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겪은 일도, 제가 지은 이야기도 아닙니다. 몇년전(좀 오래전) TV 드라마에서 본 내용인데 아직까지 생각나는군요.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교 동아리에서 지리산 산행을 떠납니다. 처음에는 사진도 찍고 경치도 구경하면서 오르지만 어느새 다른 등산객들과 헤어지고 길을 잃고 맙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학생들이 공포에 질릴 때쯤 그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거의 80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더군요.
"학생들인가? 아무리 여름이라도 밤에 산에서 자면 위험하네, 우리집에서 쉬고 내일 내려가게나"
공포에 질렸던 학생들은 모두 그 할아버지를 따라 나섭니다. 멀지 않아 그 할아버지의 조그만 집이 보이고 인기척을 느낀 할머니가 나오는군요. 그런데...
"아니, 저놈의 영감탱이가 오늘은 뒈져서 안들어오나 했더니만 또 기어들어오네그려..."
"뒈지긴 내가 왜 뒈져? 그나저나 할멈은 아직 안 뒈진겨? 오늘내일 하는것 같더니만..."
길을 잃었던 공포에서 방금 해방된 학생들은 새로운 종류의 공포에 걸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부싸움을 너무나 살벌하게 하시는군요. 계속해서 할아버지에게 빨리 '나가서 뒈져버리라고' 소리치던 할머니는 그래도 학생들에게 먹거리를 내놓습니다. 옆에서 서로 빨리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서 먹는둥마는둥 학생들은 식사를 마칩니다.
식사후 여학생들은 할머니와 함께 다른 방으로 건너가고 남학생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술 한잔씩 합니다. 이곳에 예전에는 그래도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자식들은 도시로 외국으로 떠나고,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하다보니 결국 두 부부만 남게 됐다고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그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지금 이나이까지 살아왔으니 뭐 좋을게 있겠나? 자식들은 다 키워서 내보냈고 이제 죽을일만 남았으니 오늘죽든 내일죽든 마찬가지지. 걱정이 있다면 우리 죽은 후에 누가 우릴 묻어줄까 하는 것 뿐이네. 저 할망구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죽고 나서 들짐승들 밥이 될 것을 생각하면 내가 밤에 잠이 안와, 내가 저 할망구보다 하루라도 오래 살아서 저 할망구 떠난 후에 시신이나 수습해 주고 가야 하겠는데 저 할망구가 갈 생각을 않고 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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