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털원숭이 |
이 미친원숭이의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뇌에서 세로토닌을 만드는 부분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우울증 치로제인 프로작(Prozac)은 두뇌의 세로토닌 합성에 영향을 줍니다). 아마도 먼 옛날 이러한 돌연변이가 일어난 후 그 유전자가 점차 증가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이는, 작게는 자기 자신의 위험으로부터 크게는 천적의 시선을 끌어 붉은털원숭이 집단 전체에 대한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돌연변이가 어떻게 자연선택이라는 '체'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요?
혹시 이 미친원숭이가 강간에 가깝게 암컷과 강제적인 짝짓기를 해서 유전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도 있었지만, 관찰결과 이 미친원숭이들은 집단 전체의 배척을 받기에 암컷에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수오미 박사는 그 이후, 전체 붉은털원숭이 집단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미친원숭이들 뿐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원숭이들이 이 '미친원숭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뿐 아니라, 그 유전자를 가진 원숭이들은 소수의 미친원숭이들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집단의 주도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 돌연변이는 원숭이를 미치게 하는 동시에 상당한 리더쉽을 발휘하게 만드는 그런 유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집단을 위험에 빠뜨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연선택에 의해 번성할 수가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똑같은 유전자가 어떤 원숭이에게는 미친 짓으로 나타나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리더쉽으로 나타날까요? 몇달에 걸친 연구 끝에 수오미박사는 어미원숭이의 양육방식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어미가 적절한 피드백으로 새끼원숭이를 교육시키면 그 '미친원숭이 유전자'는 높은 리더쉽으로 발현됩니다. 반면 그러한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적절치 못하면 무모함으로 발현된다는 것이죠.
훗날 수오미박사는 인도를 떠나 중국 북부의 붉은털원숭이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의 붉은털원숭이가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중국에 정착한 것이 중국의 붉은털원숭이입니다.
여기서 수오미박사는 중국의 붉은털원숭이가 인도의 원숭이보다 훨씬 '미친짓'을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친원숭이 유전자'의 비율 역시 중국 쪽이 더 높았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미친 짓'을 한 원숭이들의 후예답게 말입니다.
참고문헌 : Suomi, S. J. (2005) "Genetic and environmental factors influencing the expression of impulsive aggression andserotonergic functioning in rhesus monkeys." In Development Origins of Aggression (R. E. Tremblay, W. H. Hartup, and J. Archer, eds.) New York, Guilford Press, 63-82
출처 : 진화론의 유혹(데이비드 슬론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