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How It Happened)

원래는...(How It Happened)

(1979년작)                    



Isaac Asimov 저

윤태원 역




이것은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나의 다른 꽁트들처럼 말장난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는 사실 꽤 웃기고 또 웃음을 자아낼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순전히 웃기는 이야기로만 쓰여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는 기록매체가 파피루스  뿐이고  인쇄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책은 오늘날에 비해 상당히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즉  당신이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이 쓰려는 글이 무엇이든간에  파피루스를 많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동생은 할 수있는 가장 엄숙한 목소리로 구술을 - 여러 부족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기대하던 - 시작했다.
그는 말을 시작했다.
"태초에, 정확히 152억년전 빅뱅이 있었고 우주가......"

그러나 나는 받아쓰기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150억년 전이라고?"

내 목소리는 불신에 가득차 있었다.

"물론이지, 난 계시를 받았어." 그는 대답했다.

"네가 받는 계시를 믿지 않는 것은 아냐," 나는  말했다.

(물론 믿어야만 했다. 내 동생은 나보다 세살이 어리지만 그가 받는 계시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또 지옥에 떨어질 각오가 된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의문을 품을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설마 150억년에 걸친 창조의  역사를  구술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해야만 해, 그게 우주가 창조된  역사니까. 모든 우주의 역사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바로 이곳에  다기록되어 있다구,"
그는 말하며 자신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철필을 내려 놓으며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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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파피루스 값이 얼마나 하는지 알기나 하니?"

"뭐라고?"
(그는 신성한 계시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때때로 그러한 계시가 파피루스의 가격같은 추잡한 세상사는 고려하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네가 파피루스 한 두루마기마다 백만년에 걸친 역사를 구술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려면 우리에겐 파피루스 두루마기가 만오천개나 필요하겠지. 파피루스 만오천개를 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려면 얼마 안가서 네 목은 완전히 쉬어버리고  말 게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을 받아쓰고나면 내 손가락은 떨어져 나가버리겠지. 좋아. 우리가 그 많은 파피루스를 구입할 능력이  있고 또 네 목은 쉬지도 않고 내 손가락도  멀쩡하다고  생각해보자구. 도대체 어떤 미친 녀석이 그 많은 양을 다시  베끼려고  들겠니? 우리가 책을 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본이 적어도  100개는 있어야 할텐데, 사본을 못만들면 인세는 어떻게 받니?"

동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을 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야?" 그가 물었다.

"물론이지, 사람들에게 읽히려면 그  수밖에 없어." 나는대답했다.


"백년 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그가 제의했다.

"엿새면" 내가 말했다.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창조의 역사를 겨우 엿새에 구겨넣을 수는 없어."

"내가 가진 파피루스는 그 정도가 다야. 어떻게 할래?"

"좋아,"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한 그는 다시  구술을  시작했다.

"태초에 - 창조에는 엿새가 걸렸다 이거지, 아론?"

나는 엄숙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지, 엿새였단다. 모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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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1. 싱바싱바:

    LOL 한참 웃었습니다 'ㅇ'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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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싱비싱바님, 재미있으셨습니까?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입니다.
    사실 성경이 씌어질 당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경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창조론자들의 한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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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싱바싱바:

    창조론자들은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틈새신"이야기처럼 그때 당시의
    기술로는 도저히 확인(증명)할 수 없는것들을 내새우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죠 'ㅇ'

    " 신은 어디에 있는가? 내게 신을 보여달라. "
    > 우리가 볼 수 없는 하늘 높은곳에 있다.
    > 넌 신이 없다는걸 나한테 증명할 수 없어!

    "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내게 지옥을 보여달라."
    >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땅 속 깊은곳에 있다.
    > 넌 지옥이 없다는걸 나한테 증명할 수 없어!

    시간이 흘러 인간의 기술은 하늘의 끝엔 우주가 있다는것을
    땅속 끝엔 맨틀과 핵이 있다는것을 증명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려 하지 않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뿐 이라고 말하고 있내요.

    위의 이야기도 우주의 탄생에 대해 확인할 길 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에겐 아주 그럴싸한 이야기였겠지요 ㅇ

    ( 횡설수설~ 그냥 흘려 들어주세요 OT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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