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직관

다음 문제들에 대해 직관적으로 대답해 보십시오.

1. 자연수의 갯수와 짝수의 갯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요?

2. 초속 10만km로 달리는 우주선에서 초속 10만km의 속도로 탄환을 진행방향으로 쏜다면 이 탄환의 속도는 얼마일까요?

3. 육면이 막힌 조그만 상자에 전자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이 전자가 벽을 통과해 상자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할 것입니다.

1. 자연수의 갯수가 많다(자연수의 갯수 = 짝수의 갯수 + 홀수의 갯수)
2. 10만km/s + 10만km/s = 20만km/s
3. 나올 수 없다.

정말 그럴까요?

1. 무한의 갯수를 세는 방법으로는 게오르크 칸토어의 짝짓기 방식이 사용됩니다. 즉 두 집합의 각 원소를 1:1로 짝지을 수 있으면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마찬가지로 무한인 두 집합의 원소를 1:1로 짝지을 수 있으면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연수의 원소(1, 2, 3, 4, ....)와 짝수의 원소(2, 4, 6, 8,....)을 1:1로 짝지을 수 있을까요?

(1:2)(2:4)(3:6)(4:8)(5:10).....(n:2n)....과 같이 어떤 자연수 n은 항상 2n과 짝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짝을 이루면, 짝을 이루지 못하는 자연수나 짝수도 없으며, 짝수 둘과 짝을 이루는 자연수, 자연수 둘과 짝을 이루는 짝수도 없습니다. 즉 자연수의 갯수와 짝수의 갯수는 같다는 요상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참고로 칸토어에 의하면 자연수의 갯수 == 짝수의 갯수 == 홀수의 갯수 == 정수의 갯수 == 유리수의 갯수 < 실수의 갯수입니다.


2.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두 속도 u와 v의 합 w는
와 같이 계산됩니다. 만약 u와 v가 광속에 비해 훨씬 작다면 uv/c2는 매우 작은 값이 되며 분모는 1에 가까와지므로 w=u+v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u와 v가 광속 c에 다가감에 따라 분모는 점점 커지므로 w는 점점 작아지죠.
이 식에 의하면 탄환의 속도는 20만 km/s가 아니라 약 18만 km/s가 됩니다.




Quantum tunnelling through a barrier.
At the origin (x=0),
 there is a very high,
 but narrow potential barrier.
 A significant tunnelling effect can be seen.
3. 양자역학에 '터널효과'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공간에 갇혀있던 소립자가 어느 순간 그 공간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죠.
오른쪽 그림과 같이 마치 파동과 같은 현상이며, 양자역학에 의하면 소립자는 파동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방사성원소에서 흔히 보이는 α-붕괴가 바로 핵력을 뚫는 터널효과의 보기입니다.
즉 양자역학에 의하면 상자 안의 전자가 벽을 통과해 밖으로 빠져나올 확률은 0이 아닙니다.


사람의 직관(intuition)이란 것은 오랜 경험으로 얻어진 규칙에 의해 결론을 내는 것을 말하며, 어떤 문제에 대해 길게 생각하지 않고도 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중에 던져진 돌은 '직관적으로' 봤을때 머지않아 땅에 떨어질 것이며 저 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호랑이는 '직관적으로' 봤을때 내게 달려들 것이라고 알 수 있죠.
인간의 문명 초기에 과학은 인간의 '직관'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인간이 그동안 보아온 경험에 의한 '직관'과 어긋나는 현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과학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광속(亞光速)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상대성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느 누구도 전자를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터널효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죠.

진화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론은 종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최소한 수만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수만년을 살 수 있다면 진화를 직접 관찰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십년에 불과합니다. 수십년간 보고 들은 결과로서 진화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죠. 그때문에 많은 창조론자들이 '물고기가 개구리를 낳는 것이 (직관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는 식의 반론을 하곤 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진흙인형을 만들듯 신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되죠(물론 신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 수식을 통해 계산하고, 그 계산 결과가 실제와 같은지를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 뿐입니다. 상대성이론에 의해 계산된 대로 중력장에서 빛의 굴절이 확인되었고, 인공위성에 실린 원자시계의 오차 등을 관측해 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죠.
진화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진화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단지 여러 생물들을 관찰하고 화석을 관찰하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유전자 돌연변이율을 계산해서 예측한 결과가 실제와 같은지를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 뿐입니다. 진화론에 의해 예측된 대로 고리종이 존재하고, 고생물학적 분석결과와 유전학적 분석결과가 일치하며, 3억 6천만년 전 지층에서 틱타알릭이 발견되었음에 의해 진화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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