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창조론이 사이비과학인 이유

1. 과학의 시작조건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찾아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것입니다.
선입견은 과학에 있어서 금기입니다. 과학역사상 발생한 오류들은 대부분이 이 선입견으로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창조론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네브라스카인의 경우도 '이것은 사람의 화석이다'라는 선입견 때문에 오류가 생긴 것입니다.

반면 창조론의 시작은 '나는 (성경에 의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입니다. 현상으로부터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성경에 의한 이론 - 창조론부터 정립해 놓고 증거를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선입견을 금기시한 것이 아니라 아예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한 것이죠.

발견된 증거가 창조론과 맞지 않아도 이론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창조론자들에게 있어서 창조론은 자연의 법칙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그들은 증거를 왜곡해서라도 창조론에 끼워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그마저도 창조론자들이 알아내기 전에 진화론자들이 먼저 알아내고 고쳐낸) 실수들을 가지고 진화론이 사이비과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창조론자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필트다운인 같은 경우도 그 오류를 발견해 고친 것은 창조론자가 아니라 진화론자들이었습니다.


2.과학이론은 후에 발견된 증거에 의해 수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진화론 같이 역사가 깊지 않은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견되는 새로운 정보들에 의해 기존 이론이 수정되는 일이 잦습니다.
창조론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진화론을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곤 합니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른 이론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러한 수정이 아무리 많이 일어난다고 해도 큰 줄기가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저차가 흰색차냐 회색차냐 정도의 논쟁이지 저것이 차냐 배냐 하는 논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논쟁이야말로 진화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창조론자들에게서 나올 문제점이 진화론자들 사이에서 먼저 나와 미리 연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바다로 나간 배가 있습니다. 매일밤 천체를 관측해서 진로를 수정하는 배㉮와, 나침반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에서도 '성경에 의하면 이 방향이 맞다'고 한방향으로만 곧장 가는 배㉯ 중에서 어떤 배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비록 ㉯는 ㉮에게, '맨날 진로를 바꾸니 목적지에 도달할 수나 있겠냐'고 비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3. 창조론자들은 창조론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진화론자들도 진화론을 믿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화론자들은 진화론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론보다 진화론의 증거가 설득력이 있기에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죠.
반면 창조론자들은 창조론보다 진화론의 증거가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증거가 필요 없으니까 말입니다. 창조론자들이 창조론의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믿음이 그만큼 얕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습니다.


4. 어떤 신비한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습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그 가설을 폐기하고 다시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습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그 가설을 폐기하고 다시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습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그 가설을 폐기하고 다시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습니다.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
이렇게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 과학이죠. 저런 단계를 생략하고 '저것은 신의 작품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는 것은 종교이지 과학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창조론자들이 시원한 에어컨 또는 따뜻한 보일러 옆에서 컴퓨터로 노아의 홍수니 지구가 6000살이니 하는 뻘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은 신의 작품'이라 주장하는 창조론자들 덕은 아니죠.

댓글 7개:

  1. 진화론이 과학적 사실이면 검증될 것이고, 어떠한 비판에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화론이 비판 자체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서 과학하는 자세는 아닐 것입니다.

    자신있다면, 더 솔직하게 다 오픈하여 토론하면 됩니다.

    숨어서 말고, 이성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창조과학의 논리를 듣고, 보게 하고, 진화론자들의 논리를 듣고 , 보게 하면서 ,...

    그러면 창조 든 진화론이든 개인의 이성을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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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판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요? 창조론자들의 비판이 제대로된 비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창조론자들의 비판은 이런 것입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1억 5천만 km라고? 그걸 어떻게 알지? 줄자를 가지고 태양까지의 거리를 재보기라도 했나?
    뭐? 만유인력법칙으로 계산했다고? 그런 계산은 절대 믿을 수 없으니 이 줄자로 재 오라고. 그렇게 재오기 전에는 태양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멀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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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창조론자들이 시원한 에어컨 또는 따뜻한 보일러 옆에서 컴퓨터로 노아의 홍수니 지구가 6000살이니 하는 뻘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은 종교를 포함한 인류 모두가 노력해온 기술의 발전 덕분이지 글쓴이 같은 과학주의자들 덕분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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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http://chamsol4.blogspot.kr/2009/09/blog-post_29.html
      여기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지구의 크기를 처음 계산한 것은 기원전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그리고 깊은 계곡에 다리를 놓은 것은 로마인들이었죠.
      그런데 종교가 판을 치던 중세를 지나면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계곡의 다리는 악마만이 놓을 수 있게 되었으며 지구의 지름을 계산하기는 커녕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조차 잊었습니다.

      과학기술이 오로지 과학주의자들만의 덕분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멘델 같은 종교인들의 도움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종교인은 도움보다 방해가 된 일이 훨씬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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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번에 왜 나침반의 방향이 틀렸다고 확정을 지으신건가요?? 나무님의 의견은 둘 다 아직 정답이다 확정지을 수 없는 상태아니였나요?? 창조론은 틀렸다 라고 확신을 두고 얘기하시는건가요?? 그렇다면 1번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얘기는 성립되지 않는거 같습니다. 3번같은경우도 창조론자들은 믿는다 하지만 믿음의 증거를 찾는것은 믿음이 깊이가 얕고 부족해서 그런것이다라고 하셨는데 믿지않는 자들을 위해서 믿음의 증거를 찾는것이 믿음이 부족한 일인걸까요?? 3번과 4번에 내용에서는 나무님이 믿음에 대해 안좋은 인식? 이 조금 있으신거같아 보였습니다 ps.새벽에 우주관련 검색해보다가 어찌어찌 블로그까지 찾아오게 되었네요 잠안오는밤 블로그 구경 잘하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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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까지 발견된 과학지식으로는 나침반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확실하죠. 창조론이 틀렸다는 것은 이미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것은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이란 것 자체가 증거가 필요 없습니다. 만약 증거가 있어야 믿는다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죠. 그것도 거짓된 증거에 기댄 믿음이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믿음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믿음을 위해 이미 밝혀진 사실을 부정하는 자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2000년전 유대 유목민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자들에 대해 안좋은 인식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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