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많은 생물학자들은 조류의 화려한 깃털에 주목했습니다. 여러모로 깃털의 색깔에 대해 연구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그들의 연구는 제대로된 연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보는 시야와 새들이 보는 시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푸른 박새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푸른 박새는 사실은 자외선박새다.
왜냐하면 푸른 박새를 자외선광 밑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거든요.
푸른 색깔이었던 정수리가 푸른색 파장 뿐 아니라 자외선도 강하게 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새뿐 아니라 많은 조류들은 자외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단색으로 보이는 부분도 자외선카메라로 찍으면 무늬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외선 시각을 가지고 있는 조류들은, 사람은 그냥 밋밋한 단색으로 보이는 새들도 울긋불긋 화려한 무늬를 가진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척추동물의 망막에는 옵신(opsin)이라는 광감지단백질이 존재합니다. 옵신 안에 들어있는 레티날(retinal)이 빛을 흡수하며, 레티날 주변의 아미노산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파장이 달라집니다(즉 감지할 수 있는 색깔이 달라집니다)
조류의 경우에는 4가지 옵신을 만들 수 있기에 4가지 색을 구분합니다. 반면 사람은 3가지 색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3가지 색각은 각각 SWS(short wave sensitive), MWS(medium wave sensitive), LWS(long wave sensitive)라고 합니다. 여기에 조류는 UVS(ultraviolet sensitive)까지 가지고 있죠.
반면 개나 고양이 같은 다른 포유류들은 2가지 색각 - SWS와 MWS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난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이 차이가 공룡시대에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조류의 선조인 공룡이 낮시간에 활보하는 동안, 공룡에 밀린 포유류들은 밤시간대로 진출합니다. 풍부한 빛 속에서 조류(공룡류)들은 빛을 보는 파장을 진화시키는 한편, 포유류들은 있던 시각유전자마저 잃어버리고 단 두가지 파장만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치
피 없는 물고기에서처럼,
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망가진 색각유전자를 도태시키는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비롯한 구대륙(아시아-유럽-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영장류들은 다른 포유류들과는 달리 3가지 색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포유류들과는 달리 붉은색 파장을 보는 LWS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된 먹이인 잘 익은 열매, 또는 부드러운 새순을 찾기 위해서는 붉은색 색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과연 이 영장류들은 조상의 2색 시각에서 3색 시각으로
어떻게 정보를 늘렸을까요?
인간의 경우 SWS는 7번 유전자(물론 다른 포유류에서는 다른 유전자)에 존재합니다. 반면 LWS와 MWS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그것도 바로 옆에 인접해서 붙어 있습니다.
다른 포유류들의 경우에는 X염색체에 MWS 하나만 존재합니다. 이 염색체가 복제중 중복에 의해 색각유전자가 2개로 늘어나고, 그중 하나가 돌연변이에 의해 붉은색 파장을 감지하는 LWS로 바뀐 것이죠
창조론자들은 유전정보가 증가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지만, 이와 같이 유전정보가 증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창조론자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죠. '이것은 유전정보의 증가가 아니다'라고 계속 주장할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대진화는 '아직 관찰되지 않은 진화'이며 정보증가는 '아직 관찰되지 않은 형질이 생기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어떤 진화가 관찰되어도 그것은 '소진화'(이미 관찰되었으니)이며 어떤 정보의 증가가 관찰되어도 정보의 증가가 아닌(역시 이미 관찰되었으므로)것입니다.
출처 : 한치의 의심도 없는 진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