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조금 소녀 취향의 소설이긴 합니다만, 키다리 아저씨란 소설을 본 일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죠.

키다리아저씨 덕에 학교에 다니게 된 주인공이 어느날 과자를 파는 남루한 소녀를 만납니다. 친구들과 과자를 사서 먹으면서 그 소녀에게 사정을 묻게 되죠.
그 소녀의 아버지는 얼마전 돌아가시고, 그녀는 학교도 그만두고 과자를 팔아서 어린 동생들을 부양한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늘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후견인인 키다리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 소녀을 도와줄 방도를 찾아 그 소녀를 찾아갑니다.
주인공의 후견인이 약간의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전하자, 갑자기 그 소녀의 어머니가 소리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이 말에 화가 뻗친 주인공이 말하죠.
"도와준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 아저씨라니까요!"
"예, 주님이 댁의 아저씨에게 역사하셔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이런 '몰지각한 종교인'이 비단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 소녀의 가족은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소녀의 노력에 의해 구원(?)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독교인들의 기도 때문이 아니라 일요일에도 기도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일어나게 된 것이구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나니,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공치사하는 모습, 어떻게 보이시나요? 진화론 논쟁과 함께 기독교인의 이런 모습도 제가 기독교에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에서도 한번 다루었지만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법칙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멘델의 유전법칙에 의하면 종이 변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다윈의 진화론이 부정된다고 말입니다.

http://www.kictnet.net/bbs/board.php?bo_table=sub5_1&wr_id=172&page=11

잠시 다른 이야기 좀 하죠.
중학교 과학에서 배우는 보일 샬의 법칙(Boyle-Charles' Law)이 있습니다. 기체의 온도와 압력, 부피에 관련된 식으로


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체를 가지고 실험해 보면 저 식이 정확하게 맞을까요?
죄송합니다만 실제 기체로 실험을 해 본다면 정확하게 저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 보일 샬의 법칙은 이상기체(理想氣體 ideal gas), 즉 완전한 구형, 분자크기 0, 분자간 상호작용 0, 완전탄성충돌체가상적인 기체에서 정확하게 성립하는 법칙입니다. 그런데 실제 기체는 크기를 가지고 있고 분자간 인력도 발생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멘델의 유전법칙 역시 일반적인 유전자가 아닌 이상유전자(ideal gene)*, 말하자면
1. 모든 유전자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질(노랑 또는 초록)이 있다.
2. 유전자의 변이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3. 자연선택 또는 실험자의 선택에 의한 유전자의 도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조건 하에서만 정확하게 성립되는 법칙입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저런 유전자가 존재할까요? 2번, 유전자의 변이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만으로도 이상적인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유전자의 변이자연선택에 의한 도태입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에서는 이 두 가지를 제외합니다. 그런데 멘델의 유전법칙으로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덧 :
위에서 이상기체(ideal gas)니 이상유전자(ideal gene)니 이야기하면서 법칙과 현실의 차이를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창조론자들 중에서 '실제와 차이가 나는 것이 무슨 법칙이냐'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아니, 과학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이해수준을 본다면 저런 말이 나올 가능성은 100%에 가까와 보입니다).
'이상기체에 적용되는 법칙'이란 말은 '최소한의 보정만으로 모든 기체'에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이란 뜻입니다. 만약 산소기체라면 보일 샬의 법칙을 산소기체에 적용한 후 산소기체에 대한 보정을 하면 산소기체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멘델의 법칙 또한 멘델의 법칙을 자연계의 유전자에 적용한 후 유전자에 대한 보정(돌연변이, 자연선택)을 하면 유전자의 움직임(진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유전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만든 말입니다. 이상(異常)한 유전자가 아니라 이상(理想)적인 유전자를 말합니다. 하긴 너무나 이상(理想)적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異常)한 것이긴 합니다만.

엮인글 :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 진다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유명한 에디슨의 말입니다.
에디슨이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기사가 나간 이후 불평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기사가 나갔다고 말입니다.

1. 에디슨이 원래 중점을 둔 것은 1%의 영감(靈感 inspiration)이었습니다.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노력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신문에서는 99%의 노력에 중점을 두어 무조건 노력만 하면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1%의 영감(inspiration)이라는 것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반짝하는 아이디어나 신이 준 천재성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보다는 열정이나 꿈, 목표의식에 더 가깝습니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목표의식 없는 노력은 헛수고란 것이죠.


무조건 달리기만 해서는 아무데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만 정해놓고 가만히 있어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를 먼저 정해 놓고(1%의 영감) 그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99% 노력)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

칼 포퍼
과학이론은 반증가능해야 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이 말을 오해 정도가 아니라 곡해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진화론도 반증가능하다. 즉 진화론은 언젠가는 반증되어 없어질 것이다. 반증가능성이 없는 창조론만이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1. 유용성


다음 예언을 봅시다.

가.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이 있을까요?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지구가 멸망할 그날까지 기다려야 하겠군요.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앞으로 비가 올 것이다'란 정보로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언제 올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서 우산을 들고 다닐까요?

나. 내일 비가 올 것이다.
㉠ 이 예언의 반증가능성은 어떨까요? 간단합니다. 내일 하루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되죠.
㉡ 이 예언이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내일 비가 오니까 내일 모내기 준비를 할 수 있겠네요. 또는 내일 우산을 들고 나가야겠군요. 아니면 비가 많이 올지도 모르니 홍수준비도 해야겠습니다.

다. 내일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 예언은요? 내일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 감시할 뿐 아니라 비의 양을 재어서 300mm가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증가능성'이 더 커졌군요.
㉡ 비가 300mm나 온다면 모내기는 무리겠군요. 모내기준비는 멈추고 홍수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우산뿐 아니라 우비와 장화도 필수겠네요.

라. 내일 남부지방에 비가 300mm 올 것이다.
㉠ 이제는 비가 오는 지역까지 감시해서 이 예언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예언보다 반증가능성은 늘어났네요.
㉡ 자, 이제 남부지방에서만 홍수준비를 하면 됩니다. 중부지방에서는 쓸데없이 홍수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군요.

말하자면 '반증 가능성'이 없는 정보는 전혀 쓸모없는 정보입니다. 오히려 '반증 가능성'이 많을수록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때 반증가능성이 전혀 없는 창조론은 사람들에게 있어 있으나마나한 정보일 뿐이죠.

2. 견고성

진화론은 반증가능성이 있기에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이론이다... 정말 그럴까요?

진화론의 '반증가능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
저 유명한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입니다. 이것이 발견되면 진화론적으로 구성한 생물연대기가 뒤죽박죽이 되죠. 캄브리아기의 토끼화석뿐 아니라 인간과 티라노사우루스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었다든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 분과학문간의 불일치
이를테면 동일한 현상에 대해 고생물학적 분석결과와 유전학적 분석결과가 차이가 난다면 그것 역시 진화론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 극단적인 변화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원숭이가 사람낳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소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굴드의 단속평형설조차 저런 극단적인 변화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화론의 반증가능성이 이렇게 많지만 반증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 캄브리아지층에서 토끼화석이 발견되면 진화론은 무너집니다. 그런데 캄브리아 지층에서 뼛조각 하나 발견된 일이 없습니다.
㉡ 하나의 대상에 대해 수십가지 분석을 하더라도 항상 일치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나의 암석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하면 그 연대측정 결과가 거의 일치된 값이 나옵니다. 고래에 대해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연구한 결과와 유전학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 역시 일치합니다[참고].
㉢ 창조론자들의 말대로 원숭이가 사람을 낳거나 개가 고양이를 낳는 그런 급격한 변화는 관찰된 적이 없습니다.

반증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지지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