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경우는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이라는 증상이 자주 생깁니다. 탈장이 사타구니 쪽으로 일어난 경우를 말하는 것이죠.
왜 하필 남자에게만 '서혜부 탈장'이 자주 생길까요?
태아를 관찰하면, 오른쪽 그림(스캐너가 없어서 디지털 카메라로...^^)과 같이 고환(붉은 동그라미)이 가슴 부분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정자라는 것이 온도에 예민해서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기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문에 '지적설계자'께서는 태아가 자람에 따라 고환을 밑으로 내려 낭심(노란 화살표)으로 이동시킵니다. 낮은 온도에서 정상적인 정자가 만들어지게끔 하는 '지적설계자'의 배려라고 할 수 있죠. 비록 그 때문에 '남자들만 아는 고통'을 느끼게 되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지적설계자'께서는 한가지를 잊었습니다. 가슴과 낭심 사이에 있는 '복막' 말입니다. 고환이 낭심으로 들어가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복막을 뚫고 지나가야 하고, 결국 복막은 압력에 취약해집니다. 그 때문에 특히 남성에게 있어 복막이 약해지며, 고환이 지났던 길을 통해 탈장이 진행되기 쉽게 된 것입니다.
그림 및 내용 출처 : 내 안의 물고기(닐 슈빈)
그 외에도 하필 고환이 방광 앞쪽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정관의 연결이 왼쪽 그림처럼 방광을 한바퀴 도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자가 온도에 취약하다면, 아예 처음부터 낭심에서 만든다면 취약한 복벽에 의한 탈장위험도, 왼쪽 그림처럼 이상하게 꼬인 정관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지적설계자'는 왜 고환을 가슴에서 만들어 낭심으로 내리는 '쓸모없는 일'을 해서 탈장의 위험에 빠뜨렸을까요?
어류의 경우, 고환은 가슴부위에 위치합니다. 이를테면 상어의 해부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태아의 고환이 가슴 부위에 위치하는 것은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핵켈의 실험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에서 사는 변온동물인 어류의 경우 고환의 과열을 걱정할 필요는 없죠. 그러나 뭍에 올라 항온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고환의 위치가 밑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 와중에 구멍이 뚫려 약해진 복벽도, 방광을 도는 이상한 정관도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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