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은 꽃의 꿀을 먹고 산다. 꽃이 없다면 벌은 모두 굶어죽을 것이다.
꽃은 벌이 수정을 해주어야 한다. 벌이 없다면 꽃들은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벌과 꽃이 동시에 진화해서 나타난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차라리 누군가가 동시에 설계했다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늘 하는 말이지만, 진화는 포켓몬식 진화가 아닙니다. '꽃'이란 식물기관과 '벌'이란 곤충이 어느 순간 '뿅'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란 말이죠.
또 한편으로는 '둘은 절대로 떨어질 수 없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둘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는 흑백논리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도 소나무 등은 곤충에 의해 수정되지 않습니다.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 암꽃에 전달하죠. 먼 옛날 식물들은 벌(일단 벌의 선조지만 그냥 벌이라 하겠습니다) 없이도 수정되어 번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나무에 따라 꽃가루의 성분은 다양합니다. 어느날 벌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꽃가루를 먹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원래 먹이도 같이 먹습니다). 식물의 입장에서 꽃가루를 먹히는 것은 손해지만, 대신 꽃가루를 찾아다니는 벌들에 의해 더욱 쉽고 확실하게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즉, '벌에 먹히는 꽃가루를 가진 식물 - 꽃'은 더욱 번성을 하고, 마찬가지로 벌들도 풍부해진 먹이 덕분에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들 사이에서도 여기저기서 냄새를 풍기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녀석은 잎에서, 어떤 녀석
은 줄기에서, 어떤 녀석은 꽃가루에서...
벌들 사이에서도 여러가지 냄새를 감지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녀석은 잎에서 나는 냄새를, 어떤 녀석은 줄기에서 나는 냄새를, 어떤 녀석은 꽃가루에서 나는 냄새를....
그중 '꽃가루에서 냄새를 내는 꽃㉮'과 '꽃가루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벌ⓐ'의 궁합(?)이 맞아 이들이 더욱 크게 번성을 합니다.
㉮가 없이 ⓐ만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는 전에 하던대로 꽃가루를 찾아가면 됩니다.
ⓐ가 없이 ㉮만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다른 벌들이 냄새를 무시하고 찾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와 ⓐ가 만나면 둘이 크게 번성할 수 있습니다. ⓐ에 의해 꽃가루 수정이 되고 그만큼 ㉮가 더 번식하고 그만큼 ⓐ의 먹이가 많아지니까 말입니다.
나무들 사이에서도 여기저기 색소가 모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녀석은 잎에, 어떤 녀석은 줄기에, 어떤 녀석은 꽃가루 주변에...
그들 중에 꽃가루 주변에 색소가 모여 '여기 꽃가루가 있다'라 광고하는 꽃들이 더욱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들 중에 꽃가루 바로 옆에 수액을 모아 달콤한 꿀을 만드는 녀석도 더 많은 꽃가루를 수정시킬 수 있어 더욱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먹이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꽃가루와 꿀을 더 쉽게 먹고 소화시킬 수 있도록 턱과 소화기가 진화한 것이죠. 더이상 다른 먹이는 먹을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꽃들도 꽃가루가 끈적해지고 돌기가 생겨 벌들에게 달라붙기 쉽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바람에 날리지 않아 벌들이 없으면 수정이 안될 정도로 말입니다.
벌과 꽃은 처음부터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관계가 아니었다가, 점차로 관계가 깊어져, 지금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죠.
참고 : 공진화(co-evolution)
창조론자들에게 질문하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답글삭제과학기술은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의 기초가 되고 경제력과 군사력은 외교력의 기반이 된다고 할수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건 야훼에게는 국제사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는건가요?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쪼잔하게 창조론을 주장하며 교회에 나가서 신을 믿고 찬양하고 헌금을 낼게 아니라 국제 정치학적으로 한미동맹과 비교해서 어느쪽에 붙는게 더 유리할지 저울질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면 진화론 측은 핵무장을 한다는 대책을 제시할것이고(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 창조론의 대책은 야훼와 새로운 동맹을 맺으면 된다는것을 제시해야 되겠죠. 그런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