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론의 악덕

어느 창조론자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입니다.
진화가설 덕에 제국주의가 횡횡해서 식민지배가 정당화된건 모르시나요? 이로인해 죽어간사람이나 고통받은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찌 생각이나 해보셨나 궁금합니다 유태인 학살이나 장애자 7만 학살이 바로 님들이 신봉하는 종교인 진화설에 근거했습니다 자살이 늘고 강간도 정당화되고 낙태도 정당화되는 가설을 두고도 생명의 존중 어쩌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차라리 성범죄자가 여성을 존중한다고 우기시는게 나을듯 하네요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정말로 현대의 모든 악덕이 단지 진화론 탓일까요?

가. 진화론과 제국주의
카스티야와 레온과 아라곤의 강력한 군주 페르디난드와 요하나 만세. 왕의 이름과 카스티야 왕권을 위해서 나는 이 바다와 땅과 해안과 항구와 섬들을 합법적으로 영원히 인수하노라. 나는 맹세한다. 기독교도나 이교도의 어떤 영주나 선장이 이 땅과 바다에 대해서 그 어떤 권리라도 주장하려 든다면 이 바다와 땅의 주인이신 카스티야 왕의 이름으로 방어를 하겠노라. 이 바다와 땅은 세계가 지속되는 한 지금도 그리고 최후의 심판날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카스티야 왕의 것이다
(출처 : 광기와 우연의 역사)
1513년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태평양에 도달한 바스코 누녜즈 데 발보아(Vasco Núñez de Balboa)가 태평양 가에서 스페인 국기를 흔들면서 국왕에게 한 맹세입니다. 대부분의 탐험가들도 마찬가지로 소위 '신대륙'에 깃발을 꽂으면 그 주위 땅에 대해 합법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웃긴 것은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죠.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대륙을 '신대륙'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우스운 일입니다.

당시의 유럽인들에게 원주민이란 '약탈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유럽인들에 비해 문명은 뒤떨어졌지만 훨씬 발달된 문화를 가지고, 피부가 하얀 이방인들을 환대해주는 원주민들조차 그 환대의 보답으로 학살을 자행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한 결과로 콜룸부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150년만에 원주민 인구가 1/3로 줄어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악덕은 진화론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위에서 보기로 든 발보아의 경우도 종의 기원(1859년)이 출간되기 300년 전에 일어난 일이죠. 이러한 제국주의의 악덕을 진화론과 연결시키기에는 시간차이가 너무 큽니다.

나. 진화론과 유태인,장애인학살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진화론자였다... 창조론자들이 늘 하는 거짓말입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보면 오히려 종교인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자신이 전능하신 창조주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유대인에게 맞서 자신을 지킴으로서 나는 주님의 사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http://blog.naver.com/godnaldo/106300629를 보시기 바랍니다.

다. 진화론과 강간
진화론과 강간의 연결점은, 제가 찾은 바로는 단 하나입니다. 행동생태학자 쏜힐(R. Thornhill)교수와 팔머(C. Palmer)교수의 '강간의 자연사(A Natural History of Rape : The Biological Basis of Sexual Coercion)' 뿐입니다. '다윈의 식탁'이란 책에 일부 소개되어 있는 책이죠.(왼쪽 책 출처)

일단 이 책에서는 강간을 진화론적 적응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강간에 관련된 유전자가 있다면 그 유전자를 가진 남성은 여성을 강간하면서 더 많은 번식기회를 가질 수 있으므로 그 유전자가 높은 적응도를 가지게 된다'입니다.
하지만 저런 진화론적 설명을 가지고 '강간이란 남성들에게 진화되어 온 것이니 강간은 정당하다'라고 주장하는 진화론자는 없습니다. 강간의 정체를 탐구하는 것은 강간에 정당성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강간을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함입니다. 의사가 병원체를 탐구하는 것이 사람들을 병에 걸리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들의 병을 고치기 위함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론이 강간을 정당화시킨다는 말은, 창조론자식으로 말한다면, 범죄자들이 주말에 회개하면 되므로 평일에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라. 진화론과 자살, 낙태
진화론과 강간의 연결점은 간신히 찾았지만 자살이나 낙태와의 연결점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군요. 아마도 '진화론에 의하면 신으로부터 받은 영성(靈性)이 없으므로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는 뜻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진화론자들 역시 생명을 소중히 합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들은 30억년의 진화 끝에 태어난 극히 희귀한 생명들이며, 그들이 죽는다면 이 지구가 끝날 때까지 지구상에 - 아니 우주가 끝날 때까지 우주 안에 - 다시는 똑같은 생명체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기독교 창조론자들이 더 생명을 가볍게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화론자들은 모든 생명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반면(진화론자에게 있어 인간도 지렁이도 모두 30억년의 진화에 의해 생겨난 소중한 생명체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인간 이외에는 모두 신의 선물이라고 (때로는 같은 인간도 이교도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대하고 있잖습니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론의 악덕이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창조론의 기초인 기독교의 악덕이 훨씬 많습니다(2000년역사의 종교와 200년역사의 진화론 중 어느쪽 악덕이 많겠습니까).
그런데 그 악덕을 종교탓 또는 진화론탓으로 돌리는 것은, 살인죄를 살인자가 아니라 칼에게 묻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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