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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되 늘 깨어 있으라

최교수         그래서.. (돌아서더니 칠판에 “理想”이라 적는다.)
                  이상은 꿈이고, 자신감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희망입니다.
                  원대한 이상을 품은 과학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최교수, 이상 옆에다 나란히 “懷疑”라고 휘갈겨 쓴다.

최교수         회의는 깨어 있는 것이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이 말을 잊으면 안됩니다.
                  냉철한 회의를 하지 못하는 과학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과학자입니다.

최교수의 시선이 경진과 마주친다.

최교수         (경진을 똑바로 본 채로) 오늘 강의 시간이 다됐군요.

울먹해서 보는 경진. 저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들.
칠판틀에 분필을 내려놓는 최교수. 돌아선채 잠시 가만히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

최교수        (돌아서며) 여러분은.. 내가 강단을 떠나도.. 나를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꿈을 꾸되... 늘 깨어 있어라..... 이만 강의를 마칩니다.




예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카이스트'의 한장면입니다. 정년을 맞은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 장면입니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꿈만을 꾸는 사람은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꿈을 꾸면서(理想) 깨어있는(懷疑) 사람만이 제대로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비록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어느 노부부 이야기

이 글은 제가 겪은 일도, 제가 지은 이야기도 아닙니다. 몇년전(좀 오래전) TV 드라마에서 본 내용인데 아직까지 생각나는군요.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교 동아리에서 지리산 산행을 떠납니다. 처음에는 사진도 찍고 경치도 구경하면서 오르지만 어느새 다른 등산객들과 헤어지고 길을 잃고 맙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학생들이 공포에 질릴 때쯤 그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거의 80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더군요.
"학생들인가? 아무리 여름이라도 밤에 산에서 자면 위험하네, 우리집에서 쉬고 내일 내려가게나"
공포에 질렸던 학생들은 모두 그 할아버지를 따라 나섭니다. 멀지 않아 그 할아버지의 조그만 집이 보이고 인기척을 느낀 할머니가 나오는군요. 그런데...
"아니, 저놈의 영감탱이가 오늘은 뒈져서 안들어오나 했더니만 또 기어들어오네그려..."
"뒈지긴 내가 왜 뒈져? 그나저나 할멈은 아직 안 뒈진겨? 오늘내일 하는것 같더니만..."
길을 잃었던 공포에서 방금 해방된 학생들은 새로운 종류의 공포에 걸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부싸움을 너무나 살벌하게 하시는군요. 계속해서 할아버지에게 빨리 '나가서 뒈져버리라고' 소리치던 할머니는 그래도 학생들에게 먹거리를 내놓습니다. 옆에서 서로 빨리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서 먹는둥마는둥 학생들은 식사를 마칩니다.
식사후 여학생들은 할머니와 함께 다른 방으로 건너가고 남학생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술 한잔씩 합니다. 이곳에 예전에는 그래도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자식들은 도시로 외국으로 떠나고,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하다보니 결국 두 부부만 남게 됐다고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그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지금 이나이까지 살아왔으니 뭐 좋을게 있겠나? 자식들은 다 키워서 내보냈고 이제 죽을일만 남았으니 오늘죽든 내일죽든 마찬가지지. 걱정이 있다면 우리 죽은 후에 누가 우릴 묻어줄까 하는 것 뿐이네. 저 할망구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죽고 나서 들짐승들 밥이 될 것을 생각하면 내가 밤에 잠이 안와, 내가 저 할망구보다 하루라도 오래 살아서 저 할망구 떠난 후에 시신이나 수습해 주고 가야 하겠는데 저 할망구가 갈 생각을 않고 있으니 원..."

하나님의 종일까 사탄의 종일까

예전에 어떤 드라마를 본 일이 있습니다.

어느 조그만 교회에 남루한 옷을 입은 여인이 찾아와 눈물로 기도를 올립니다. 너무 애처롭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사정을 묻죠.
그녀는, 남편은 사업에 실패해서 감옥에 들어가 있고, 자식은 병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하나님께 기도하는 중이라고 울며 말하더군요.
며칠이 지나 그녀는 활짝 웃는 표정으로 교회를 찾아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아이의 병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기적이라고 놀라와한답니다. 게다가 남편은 정상이 참작되어 석방되었을뿐 아니라 하던 사업도 순풍에 돛단듯 잘 굴러간다더군요.
그후로도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화려해지는 옷차림으로 그 교회를 다닙니다. 거액의 헌금은 물론이고 간증기도회에도 빠지지 않죠.
그녀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없어서 헌금 못한다는 사람들, 정말 한심해, 날 보라구, 진심으로 기도하면 하나님은 다 도와주게 돼 있어. 가난하다는 것은 결국 신앙심이 부족해서 간절히 기도하지 못한다는 것밖에 안된다구"
그러면서 그녀는 없는 사람들을 '신앙이 부족한 사람들'로 매도하며 부유한 사람들끼리만 몰려다닙니다.
결국 작지만 신앙에 충만했던 그 교회는 혼란에 빠지고 신도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죠. 그리고 그녀는 임무 완수를 사탄에게 보고하면서 끝납니다.

가끔씩 전철역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드라마가 생각나더군요. 무조건 성경이 진리라는 둥, 성경에 과학적 사실들이 있다는 둥 헛소리하는 성경무오론자들을 볼 때오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서 나온 악마처럼 세련된 방식도 아니지만, 그들 역시 겉으로는 기독교를 포교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유도해서 교회에서 멀어지도록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교회에 가면 사람이 저렇게 되는구나'하는 생각밖에 나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힘은 힘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은 후에 수고했다는 말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에게서 듣게 되지나 않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