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 조별과제의 최후 4

자, 이제 조별과제에서도 협력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교양과목 교수를 찾아가, 같은 모둠원들의 시험성적을 평균내서 똑같이 주라고 부탁하면 되겠군요.
아차, 아예 교양과목까지 포기하고 놀러간 모둠원은 어떻할까요? 신을 찾아가서 같은 모둠원임을 밝히고, 놀러간 모둠원의 재미를 공부하는 모둠원들에게 나눠달라고 부탁해야겠군요....
만약 그 모둠원이 여자와 단둘이....

헛소리는 여기까지만 하죠...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독재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유전자의 독재(모둠활동에서의 배신)에 대항해서 반란(협력할 방법)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길이 2짜리 유전자를 설계해 봤습니다.
첫째 자리에 올 수 있는 유전자는 C, c, _, b, B 다섯개 중 하나입니다. 각각 C는 항상 협력, c는 75%확률로 협력, _은 50%확률, b는 75%확률로 배신, B는 항상 배신하는 유전자입니다.
둘째 자리 유전자에는 0, 1, 2, 3이 올 수 있습니다. 이들의 의미는 잠시 후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1. 임의의 한 사람이 리더가 됩니다.
2. 이 리더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으므로 아무나 7명을 뽑아 모둠을 만듧니다.
3. 리더를 제외한 6명 역시 다른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모둠활동을 합니다.
4. 각각의 사람은 유전자에 따라 협력 또는 배신을 합니다.
5. 모둠은 해산되며, 7명의 사람들은 각각 다른 6명이 협력을 했는지 배신을 했는지 기억해 둡니다.

이런 식으로 몇차례 돌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쌓이게 됩니다. 이후에는 '친목질'이 시작됩니다.

1. 임의의 한 사람이 리더가 됩니다.
2-1. 이 리더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읍니다.
2-2. 사람들이 7명이 안된다면 아무나 사람을 뽑아 7명을 채웁니다.
3-1. 리더를 제외한 6명은 싫어하는 사람이 모둠에 있으면 탈퇴합니다.
3-2. 남은 사람들이 4명 이하면 모둠 자체가 해산됩니다.
4. 각각의 사람은 유전자에 따라 협력 또는 배신을 합니다.
5. 모둠은 해산되며, 사람들은 각각 다른 사람이 협력을 했는지 배신을 했는지 기억해 둡니다.

위에서 설명을 생략했던 유전자의 두번째 자리가 위의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부분으로, 어떤 사람이 배신했던 비율을 계산합니다. 0은 배신했던 비율이 0%일 경우, 1이면 배신 10%까지는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2면 배신율 20%, 3이면 30%가 넘었을 경우 싫어하는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역시 이러한 전략으로 300세대 동안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C0(항상 협력하고, 또한 배신율 0%인 사람들끼리만 친목질을 하는)유전자가 완벽한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c0(25%확률로 배신을 하지만 배신율 0인 사람들끼리 친목질을 하는)유전자이지만, 이들도 C0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효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C0형이 리더일 경우에는 협력하는 사람들만을 모아 모둠을 꾸리고, 만약, B?형이 리더가 되어 사람들을 모으더라도 C0형은 모둠을 탈퇴해서 모둠 자체를 해체시키는 방식으로 배신자를 응징합니다. 그 때문에 Bb형을 도태시키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본 것처럼, 모둠활동에서도 협력을 발생시키는 전략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였던 '친목질' 외에도 협력을 발생시키는 다른 전략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그런 전략을 찾아낸다면, 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모둠활동이 가능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수의 딜레마 - 조별과제의 최후 3

꿀벌은 적을 향해 침을 쏘면 그 침이 빠지면서 내장에 상처를 입어 죽게 됩니다. 그런데도 적을 향해 침 쏘기를 주저하는 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개미들은 개미집을 부수는 도마벰에게 달려듧니다. 이들 역시 목숨을 걸고 있지만 주저하는 개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에서 3인 이상의 모둠에서는 협력이 발생하기 힘들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이나 개미 같이 수만마리가 모인 모둠에서는 어떻게 협력이 발생했을까요?

꿀벌이나 개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여왕벌이나 여왕개미를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에게 돌진한 벌이나 적에게서 도망간 벌이나 여왕벌에게 점수를 몰아줘서 번식을 하게 된다는 점이죠. 즉 배신한 벌이나 협력한 벌이나 결국 동일한 점수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앞서의 시뮬레이션을 살짝 바꾸어 보았습니다. 2-3 이후에 다음 작업을 추가합니다.

2-4. 점수 모으기
모둠의 각 Student가 얻은 점수를 다시 한번 모읍니다.
(배신:0), (협력:0), (협력:0), (배신:0), (협력:0) : 30

2-5. 점수 다시 분배
모인 점수를 다시 똑같이 분배합니다.
(배신:6), (협력:6), (협력:6), (배신:6), (협력:6)

이와 같은 방식으로 4인모둠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점수나누기
그래프와 같이 주로 협력하는 Student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모둠에 적극적으로 임한 사람이나 모둠에서 빠진 사람도 (과제점수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똑같은 점수를 얻는다면 전체적으로 협동을 발현할 수 있게 되는군요.


죄수의 딜레마 - 조별과제의 최후 2

앞서 죄수의 딜레마에서처럼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만약 5인모둠과제를 수행한다고 할 때

1. 유전자 설계
죄수의 딜레마에서처렴 여기서는 8192명의 학생(Student)을 가정하고, 이들이 5명씩 모여 과제를 수행합니다. 이때 각 5인은 바로 전의 상황에 의해 이번 모둠활동에서 협력(적극적 참여)을 할지 아니면 배신(딴짓)을 할지 결정합니다.
5인모둠일 경우 각 Student의 유전자는 다음과 같이 6bit이며 각각의 비트는 C(Cooperate) 또는 B(Betrate)가 될 수 있습니다.

BCBBCC

첫 비트는 모둠에 처음 참가했을 때의 활동, 그 이후는 바로 전 모둠에서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0명이 배신했을때, 1명이 배신했을때, 2명이 배신했을때, 3명이 배신했을때, 4명이 배신했을때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를 의미합니다.

2. 모둠활동
각 Student는 임의의 다른 Student 4명과 모둠을 만들어 10회의 모둠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유전자에 따라 각 모둠활동에 참여를 할지 딴짓을 할지 결정합니다.

다섯 학생이 각각 (배신), (협력), (협력), (배신), (협력)을 한다면,
2-1. 먼저 협력한 Student들은 자신의 점수에서 모둠을 위해 10점씩 기부합니다.
(배신:0), (협력:-10), (협력:-10), (배신:0), (협력:-10) : 30

2-2. 모둠에 모인 점수를 2배로 불립니다.
(배신:0), (협력:-10), (협력:-10), (배신:0), (협력:-10) : 60

2-3. 불어난 점수를 5명의 Student에게 골고루 나누어 줍니다.
(배신:12), (협력:2), (협력:2), (배신:12), (협력:2)

이와 같은 식으로 각각의 Student에게 점수를 배분한 후 유전자 알고리즘에 의해 최고의 전략을 찾는 실험을 했습니다.


- 2인모둠일 경우
2인 모둠 전략
2인모둠일 경우는 사실 죄수의 딜레마와 동일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이 경우에 최선의 전략은 CCB입니다. 처음 모둠을 만들었을때 협력, 배신자가 0명일때(다른 모둠원이 협력했을때) 협력, 배신자가 1명일 때(다른 모둠원이 배신했을때) 배신인 전형적인 FTF형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 3인 이상의 모둠일 경우
3인, 4인, 5인 모둠일 경우도 동일하게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3인 모둠 전략

4인 모둠 전략

5인 모둠 전략

보시다시피 B가 수두룩하군요...ㅡㅡ, 3인 이상의 모둠일 경우에는 대부분 배신하는 전략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학교 모둠수업시 대부분 딴짓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사기꾼과 TFT가 맞붙으면 항상 사기꾼이 이깁니다. TFT는 항상 사기꾼의 '최초의 사기'에 당한 후 더이상 사기를 당하지 않거든요. TFT는 사기꾼과의 대결에서 이겨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TFT와의 협력에 의해 (사기꾼에게 잃었던 이상의)점수를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모둠에서는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3인모둠에서 TFT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TFT 3인이 동시에 모여야 하거든요. 4인모둠에서는 TFT 4인이, 5인모둠에서는 TFT 5인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으면 TFT는 점수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TFT는 사기꾼들에게 항상 '최초 한번의 사기'를 계속 당해야 하기에 점수를 낼 수 없는 것이죠.

자연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종(種)공생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3종 이상의 공생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진화론 != 무신론

마당에 이 피어 있습니다.
아이들 : 저 아버지가 심은 거야
막내 : 내가 보기엔 꽃씨가 날아들어와 싹이 튼 것 같은데?
아이들 : 아버지가 심은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넌 아버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냐?

아버지가 꽃을 심지 않았다에서 아버지가 없다로 비약하는 아이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아이들이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설마라구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창조론자 : 저 수많은 동식물들은 이 만든 것이다.
과학자 : 내가 보기엔 수십억년동안 진화한것 같은데?
창조론자 : 이 만든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넌 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냐?

신이 만들지 않았다에서 신이 없다로 비약하는 창조론자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죄수의 딜레마 - 조별과제의 최후 1

어느 생물학과 전공수업.
교수는 조별과제를 내주며 5명이 모둠을 지어 진화론에 대해 자세한 발표를 하도록 합니다. ㈎, ㈏, ㈐, ㈑, ㈒ 다섯명이 하나의 모둠을 이루어 각자 진화론에 대해 조사해 오기로 합니다.
그와 함께 이 다섯명은 교양과목으로 비교종교학 시험도 앞두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시험이라 공부 안해도 B학점은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은 모둠발표와 같은 날 있습니다.

다섯명이 모두 모둠수업 준비를 한다면, 다섯명 모두 생물학에서는 A+, 비교종교학에서는 B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인원작업조별과제 점수시험점수총점
모둠준비(협력)A+(4.5)B(3.0)7.5
모둠준비(협력)A+(4.5)B(3.0)7.5
모둠준비(협력)A+(4.5)B(3.0)7.5
모둠준비(협력)A+(4.5)B(3.0)7.5
모둠준비(협력)A+(4.5)B(3.0)7.5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에게 욕심이 생깁니다. 모둠발표는 어차피 다른 사람과 똑같이 받을 테니 시험공부를 하면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란 욕심이죠.
만약 ㈎가 모둠과제 준비 대신 시험공부를 한다면 어떨까요? 조별과제 점수는 다섯명이 할 때보다 점수가 떨어져 A가 나올 것입니다.
인원
작업
조별과제 점수
시험점수
총점
시험공부(배신)
A(4.0)
A+(4.5)
8.5
모둠준비(협력)
A(4.0)
B(3.0)
7.0
모둠준비(협력)
A(4.0)
B(3.0)
7.0
모둠준비(협력)
A(4.0)
B(3.0)
7.0
모둠준비(협력)
A(4.0)
B(3.0)
7.0

㈎가 시험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도 모둠준비대신 시험공부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인원작업조별과제 점수시험점수총점
시험공부(배신)B+(3.5)A+(4.5)8.0
시험공부(배신)B+(3.5)A+(4.5)8.0
모둠준비(협력)B+(3.5)B(3.0)6.5
모둠준비(협력)B+(3.5)B(3.0)6.5
모둠준비(협력)B+(3.5)B(3.0)6.5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이 모둠의 결과는 다음과 같아집니다.
인원작업조별과제 점수시험점수총점
시험공부(배신)C+(2.5)A+(4.5)7.0
시험공부(배신)C+(2.5)A+(4.5)7.0
시험공부(배신)C+(2.5)A+(4.5)7.0
시험공부(배신)C+(2.5)A+(4.5)7.0
모둠준비(협력)C+(2.5)B(3.0)5.5

여기서 마지막 남은 ㈒까지 포기해 버린다면
인원작업조별과제 점수시험점수총점
시험공부(배신)F(0)A+(4.5)4.5
시험공부(배신)F(0)A+(4.5)4.5
시험공부(배신)F(0)A+(4.5)4.5
시험공부(배신)F(0)A+(4.5)4.5
시험공부(배신)F(0)A+(4.5)4.5
라는 처참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트윗들도 오가는 것이죠.

물론 이들은 다른 시험 준비 때문이 아니라 놀기 위해 '배신과 도망'을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배신자들의 '정신적 만족'을 점수로 환산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오죠. 차라리 모두가 모둠발표 준비를 했을 때(7.5)보다 낮은 점수(7.0)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협력'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예전에 올렸던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도 결과적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최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죄수 모둠의 딜레마'에서는 그러한 협력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