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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이야기 - 원숭이의 양심

실험 1
'학습에 징벌이 미치는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피실험자 ㈎와 피실험자 ㈏를 모집합니다.
㈎는 격리된 장소에서 전기충격기를 달고 문제를 맞출 준비를 합니다.
㈏는 감독관 옆에서 ㈎가 틀렸을때 전기충격을 줍니다. 전기충격은 따끔할 정도인 15V부터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는 450V까지 있습니다.
감독관은 ㈎에게 질문을 하며, 틀릴 때마다 몇볼트의 충격을 주라고 지시합니다.
처음에는 낮은 전압부터 시작하지만, ㈎가 자꾸만 틀리니 감독관은 점점 더 높은 전압을 주라고 지시합니다. 그때마다 옆방에서는 비명이 점점 커집니다.
마침내 옆방에서는 비명소리조차 사라지고 조용해졌지만 감독관은 450V의 전기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합니다. ㈏가 주저하자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누르라고 강요합니다.

실험 2
두 마리의 붉은털원숭이를 서로 보이는 금속우리에 가둬놓습니다.
그중 한마리의 우리에는 버튼이 하나 달려 있으며, 그 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먹이가 공급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옆의 우리에는 전기충격이 가해져 다른 원숭이에게 고통을 줍니다.
몇번 버튼을 누르고 먹이를 먹던 원숭이는 결국 버튼을 누를 때마다 옆의 원숭이가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위의 실험 1은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권위에 대한 복종'을 실험한 것입니다. 1,2차대전을 겪으면서 '상부의 지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잔학행위가 벌어진 것을 보고 실험을 기획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실제 피실험자는 ㈏이고, ㈎는 피실험자를 연기하는 - 일부러 문제를 틀리고 ㈏가 스위치를 누르면 충격이 전혀 없음에도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 실험자였죠.
실험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거의 60% 넘는 사람들이 감독관의 명령에 의해 최고 450V까지 ㈎에게 고통을 주고 말았습니다.
비록 실험 자체에 대해서는 (피실험자 ㈏를 속였다는 비윤리성을 포함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은 권위에 의해, 또는 자신의 양심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양심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험 2 역시 스탠리 밀그램이 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서 붉은털원숭이는 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먹이가 나오지만 옆 원숭이가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15일 동안이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굶주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실험만으로 '인간에게는 양심이 없다'거나 '인간보다 원숭이가 더 양심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에게는 원숭이에게는 없던 '버튼을 누르라는 감독관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15일 동안이나 자신은 굶어가며 동료의 고통을 막아준 원숭이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인간에게만 양심이 있다 - 인간만이 특별하게 창조된 존재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진화론 이야기 - 미친 원숭이

붉은털원숭이
인도와 중국 북부에 서식하는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s)를 연구하던 스티븐 수오미(Stephen Suomi) 박사는, 매 세대마다 통제불능의 수컷원숭이(소위 미친원숭이)들이 일정비율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미친원숭이들은 나뭇가지 사이를 위험하게 뛰어다니는등 거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한 짓을 하곤 했습니다.

이 미친원숭이의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뇌에서 세로토닌을 만드는 부분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우울증 치로제인 프로작(Prozac)은 두뇌의 세로토닌 합성에 영향을 줍니다). 아마도 먼 옛날 이러한 돌연변이가 일어난 후 그 유전자가 점차 증가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이는, 작게는 자기 자신의 위험으로부터 크게는 천적의 시선을 끌어 붉은털원숭이 집단 전체에 대한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돌연변이가 어떻게 자연선택이라는 '체'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요?
혹시 이 미친원숭이가 강간에 가깝게 암컷과 강제적인 짝짓기를 해서 유전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도 있었지만, 관찰결과 이 미친원숭이들은 집단 전체의 배척을 받기에 암컷에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수오미 박사는 그 이후, 전체 붉은털원숭이 집단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미친원숭이들 뿐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원숭이들이 이 '미친원숭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뿐 아니라, 그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들은 소수의 미친원숭이들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집단의 주도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 돌연변이는 원숭이를 미치게 하는 동시에 상당한 리더쉽을 발휘하게 만드는 그런 유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집단을 위험에 빠뜨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연선택에 의해 번성할 수가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똑같은 유전자가 어떤 원숭이에게는 미친 짓으로 나타나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리더쉽으로 나타날까요? 몇달에 걸친 연구 끝에 수오미박사는 어미원숭이의 양육방식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어미가 적절한 피드백으로 새끼원숭이를 교육시키면 그 '미친원숭이 유전자'는 높은 리더쉽으로 발현됩니다. 반면 그러한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적절치 못하면 무모함으로 발현된다는 것이죠.

훗날 수오미박사는 인도를 떠나 중국 북부의 붉은털원숭이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의 붉은털원숭이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중국에 정착한 것이 중국의 붉은털원숭이입니다.
여기서 수오미박사는 중국의 붉은털원숭이가 인도의 원숭이보다 훨씬 '미친짓'을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친원숭이 유전자'의 비율 역시 중국 쪽이 더 높았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미친 짓'을 한 원숭이들의 후예답게 말입니다.


참고문헌 : Suomi, S. J. (2005) "Genetic and environmental factors influencing the expression of impulsive aggression andserotonergic functioning in rhesus monkeys." In Development Origins of Aggression (R. E. Tremblay, W. H. Hartup, and J. Archer, eds.) New York, Guilford Press, 63-82

출처 : 진화론의 유혹(데이비드 슬론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