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율을 넣었는데, 제자들이 그 계율을 핑계로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 계율 때문에 손자분이 모욕을 당하고 있으니까요.

(남자1, 남자2, 놀란 표정에서 절망의 표정으로 바뀐다)
(천국의 문 서서히 열린다)

천사 : 아, 이제 시간이 된 것 같군요. 들어가세요.


(남자1, 갑자기 달려들어 천사의 멱살을 잡는다)

남자1 : 이단! 성경기록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다니, 넌 이단이다!

천사 : 이.. 이것봐요, 보다시피 난 천사라구요

남자2 : (천사 뒤에서 천사의 목을 조르며) 네가 천사라구? 사탄도 처음엔 천사였다! 너도 타락한 모양이군, 주님의 이름으로 내가 널 처단하겠다!

남자1 : 뭐, 예수님의 동생? 하나님의 손자?  넌 우리 믿음을 시험하려는 사탄임에 틀림없다!

(투닥거리는 소리, 천사의 비명이 점차 작아지며 불이 꺼진다)

창조론 이야기 - Project Steve

과학계에 있어서 지지하는 사람들 또는 비판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고전시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던 평평한 지구론, 중세시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던 천동설 등은 결국 모두 틀린 것으로 판명났죠.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창조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에 잘못된 희망을 가진 듯 합니다.


나의 거의 어려움 없이 진화론적 자연주의를 거부하는 3,000여 명의 교수, 과학자, 학자들의 명단을 모을 수 있었다.
........
이 목록에서 나는 3,000 명 이상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명단에 추가되어질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단과 대학 교수를 포함하여) 여기에 기재되어 이름이 발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보복 가능성과 경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창조과학을 믿는 사람들은 종종 '진화론을 믿지 않는 과학자들의 명단'을 들고 나오곤 합니다. 유명한 과학자들조차 창조론을 믿고 있다는 증거로서 말이죠.

이에 대해 미국의 국립자연과학센터(NCSE : National Center for Science Education)에서는 반 장난삼아, 이를 패러디한 Project Steve를 만듧니다.
우리는, '과학적인 문제는 어느 쪽이 더 많은 과학자들을 끌어들이느냐로 결정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대중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We did not wish to mislead the public into thinking that scientific issues are decided by who has the longer list of scientists!)라는 전제 하에, 진화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명단 - 작고한 스티브 J 굴드를 기리는 뜻에서, 이름이 스티브계(Steve-o-Meter : 스티브, 스티븐, 스테판, 스테파니, 에스테반 등)인 사람들만의 명단 - 을 만드는 것입니다.
2011년 1월 31일 현재 진화론을 지지하는 '스티브'들은 1153명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과학자들 중에 스티브계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약 1% 정도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둘]

앞에서 진화론 이야기 -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에서도 언급했지만,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화론의 상대개념*인 창조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으니+ 진화론도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고, 설명하지 못하면 진화론은 거짓이라는 생각일지도 모르죠.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진화는 일어났는데 왜 저런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냐? 이런 것도 설명 못하는 진화론은 거짓이다란 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빗방울은 바위에 떨어졌는데, 저 빗방울은 왜 연못에 떨어졌냐? 이런것도 설명 못하는 중력이론은 거짓이다와 정확히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빗방울이 어느 곳에 떨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빗방울의 초기위치, 위치와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풍속, 이웃 빗방울이 만드는 기류변화 등 무한에 가까운 수식을 풀면 말입니다. 중력이론은 이러한 세부적인 수식을 생략하고 '모든 물체에는 중력이 작용한다'는 명제만을 담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어디 떨어질지 예측을 생략했다고 해서 중력이론을 거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수천년, 수만년에 걸친 환경변화, 유입되는 또는 유출되는 포식자 및 피식자들, 그 생태계에서 각자가 차지하는 생태지위(niche)의 변화, 그 집단의 유전자 풀의 변화 등 무한에 가까운 수식을 풀면 말입니다. 진화론은 이러한 세부적인 수식을 생략하고 '모든 생물은 변한다'는 명제만을 담고 있습니다. 생물이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을 생략했다고 해서 진화론이 거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진화론이 창조론의 상대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창조론자들 뿐입니다. 대다수의 진화론자들은 창조론에는 관심도 없죠. 마치 '가'는 '나'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지만 정작 '나'에게는 '가'는 안중에도 없다고 할까요, 저를 비롯한 인터넷의 '진화론자'들, 더 나아가 도킨스가 상대하는 것은 창조론이 아니라 창조론자들의 거짓말입니다.
+ 창조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그 설명은 '종교적 설명'일 뿐입니다. 신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않는 이상 창조론의 설명은 '과학적 설명'이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