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 오델로 - 유전자설계

오델로(Othello)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8×8의 칸에 교대로 돌을 놓으며, 내 돌 사이에 상대방의 돌을 끼워넣으면 내 돌로 바뀌는 것이죠. 물론 오델로게임을 하는 AI는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델로게임을 하는 AI를 유전자알고리즘으로 진화시킬 수 있을까요?

1. 유전자설계 및 작동방식
일반적으로 이런 게임에서는 놓을 수 있는 자리를 탐색 후 각 자리에 가중치를 계산,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갖는 장소를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흰돌이 놓을 차례라면
흰돌을 놓을 수 있는 '가'~'마'까지 다섯군데의 가중치를 계산합니다.
오델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선으로 상대방 돌을 포위할 수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그러므로 '나' 위치의 가중치를 계산한다면 다음과 같은 네 방향의 패턴을 추출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흰돌이냐 검은돌이냐가 아니라 내돌이냐 상대방돌이냐로 구분을 해야 합니다. 흑돌이냐 백돌이냐로 구분하면 흑의 입장이냐 백의 입장이냐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빈칸을 '.', 상대방돌을 'E', 내돌을 'M', 가중치를 계산할 장소(여기서는 '나' 칸을 의미)를 '+'로 한다면, 붉은색선 방향으로는 '..+EMM..', 노란색선 방향으로는 '...+....', 녹색선 방향은 '..+EE..', 보라색선은 '..+E..'이란 패턴이 추출됩니다. 이렇게 추출된 패턴으로부터 가중치를 구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만들려는 '오델로플레이어'의 유전자는 이러한 '패턴과 가중치의 묶음'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오델로플레이어의 유전자가 다음과 같다면

('.M+.E.', 0.7235)
('...+....', 0.798)
('..+EMM..', 0.37)
('..EE+..', 0.625)
('..M+EM.', 0.012)

각 방향에서 찾은 패턴을 이 '유전자 묶음'으로부터 찾아 가중치를 더합니다. '..+EMM..'의 경우는 0.37, '...+....'의 경우는 0.798이 되겠군요. '..+EE..'은 이 묶음에 없지만 대신 '..EE+..'은 존재하는군요. 그 값은 0.625입니다.
그런데 '..+E..'의 경우는 뒤집힌 '..E+..'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 오델로플레이어가 이와 같은 패턴을 처음 만난다는 뜻입니다. 이럴 경우는 이 패턴을 끼워넣고 랜덤값을 추가합니다. 즉

('.M+.E.', 0.7235)
('...+....', 0.798)
('..+EMM..', 0.37)
('..EE+..', 0.625)
('..M+EM.', 0.012)
('..+E..', 0.152)

랜덤으로 발생된 0.152라는 가중치를 가지고 '..+E..'라는 패턴이 추가되었습니다. 결국 '나' 위치의 가중치는 0.37 + 0.798 + 0.625 + 0.152 = 1.945가 되겠죠. 이런 식으로 '가'~'마'까지의 가중치를 계산한 후 가장 높은 가중치의 위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과학적 방법이란?

높은 산 꼭대기에서 소금호수가 발견됩니다. 엄청난 양의 소금결정과, 우기에는 짙은 소금물이 고이는 호수입니다. 이 소금호수가 어떻게 생겼을까요?

창조론자 및 성경무오론자들의 연구
이것은 틀림없이 노아의 홍수때 바닷물이 이곳까지 차올라왔다는 증거이다. 역시 성경은 진실이로다. 할렐루야. 신은 위대하시도다. 아멘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른 조사 따위는 불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이 소금호수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노아의 홍수를 증명하는 증거'로서 인용됩니다. 실제로 과학적 방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또는 과학적 방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과학적 방법에 의한 연구
1. 가설을 세운다. - 지각변동에 의해 바닷속에 있던 지형이 산이 되면서 생긴 것이다.
이 가설에서 끝난다면 창조론자들과 다를 바가 없겠죠.
2-1. 가설에 따른 예측을 한다. - 가설이 맞다면 주위에 바다생물들 화석이 많을 것이다.
3-1. 예측이 맞는지 조사한다.
즉 소금호수 주위에서 바다생물의 화석이 나타나는지 조사를 합니다. 실제로 바다생물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면 가설이 강화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다시 2번단계로 되돌아갑니다.
2-2. 가설에 따른 예측을 한다. - 지각변동에 의한 것이라면 습곡현상이 있어야 한다.
3-2. 예측이 맞는지 조사한다.
역시 주위에서 습곡을 발견할 수 있다면 가설은 더욱 힘을 얻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만약 가설이 맞다면 ~~이 있어야 한다/있으면 안된다'는 예측을 하고 정말 그 예측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예측이 틀리다면 어떻게 될까요?
2-3. 가설에 따른 예측을 한다. - 만약 바닷속에 있었다면 육지생물의 화석은 발견되면 안된다.
3-3. 예측이 맞는지 조사한다.
그런데 어떤 소금호수 주위에서 육상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가설을 폐기할까요? 그전에 먼저 보조가설을 만들어 봅시다.
2-3-1. 그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서 육상생물의 시체가 밀려와 화석이 되었을 것이다.
이것 자체가 새로운 가설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2-3-2-1. 가설에 따른 예측을 한다. - 강물로 농도가 옅어질 테니 소금호수의 규모가 작을 것이다.
2-3-3-1. 예측이 맞는지 조사한다.
2-3-2-2. 가설에 따른 예측을 한다.
2-3-3-2. 예측이 맞는지 조사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합니다. 여기서도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있다면 그에 대한 보조가설을 만들고, 다시 그 보조가설에 대한 예측을 하고....
만약 어떤 보조가설로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그 위의 보조가설을 폐기하고 새로운 보조가설을 만들어 검증하거나 심하면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이었던 '소금호수는 지각변동에 의해 생겼다' 자체를 폐기하고 새로운 가설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가설과 보조가설, 2차보조가설, ...들에 의한 예측을 모두 통과했다면, 일단 그 과학자 개인에 대한 확신은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끝이 아닙니다. 이것을 발표하면 다른 과학자들이 그 가설에 의한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즉 개인단위에서 진행되던 과정이 그 분야의 과학자 전체 수준으로 확장되는 것이죠.
여기서도 가설과 보조가설, 2차보조가설,.... 등에 의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예측을 모두 검증해야 '소금호수는 지각변동에 의해 생긴 것이다'라는 것은 가설을 벗어나 정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설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날까요? 만약 어떤 소금호수에서 바다생물의 화석은 전혀 안나오고 육지생물의 화석들만 발견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보조가설들을 만들어서 이 현상을 설명해야 합니다. 어떤 보조가설로도 이 소금호수를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설이라도 버려지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적 방법입니다.

*******************************************************************

물론 창조론자들도 가설과 보조가설들에 의한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이 틀렸음을 지적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역시 활발하게 그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지적이 과학자들을 향한 학회차원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창조론 책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지적이라는 것이 '소금호수 근처에서 육상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으므로 깊은 바다가 융기했다는 가설은 틀렸다' 정도 수준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가지 가설의 추가와 추가된 가설의 검증에 의해 해석이 완료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자들의 저런 행동은,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기존의 정설도 헛점이 많다는 - 지각융기론이나 노아홍수설이나 똑같다는 - 오해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창조론자들 및 성경무오론자들은, 자신들이 '과학적 과정에 의한 결론'을 너무 쉽게 내리고 있기에 진화론자들 및 다른 과학자들도 별 연구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현재 '과학의 정설'에 그렇게 쉽게 말도 안되는 딴지를 걸곤 하는 것이죠. 그야말로 그 가설을 정설로 만들기 위해 수십년을 노력한 수많은 과학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바이러스 진화설

구글에서 '바이러스 진화설'을 찾아보면 뜻밖에 창조론자 블로그로 많이 이동됩니다. 물론 창조과학회 사이트에서도 '바이러스 진화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을 본다면 창조론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 진화설이란 '부족한 근거를 무릅쓰고 진화론을 믿기 위한 진화가설자들의 몸부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창조과학사이트에서는 이러한 말로 끝을 맺고 있더군요.

진화론자들이 그러한 불완전한 진화론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이유가 뭘까? 더 이상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진화론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진화론을 부정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밖에 없다. 그러한 사실들을 진화론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과학적인 증거의 확실성으로 진화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하나님을 받아들이기 원치 않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너무나 불완전하고 모순 투성이인 진화론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진화론을 붙잡을 것이다.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의 문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내 마음에 하나님 알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자체가 감사의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창조론자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이미 '진화'는 관측된 현상입니다. 그리고 진화론은 그 '진화'란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죠. 다만 진화를 100%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아닙니다. 소위 말하면 2% 부족한 이론입니다.
바이러스 진화설이란, 아직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바이러스 진화설이 그 2%를 채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만약 바이러스 진화설로 그 2%를 채울수 없다면 또다른 가설을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그 새로운 가설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없다면 다시 다른 가설을 찾고.... 이렇게 끝없이 계속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진화론자들의 허무한 몸부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진화론이 아니면 창조밖에 없다'는 입장은 오히려 기독교계에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섯불리 신을 끌어들인다면, 훗날 진화론이(또는 진화론을 대신한 다른 이론이) 완전하게 과학적으로 밝혀진다면 결국 신의 입지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창조론자들은 사람들을 신으로 인도하는 신의 사자가 아니라, 신과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사탄의 추종자가 아닐까 합니다.

관련글 : 진화론 이야기 - 바이러스 진화설

진화론 이야기 - 바이러스 진화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입니다. 그런데 항생제가 오남용될 경우, 박테리아들은 그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그 항생제를 접해본 적이 없는 박테리아들조차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유전자의 수평이동'이라 합니다. 그리고 유전자가 수평이동하는 원인은 바이러스, 특히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DNA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RNA입니다. 그러므로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는 자신의 DNA로부터 RNA를 전사(transcription)한 후 RNA로 단백질을 만들게 됩니다. 바이러스들은 RNA를 가지고 있으므로 직접 단백질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레트로바이러스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RNA를 DNA로 역전사하는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DNA는 핵 속으로 들어가 숙주의 DNA 속에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이후로 이 세포는 새로운 DNA의 명령에 의해 바이러스의 RNA와 바이러스 외피를 생산하고 만들어진 바이러스들이 세포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이러스의 복제과정이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어 DNA가 훼손되었지만 더이상의 바이러스생산이 계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바이러스 복제 중에 숙주 DNA의 부분까지 같이 끼어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가 복제될때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주는 부분까지 끼어들어가 복제된 후, 이 바이러스가 다른 박테리아에 감염된다면, 새로운 박테리아는 자신이 접해본 적이 없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 진화설이란 이러한 과정이 진화의 한 축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연구입니다. 비단 이러한 '유전자의 수평이동'이 박테리아들 사이에서만 일어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 어느 참새가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서 역전사된 DNA는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 바로 옆에 자리잡았습니다.
- 이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도중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까지 딸려서 복제되었습니다. 결국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들이 퍼져나갔습니다.
- 새로운 바이러스는 수정란 상태의 송어에 감염되었습니다. 수정란은 깃털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채 성체 송어로 자라났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깃털 유전자를 가진 송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 깃털유전자가 송어에게서 발현된다면 깃털을 가진 송어가 나타날 테고, 만약 이 깃털에 의해 적응성이 늘어난다면 '깃털을 가진 송어'라는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위와 같이 바이러스에 의해 쓸만한 유전자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해도 숙주의 DNA를 훼손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의 특성상 숙주에게 유전적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죠. 기린의 긴 목이 바이러스에 의한 '유전병'일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제가 '바이러스 진화설'이라고 쓴 것처럼 이것은 아직 '가설'에 불과합니다. 아직까지 연구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죠. 이 바이러스 진화설이 '바이러스 진화론'이란 정설이 될지, 아니면 폐기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깃털유전자를 가진 송어'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전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라는 잡지에서였습니다. 송어 유전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류들만이 가지고 있는 깃털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였습니다. 다만 쓰이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발현되지 않고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제가 진화론에 대한 흥미가 없었기에, 단순히 '깃털유전자를 가진 물고기'라는 기억만 남아 있는데, 지금은 그 자료를 찾을 수가 없군요.

** 기린의 긴 목이 바이러스에 의해 유전자가 훼손된 결과라는 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린의 긴 목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가 많기 때문이죠. 먼저 머리 끝까지 피를 밀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심장, 그 혈압을 견딜 수 있는 동맥, 그리고 머리를 숙였을때 피가 두뇌로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그물망(괴망) 등등... 만약 기린의 목이 바이러스 때문이라면 이러한 장치들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글 :
창조론 이야기 - 바이러스 진화설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기린의 후두신경

잘못된 설계의 보기로 기린의 후두신경 이야기는 유명하죠. 불과 3,40cm 떨어진 후두를 연결하기 위해 6미터가 넘는 신경섬유를 엮은 것 말입니다.
이번에 실제로 기린 후두신경의 그림을 구한 관계로 기사를 올려볼까 합니다.
원본은 http://shaind.egloos.com/5269843에 있는 그림이며, 후두신경 부분을 붉은색으로 다시 그렸습니다. 보시다시피 후두신경이 목을 타고 내려와 심장 부근에서 대동맥을 한바퀴 돈 후 다시 목을 타고 올라가 후두에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의 물고기에서 붉은색으로 연결된 것이 물고기의 후두신경입니다. 물고기의 경우에는 심장과 두뇌가 가깝기에 후두신경이 대동맥과 얽혀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다 보니 기린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황당한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이죠.

비단 기린뿐 아니라 말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들이 저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지적설계였다면 지적설계자는 '후두신경은 반드시 대동맥을 한바퀴 돌아야 한다'는 일종의 편집증을 가지고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론의 악덕

어느 창조론자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입니다.
진화가설 덕에 제국주의가 횡횡해서 식민지배가 정당화된건 모르시나요? 이로인해 죽어간사람이나 고통받은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찌 생각이나 해보셨나 궁금합니다 유태인 학살이나 장애자 7만 학살이 바로 님들이 신봉하는 종교인 진화설에 근거했습니다 자살이 늘고 강간도 정당화되고 낙태도 정당화되는 가설을 두고도 생명의 존중 어쩌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차라리 성범죄자가 여성을 존중한다고 우기시는게 나을듯 하네요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정말로 현대의 모든 악덕이 단지 진화론 탓일까요?

가. 진화론과 제국주의
카스티야와 레온과 아라곤의 강력한 군주 페르디난드와 요하나 만세. 왕의 이름과 카스티야 왕권을 위해서 나는 이 바다와 땅과 해안과 항구와 섬들을 합법적으로 영원히 인수하노라. 나는 맹세한다. 기독교도나 이교도의 어떤 영주나 선장이 이 땅과 바다에 대해서 그 어떤 권리라도 주장하려 든다면 이 바다와 땅의 주인이신 카스티야 왕의 이름으로 방어를 하겠노라. 이 바다와 땅은 세계가 지속되는 한 지금도 그리고 최후의 심판날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카스티야 왕의 것이다
(출처 : 광기와 우연의 역사)
1513년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태평양에 도달한 바스코 누녜즈 데 발보아(Vasco Núñez de Balboa)가 태평양 가에서 스페인 국기를 흔들면서 국왕에게 한 맹세입니다. 대부분의 탐험가들도 마찬가지로 소위 '신대륙'에 깃발을 꽂으면 그 주위 땅에 대해 합법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웃긴 것은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죠.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대륙을 '신대륙'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우스운 일입니다.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원주민이란 '약탈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유럽인들에 비해 문명은 뒤떨어졌지만 훨씬 발달된 문화를 가지고, 피부가 하얀 이방인들을 환대해주는 원주민들조차 그 환대의 보답으로 학살을 자행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한 결과로 콜룸부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150년만에 원주민 인구가 1/3로 줄어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악덕은 진화론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위에서 보기로 든 발보아의 경우도 종의 기원(1859년)이 출간되기 300년 전에 일어난 일이죠. 이러한 제국주의의 악덕을 진화론과 연결시키기에는 시간차이가 너무 큽니다.

나. 진화론과 유태인,장애인학살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진화론자였다... 창조론자들이 늘 하는 거짓말입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보면 오히려 종교인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자신이 전능하신 창조주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유대인에게 맞서 자신을 지킴으로서 나는 주님의 사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http://blog.naver.com/godnaldo/106300629를 보시기 바랍니다.

다. 진화론과 강간
진화론과 강간의 연결점은, 제가 찾은 바로는 단 하나입니다. 행동생태학자 쏜힐(R. Thornhill)교수와 팔머(C. Palmer)교수의 '강간의 자연사(A Natural History of Rape : The Biological Basis of Sexual Coercion)' 뿐입니다. '다윈의 식탁'이란 책에 일부 소개되어 있는 책이죠.(왼쪽 책 출처)

일단 이 책에서는 강간을 진화론적 적응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강간에 관련된 유전자가 있다면 그 유전자를 가진 남성은 여성을 강간하면서 더 많은 번식기회를 가질 수 있으므로 그 유전자가 높은 적응도를 가지게 된다'입니다.
하지만 저런 진화론적 설명을 가지고 '강간이란 남성들에게 진화되어 온 것이니 강간은 정당하다'라고 주장하는 진화론자는 없습니다. 강간의 정체를 탐구하는 것은 강간에 정당성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강간을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함입니다. 의사가 병원체를 탐구하는 것이 사람들을 병에 걸리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들의 병을 고치기 위함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론이 강간을 정당화시킨다는 말은, 창조론자식으로 말한다면, 범죄자들이 주말에 회개하면 되므로 평일에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라. 진화론과 자살, 낙태
진화론과 강간의 연결점은 간신히 찾았지만 자살이나 낙태와의 연결점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군요. 아마도 '진화론에 의하면 신으로부터 받은 영성(靈性)이 없으므로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는 뜻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진화론자들 역시 생명을 소중히 합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들은 30억년의 진화 끝에 태어난 극히 희귀한 생명들이며, 그들이 죽는다면 이 지구가 끝날 때까지 지구상에 - 아니 우주가 끝날 때까지 우주 안에 - 다시는 똑같은 생명체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기독교 창조론자들이 더 생명을 가볍게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화론자들은 모든 생명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반면(진화론자에게 있어 인간도 지렁이도 모두 30억년의 진화에 의해 생겨난 소중한 생명체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인간 이외에는 모두 신의 선물이라고 (때로는 같은 인간도 이교도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대하고 있잖습니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론의 악덕이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창조론의 기초인 기독교의 악덕이 훨씬 많습니다(2000년역사의 종교와 200년역사의 진화론 중 어느쪽 악덕이 많겠습니까).
그런데 그 악덕을 종교탓 또는 진화론탓으로 돌리는 것은, 살인죄를 살인자가 아니라 칼에게 묻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