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질소

동물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죠*.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탄수화물을 태우면서 생기는 에너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단백질은 몸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죠. 세포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단백질입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질소입니다. 탄수화물에는 질소가 없는 대신 단백질에는 반드시 질소가 들어가게 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그러므로 어느 먹거리에 포함된 단백질 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질소함량을 측정하게 됩니다. 과거 중국의 가짜분유 사건에서 멜라민을 추가한 것 역시 멜라민의 질소가 검출되어 보다 많은 단백질이 포함된 것으로 눈가림을 하기 위해서였죠.
멜라민
앞에 진화론 이야기 - 수페르사우루스의 숨쉬기에서 고대의 산소농도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산소농도에 의한 공룡(조류)의 호흡기 진화에 대하여 다루었었죠.
다시한번 과거 대기 농도의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그래프를 본다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늘날처럼 낮았을 때는 석탄기 잠시였을 뿐 주로 훨씬 높은 농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의 중생대에는 현재에 비해 상당히 높은 이산화탄소가 존재했습니다. 과연 이런 높은 이산화탄소 대기에서 생태계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환경에서의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높은 농도의 온실에서, 또는 정원에 이산화탄소발생기를 설치하고 소철 등 당시의 식물을 기르는 실험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식물들이 훨씬 크고 울창하게 자라긴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반적인 생물에 비하여 벌레들이 먹은 자국도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이 나뭇잎을 분석해본 결과 일반적인 식물에 비해 질소(N)의 농도가 훨씬 낮게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나뭇잎에 탄수화물에 비해 단백질의 양이 훨씬 적다는 뜻입니다(나뭇잎 역시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벌레가 세포를 만들어 몸을 키우기 위해서는 나뭇잎 1장분의 질소(단백질)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져서 나뭇잎의 질소농도가 1/5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벌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벌레는 필요한 질소를 얻기 위해 나뭇잎 5장을 먹으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서 몸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자란 나뭇잎에 벌레구멍이 더 많이 뚫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죠.
위에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는 질소에 비해 탄소의 양이 훨씬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만큼의 질소(단백질)를 얻는다면, 그것은 탄소(탄수화물)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한다는 그런 뜻이 됩니다. 즉 몸에 탄수화물이 너무 쌓인다는 것입니다.

이 탄수화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한가지 방법은 몸을 키우는 것입니다. 몸을 거대하게 하면 그 큰 몸을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탄수화물을 사용해야 하며, 또한 남는 탄수화물은 몸 곳곳에 더 많이 저장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특히 초식공룡들이 거대한 몸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몸이 커지면 그만큼 천적도 사라진다는 또 다른 장점도 존재합니다.
물론 이렇게 몸이 커지기 위해서는 진화론 이야기 - 수페르사우루스의 숨쉬기에서 언급했듯 호흡기의 진화도 필요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그냥 탄수화물을 태워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즉 근육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탄수화물을 태워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항상 체온을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햇볕에 몸이 데워져야 움직일 수 있는 변온동물에 비해 진화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온혈동물의 시초가 아닐까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변온동물인 뱀 중에는 초식이 없습니다. 모두가 육식을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변온동물인 도마뱀의 거의가 육식입니다. 극히 일부(이구아나 등)들만이 초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육식 도마뱀과 초식 도마뱀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육식 도마뱀에 비해 초식 도마뱀들은 대부분 몸집이 크거나 더 활동적이거나 체온이 더 높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높은 이산화탄소 환경에서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이 높은 식물을 먹은 초식동물들 중 일부가 과섭취한 탄수화물을 그냥 태우는 과정에서 온혈성을 얻었으며, 예열이 필요없이 빠르게 이동하게 된 이 초식동물을 쫓던 육식동물들도 따라서 온혈성을 얻게 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는 추측이며 학자들이 연구중인 과제입니다.(아마 이 구절이 창조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아직까지는 추측)이겠군요..ㅡㅡ)


본문에는 두가지 방법을 썻지만 실은 한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일부만 흡수하고 그냥 버리는(배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서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있죠.
그렇다면 왜 공룡은 탄수화물을 태워버리거나 배설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거대화하는 길을 선택했는가,
이구아나는 왜 그냥 배설하거나 거대화하지 않고 태워버리는 방법을 선택했는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주사위를 던졌는데 왜 2의 눈이 나왔는가와 같은 질문이죠. 주사위를 여러개 던지면 어떤 것은 1이 나오고 다른 것은 4가 나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 적응(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동물은 거대화된 것이고 다른 동물은 온혈이 된 것 뿐입니다.


* 물론 3대 영양소라고 해서 지방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탄수화물과 지방은 몸 속에서 쉽게 변환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질소가 포함된 단백질로의 변환은 쉽지 않습니다.
+ 과거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는 것이 현대의 탄소에 의한 온난화를 정당화시켜주진 않습니다. 환경의 변화가 인류에게 긍정적이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 물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진 현대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탄수화물 -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카루스의 역설

이카루스는 잘 아시다시피 그리스의 명공 다이달로스의 아들입니다. 그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를 만들어 미노타우루스를 가두어두게 됩니다. 그런데 어쩐일로 왕의 노여움을 사서 자신이 만든 미로에 아들과 함께 갇히게 됩니다.
이 미궁에서 다이달로스는 날려들어온 새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날아서 탈출합니다. 하지만 아들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쾌감에 들떠 너무 높이 올라가죠. 태양열에 밀랍날개가 녹아 떨어질 정도로 말입니다.
결국 날개를 잃은 이카루스는 하늘에서 떨어져 사망하게 됩니다.

즉 이카루스를 하늘로 올렸던 날개 때문에 이카루스는 하늘에서 떨어지게 된 것이죠. 이와 같은 일을 이카루스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시험 전날 밤샘공부를 하는 우등생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는 시험전날의 하루밤샘이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날개인 셈입니다.
수능날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우등생이 될 수 있도록 한 날개(시험전날밤샘)는 시험 전날까지 공부를 방해하다가 시험 전날에 날아오르려 합니다. 즉 수능 전날에 밤을 새우게 됩니다. 결국 다음날 공부부족과 수면부족에 수능이라는 긴장감이 겹쳐 시험을 망치고 맙니다. 이런 것이 이카루스의 역설입니다.

이러한 이카루스의 역설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지만, 여지없이 진화의 현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인류는 수십만년에 걸친 원시시대를 거친 이후 문명을 쌓은지 수천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세계 일부에서나마)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수십년밖에 되지 않았죠.

수십만년동안의 원시시대를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항상 굶주렸습니다. 쉽게 사냥할 토끼 등은 너무 작았고 맘모스같은 큰 동물은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과일 등도 품종개량이 되지 않는 야생이라 너무 작고 수도 적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다가 한번 맘모스 같은 큰 동물을 잡았을 때 가능하면 많이 먹어두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지방이나 당분 등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을 많이 먹어두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열량을 가능하면 몸에 쌓아두는 것입니다. 그래야 식량이 부족한 시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 때문에 수십만년동안의 원시시대동안 인류의 진화방향은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많이 먹어, 그것을 몸에 쌓아두는 것이었습니다. 원시인들 중에서 저런 사람들이 먹거리가 없는 기간에도 많이 살아남아 번식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열량이 높은 지방이나 달콤한 당분에 대한 선호도가 유전자에 새겨지게 된 것이죠. 즉 이렇게 진화한 유전자는 원시시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던 이카루스의 날개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인류는, 이렇게 인류를 살려온 유전자에 배신을 당하고 맙니다. 지난 수백년간 품종개량으로 인해 크고 열량이 많은 먹거리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수십년이란 시간은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을 많이 먹어, 그것을 몸에 쌓아두는 유전자]가 새로운 진화방향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죠. 결국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졌죠. 식욕을 억제해야 하고 몸에 쌓인 열량을 태우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을 많이 먹어, 그것을 몸에 쌓아두는 유전자]는 원시시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유전자였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뀐 현재로서는 사람들을 성인병에 빠뜨리는, 녹아버린 이카루스의 날개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와같이 진화의 목적은 [지금 당장 잘 사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잘 사는 것]은 진화의 목적이 아니죠. 원시시대에 [지금 당장 잘 살기 위해] 진화한 유전자는 환경이 바뀐 현대에 와서는 해로운 유전자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전자는 당이나 지방에 대한 거부감으로 왜 진화가 되지 않을까요?
첫째, 진화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풍족한 환경이 된지 불과 수십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인간처럼 한 세대고 긴 종에서 수십년동안에 갑자기 진화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진화론이 위험에 처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둘째, 진화라는 것은 생존력(정확히는 번식력)의 차이에 의해 일어납니다. 만약 저런 비만인들이 빨리 죽거나 해서 생식력이 떨어진다면 그때 진화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현대는 또한 의학이 발달한 상태죠. 저렇게 살쪘다고 해서 쉽게 죽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때문에 저런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을 많이 먹어, 그것을 몸에 쌓아두는 유전자]가 도태되기에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혹시 인간 유전자를 완벽하게 분석해서 저런 [가장 열량이 높은 부분을 많이 먹어, 그것을 몸에 쌓아두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도태시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