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팬더와 대나무

식물들은 '셀룰로오스(Cellulose)'라는 유기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세포벽의 주성분이죠.

셀룰로오스 분자구조

이 고분자 유기물은 상당히 단단하면서도 안정된 물질입니다. 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들조차 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습니다. 일부 미생물들만이 셀룰라아제(Cellulase)를 만들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여 포도당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초식동물들은 장 속에 이와 같은 미생물들과의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코알라는 유칼립투스의 독을 중화하고 그 섬유소를 분해하기 위한 장내세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방 태어난 코알라 새끼의 장은 거의 완전한 무균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어미 코알라는 자신의 똥을 먹임으로써 장내세균을 옮겨주어 이후 먹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밖의 다른 초식동물들 역시 비슷합니다. 어린 시절 젖과 함께 자신의 똥을 먹임으로써 장내세균을 전달해 주어야 이후 먹이를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죠.

대나무를 먹는 팬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더의 장내세균이 없으면 단단한 대나무 섬유질을 분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팬더를 연구한 결과, 먹은 대나무 셀룰로오스의 단지 8%만, 그리고 헤미셀룰로오스의 27%만 분해하여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똥으로 배설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팬더의 배설물에서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세균이 발견되긴 했습니다만, 그 양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오히려 잡식동물인 사람보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뿐 아니라 다른 초식동물과는 달리 팬더의 소화관은 비교적 짧습니다. 흡수하기 어려운 식물성 먹이를 흡수할 시간도 짧다는 것이죠.

그 때문에 팬더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 즉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먹는데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먹은 대나무의 80% 이상을 그대로 배설해 버립니다.
지적설계자는 모든 초식동물에게, 심지어는 흰개미에게까지 셀룰로오스를 잘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넣어주었으면서 왜 팬더에게는 그런 미생물을 넣어주지 않았을까요?

팬더의 식성이 바뀐 것은 약 700만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육식을 주로 하는 잡식이었죠. 지금도 팬더의 장내세균은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의 장내세균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잡식이므로 풀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700만년전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게 된 이후에도 풀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 덕에 효율은 낮지만 그럭저럭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곳에 다른 천적이 있었다면 이런 낮은 효율성으로 살 수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어쨋든 팬더의 경우는 소화효율의 증가가 아니라 엄청난 대식가로서 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소먹는 박테리아

치명적 독, 비소 먹는 박테리아는 없다!
얼마전에 대대적으로 'NASA에서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각 포탈 뉴스를 덮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명에 필수적인 인(Phosphorus P) 대신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비소(Arsenic As)를 사용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되었으며, 따라서 지구와 전혀 다른 형태의 외계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이 발견이 잘못이라는 뉴스가 다시 떴죠. 그 결과에 의하면, 박테리아들은 비소 속에 포함되어 있던 극소량의 인을 먹고 자랐으며, 비소를 측정할 때도 박테리아 DNA에 묻어있는 비소를 충분히 닦아내지 못해 비소가 검출된 것이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과학에서 잘못된 연구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다반사이며,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잘못은 반드시 고쳐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정보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 발견'이란 정보는 2010년 12월 초, 나사가 '중대발표'를 한 직후에 알 수 있었습니다. 각 포탈은 물론 공중파에서도 방송되었으니까요.
그에 반해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논문이 발표된 것은 2012년 7월 8일이었습니다. 사진에 링크된 기사 역시 2012년 7월 16일자군요.
그런데도 제가 이 기사를 발견한 것은 2014년 말입니다. 그것도 어느 블로그 지인분의 글을 통해서 말이죠.


사람은 기본적으로 '호기심(好奇心)의 동물'입니다. 기존과 다른 것(奇)을 좋아한다(好)는 것입니다.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 발견'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럴 겁니다.
그 독성있는 비소를 먹는다고? 거기에 DNA에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한다고? 와.. 신기하다..
이런 기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며 관심을 모읍니다. 그러므로 신문사마다, 포탈마다 기사를 많이 내죠. 그리고 이 기사를 본 사람들 역시 여기저기 퍼나릅니다.

하지만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는 없었다'는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뭐야, 결국 가짜였잖아...
사람들의 호기심은 급격히 줄어듧니다. 퍼가려는 열의도 줄어들죠.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에 대한 호기심 자체가 사라지기에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 발견' 기사를 퍼간 블로거들도 머리속에서 잊어버립니다. 즉 해당 블로그글을 내리거나 정정기사를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때문에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 발견' 기사는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는 없었다' 기사에 비해 몇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갑니다.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는 없었다' 기사가 나온 지금도 '비소를 먹는 박테리아 발견' 블로그 글을 퍼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일명 뒷북).

이런 면에서 '창조과학회'는 상당한 우위에 서 있습니다.

창조과학회 : 인간과 공룡이 같이 살았다!!
블로거들 : 대박! 인간과 공룡이 같이 살았대, 퍼가야지~
반창조론자들 : 아냐, 인간과 공룡은 같이 산 적 없어
블로거들 : 뭐야? 아니잖아

창조과학회 : 노아의 방주가 발견되었다!!
블로거들 : 그럼 성경이 사실이네? 퍼가자~
반창조론자들 : 아냐, 그건 사기였어
블로거들 : 그래? 별거 아니네...

창조과학회 : 성경의 긴 하루를 NASA에서 증명했다!!
블로거들 : 와.. 나사가 증명했다니, 어머 이건 퍼가야해~
반창조론자들 : 아니, 나사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어
블로거들 : 에이, 난 또...

창조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소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입니다. 블로거들의 퍼가려는 욕구를 상당히 자극하는 내용이죠.
반면 반창조론자들의 반론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전혀 자극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퍼가려는 사람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창조과학회의 엉터리 자료를 퍼간 사람들 중에서 실상을 안 후 해당 글을 내리거나 반론을 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호기심이 사라진 순간 자신이 퍼갔던 글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태반일 겁니다. 즉 블로그 주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주인에게서 잊혀진 포스트는 계속해서 창조과학회의 주장이 퍼져나가는 중간기지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결국 사회 구성원 전체의 지적능력을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ㅡㅡ

ㅜ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