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상은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상이셔서 눈에 부담을 안주시구요, 또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하셨기 때문에 인체에 부담을 안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넓으셔서 책이나 연필이 떨어지시지도 않으시구요, 아주 인기있는 상품이세요. 마침 지금은 행사기간이시기 때문에 15% 할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
얼마전 백화점 점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듣고 있으니 높임말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명사에 붙이는 높임말은 단순히 '님'자를 붙이면 되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서술어에 붙이는 높임말 역시 기본적으로 어렵지는 않죠. 바로 서술어를 높이면 주어가 올라간다는 원칙만 알면 말입니다.
'아이보리 색상이셔서'의 주어는 '책상'이죠. 결국 손님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책상을 높여줍니다. '부담을 안 주시구요' 역시 주어는 책상이죠. '설계하셨기'의 주어는 손님이 아니라 설계자입니다. 그 후에도 계속 책상, 책, 연필, 행사기간을 높일 뿐입니다. 심지어 '할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의 주어는 점원 자신입니다. 윗 말은 높임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높임말이 아니죠. 정말로 높임말을 쓰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겠죠.
이 책상은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상이어서 눈에 부담을 안 주구요, 또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인체에 부담을 안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넓어서 책이나 연필이 떨어지지도 않구요, 아주 인기있는 상품이예요. 마침 지금은 행사기간이기 때문에 15% 할인해 드릴 수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하면 '뭔 점원이 높임말도 안쓰냐'라고 불평하는 '정신상 초딩'들이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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