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사기치는 동물들

1. 크리스마스섬의 붉은게
앞에서도 올렸었지만 매년 번식기마다 마라톤을 하는 크리스마스섬의 붉은게가 있습니다(사진출처).
숲에서 바닷가까지 거의 8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여 생식을 합니다. 이 경주에서는 알을 품고 있는 암케보다 맨몸인 수케가 바닷가에 먼저 도달해서 암케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번 생존경쟁이 벌어지죠.

수케들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싸움을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 위에는 붉은게 수케들의 시체가 즐비해집니다. 그리고는 암케가 도착했을때 승리자가 짝짓기를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서 사기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약한 놈들은 격투가 시작되자마자 한대 맞고는 '죽은척' 시체더미에 숨어버립니다. 얼마후 암컷이 오면 기진맥진한 승자를 제치고 먼저 짝짓기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2. 미국 녹색개구리
미국과 캐나다 동부 습지에 서식하는 녹색개구리입니다. 이들은 번식기가 되면 서로 목청을 뽑냅니다. 멀리서 암컷이 수컷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면 짝짓기를 하는 것이죠.
암컷이 선택하는 수컷은 울음소리가 낮고 굵은 수컷입니다. 그럴수록 힘이 좋고 건강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종종 '교활한' 수컷이 존재합니다. 이 수컷은 스스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낮고 굵은 목소리를 내는 개구리 근처에서 기다립니다. 울음소리를 듣고 암컷이 다가오면 중간에서 가로채 짝짓기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 출처 : 진화에 정답이 어딨어?(외르크 치틀라우)

진화론에서 최적자fittest란 건강하고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으면 최적자입니다.
붉은게의 경우, 힘세지만 싸우다가 힘이 다 빠진 게보다는 힘은 약하지만 죽은척해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게가 최적자입니다. 개구리의 경우도 건강해서 우렁차게 우는 개구리보다는 약해빠져도 중간에서 암컷을 가로채는 개구리가 최적자입니다.
비록 그 결과가 약한 후손이 많아지는, 그래서 전멸로 가는 길이라고 해도 말이죠. 진화는 눈먼 시계공 - 미래에 대한 눈이 먼 시계공입니다. 지금 당장의 선택만 할 뿐 그 선택이 전멸로 가는 길인지 어떤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댓글 4개:

  1. 올챙이대마왕 :

    "게나 개구리는 지능이 떨어지는 짐승이다. 그들은 사기를 계획하지도 못하고, 자신들이 사기를 치는 것조차 지각하지 못한다! 따라서 게와 개구리가 사기치는 행동은 진화가 불가능하며 이는 오직 신의 권능만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창조설측의 반응을 예상해봤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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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다면 '사기를 치도록 만든 창조주'는 선한 존재일까요, 악한 존재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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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싱바싱바:

    진화가 꼭 효율적인 방향으로만 일어나는건 아니니까요 'ㅁ'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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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맞습니다. 그 때문에 창조자가 있다면 그 창조자는 '눈먼 창조자'가 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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