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던 어느 나라에 유명한 가문이 세개 있었습니다.
'정'가문과
'종'가문, 그리고
'과'가문이었습니다. 이 세 가문은 이 나라가 세워질 때부터 있었던 유서깊은 가문이었습니다.
'정'가문은 이 나라의 지배자였습니다. 대대로 이 가문에서 왕과 재상이 나와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과'가문의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없이 자신들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듯 했습니다. 하늘을 보면서 하늘이 어떻게 생겼을까, 구름을 보면서 구름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고민을 하며 지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번개가 왜 생기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전하가 어떻고 정전기와 저항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과'가문 사람들을 좋아했습니다.
'과'가문 사람들이 만든 배와 그물로 멀리까지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었고 그들이 만든 정과 망치, 시멘트로 돌을 다듬어 집을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만든 일부 발명품들은
'정'가문이 독점하고 사람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과'가문 사람들은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했지만 말입니다.
그에비해
'종'가문의 사람들은 하늘과 구름, 번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기쉬운 설명을 했습니다. 하늘에는 신이 살고 있고 그는 구름을 타고 다니며 나쁜 사람 즉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번개로 징벌을 내린다고 말이죠.
사람들은 이해반, 두려움반으로
'종'가문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정'가문은 이러한
'종'가문의 세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권력을 확실히 하기 위해
'종'가문과 손을 잡았습니다.
세력을 잡은
'종'가문은
'과'가문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습니다. 자신은 '땅은 평평하고 태양이 하늘에서 움직인다'는 지동설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왔는데,
'과'가문의
'코'아무개와
'갈'아무개는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죠.
'종'가문은
'갈'아무개를 잡아와서 직접 '신의 징벌'을 가합니다. 그 후로도
'과'가문을 향한
'종'가문의 '신의 징벌'은 계속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가문의 가르침과
'과'가문의 가르침 사이에서
'과'가문의 가르침이 더 증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과'가문을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마침내
'과'가문의 세력이
'종'가문의 세력을 능가하게 되죠.
'종'가문에는
'카'아무개와
'프'아무개라는 아들들이 있었습니다. 맏형인
'카'아무개는 자신들이 주장하던 천동설이
'과'가문의 지동설에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과'가문을 그런대로 인정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생
'프'아무개는
'과'가문을 여전히 백안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과'가문의
'다'아무개가 진화론이란 것을 들고 나왔습니다.
'카'아무개는 일단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생
'프'아무개는 그런 형을 이단(泥段 : 진흙조각)이라 말하며
'다'아무개에게 신의 징벌을 내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과'가문의 많은 형제들이
'다'아무개에 이어 진화론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더이상 '신의 징벌'에 관심이 없었죠. 결국
'프'아무개는 지적설계론이란 것을 만들어 진화론과 동등한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법적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수도에서 이러한 법적투쟁이 일어나는 동안 지방의 여러 마을에서는 이미
'과'가문의 진화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동방에 있는 작은 마을 하나만 빼고 말입니다.
그 마을의 일부 사람들은
'프'아무개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프'아무개의 가르침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가문의 발명품들이
'정'가문에
악용된 것을 들춰내고, 가끔씩
'과'가문 사람들이 했던
실수를 크게 떠들고,
'다'아무개의 형제들이 '아직 확실히 몰라서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침소봉대하면서
'과'가문과 마을 사람들을 이간질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과'가문이 만들어준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해서 말입니다.
뱀발 : 위의
'카'아무개와
'프'아무개는 원래는
'천'아무개와
'개'아무개였습니다. 그런데 어감 때문에 바뀌고 말았죠..^^;
뱀발2 :
크리슈님의 비슷한 글이 있던데, 저도 따라서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