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4의 확률에 도전하다

㉮ 아무런 조작이 되어있지 않은 동전을 10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요? 1/1024입니다. 이것이 가능할까요?
이 가능해보이지 않는 일을 한 마술사가 있습니다. 다음영상 약 30초 이후에 10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서 1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 유명한 경제학 교수가 주식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주식을 거액에 산 것이죠.
그런데 그는 이렇게 항변을 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애널리스트라도 주가의 동향을 100%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저 사람은 그 주식의 주가동향을 열흘이나 정확하게 맞추었다. 이것은 한낱 사기꾼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나는 그 주식이 오르리라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 사기꾼은 어떻게 해서  열흘간의 주가동향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을까요?

----------------------

확률의 역설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인간의 두뇌는 확률을 계산하는데 부적합합니다. 완전한 랜덤이 지배하는 도박장이 아니라 패턴이 나타나는 지구에서 진화했기 때문이죠. 그레서 위에서와 같이 1/1024의 확률현상이 나타나면 매우 놀라워합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별것 아닙니다.

㉮와 같은 경우는 '될 때까지 던졌다'입니다.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총 9시간동안 계속 동전던지기를 해서 결국 저 10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마술을 성공시킨 것입니다.

㉯는 더 간단합니다. 여러 유명한 사람 1024명을 골라 편지를 보냅니다. 그중 512명에게는 '주가가 오른다', 다른 512명에게는 '주가가 내린다'라고 말이죠.
만약 다음날 주가가 떨어졌다면, 어제 '주가가 내린다'라고 보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편지를 보냅니다. 그들중 256명에게는 '주가가 오른다', 다른 256명에게는 '주가가 내린다'라는 편지를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한다면 9일째는 2명이 남게 되고, 그들에게 '주가가 내린다', '주가가 오른다'라는 편지를 따로 보냅니다. 그들중 하나(위에서의 경제학 교수)에게는 사기꾼이 열흘동안 주가동향을 정확히 맞춘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리거나(㉮) 모집합을 늘린다면(㉯) 이보다 더 작은 확률도 맞출 수 있습니다. 9시간이 아니라 18시간 이상 동전을 던진다면 동전이 11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1/2048의 확률도 나타날 수 있으며, 2048명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11일간의 주가변화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것이죠.

가끔 창조론자들은 '일어날 수 없는 확률*' 어쩌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위와 같은 보기를 본다면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은 오로지 0 하나뿐입니다. 아무리 가망성이 없어보이는 확률이라도 모집단의 수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일어날 가능성은 커지죠.

* 저들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생명탄생의 확률'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그들이 주장하는 확률은 '무기물에서 어느 순간 세포가 합성될 확률'을 구해놓고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죠.
실제로 생명탄생의 과정은 무기물 → 간단한 유기물 → 복잡한 유기물 → 자기복제분자 → 생명의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저 각각의 단계가 일어날 확률은 작지 않습니다. 마치 63빌딩 꼭대기까지 한번에 뛰어오를 확률은 0에 무한히 가깝지만, 비상구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갈 확률은 작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창조론 이야기 - 고등한 단세포 생물


어느 원시부족 ㈎외 ㈏가 있습니다. 두 부족은 돌칼을 가지고 사냥을 합니다.
어느날 ㈎ 부족의 발명가가 '활'이라 불리는 신무기를 만듧니다. 활을 가지고 있으면 사냥감에 가까이 가지 않더라도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 부족의 활은 목궁(木弓)에서 각궁(角弓)을 거쳐 합성궁(Composit Bow)으로 발전하며 위력이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아직 칼을 휘두르고 있는 ㈏ 부족을 비웃습니다.
[이런 신무기를 모르고 아직까지 칼이나 휘두르는 야만인들...ㅋㅋ]

하지만 실상 ㈏ 부족도 돌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부족이 활을 발전시키고 있는 동안 그들도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청동검과 철검을 거쳐 칼을 발전시키다가 지금은 광선검(!)을 휘두르며, 화살로는 사냥이 불가능한 단단한 가죽을 가진 동물을 사냥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 부족의 어느 창조설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렇게 칼이나 휘두르고 있는 미개한 야만인들이 광선검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광선검은 틀림없이 누군가가 만들어준 것이다]


진화론의 비극은 많은 사람들이 '나는 진화론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착각에 기초해서 진화론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착각을 증명하라 요구하며, 그 착각망상을 증명 못하면 진화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하늘을 나는 것이 그렇게 유용하다면 왜 모두가 하늘을 날도록 진화하지 않았냐'는 식의 주장 말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죠. 하늘을 나는 것이 왜 유용할까요? 모두가 땅에 있을때 아무도 없는 하늘로 진출한다는 것 때문에 유용한 것입니다. 모두가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오히려 아무도 없는 땅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그 때문에 모두가 하늘을 날지 않고 하늘로 진출한 생물과 땅에 남아있는 생물이, 심지어는 타조와 같이 하늘에서 땅으로 되돌아온 생물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출처 : 창조과학회

위의 창조과학회의 착각 망상 또는 사기 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단세포인 세상에서 다세포가 되는 것은 적지 않은 이득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다세포가 된다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단세포로 남아있는 것이 더 유용하죠. 그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다세포생물과 함께 단세포생물도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지금의 단세포생물은 '다세포가 되지 못한 하등한 생물'이 아니라 '다세포가 되지 않은 고등한 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나 아메바나 똑같은 40억년의 진화를 거친 동등한 생물입니다. 다세포생물의 세계에서 수억년의 진화를 거쳐 '인간의 지능'이 진화했듯이, 단세포생물의 세계에서도 수억년의 진화를 거쳐 저런 '다연발 작살'이 진화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다름과 틀림



다름과 틀림은 다릅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 자신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 공익광고까지 나오는 것이고 말입니다. '다름'이 '틀림'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같은 이유로 해서 '틀림' 역시 '다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틀림'을 '다름'으로 위장해서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이다

이 명제는 어떨까요? 이미 2000여년전 그리스 유클리드에 의해 참임이 밝혀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명제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가 아니다

이것은 '다른 명제'일까요, '틀린 명제'일까요?

최소한 18세기까지 이 명제는 '틀린 명제'였습니다. 그때는 유클리드기하학만이 '수학적인 진리'로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클리드기하학의 5개 공준들 중 치명적인 공준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마지막 제 5공준, 평행선의 공준이었죠. 이것은 사실 너무 장황하기에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야 하는 명제입니다. 하지만 유클리드는 물론, 그 이후 2000년간 수많은 수학자들이 저 공준의 증명에 실패했습니다. 그 때문에 '어쩔수 없이' 기하학에서의 공준(postulate) - 약속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8세기에 들어, 수학자들중 일부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두 직선이 내각들의 합이 큰 쪽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두 직선이 내각들의 합이 작은 쪽에서도 만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런 경우에도 아무런 모순이 없는 기하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결국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죠.
즉,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이다 : 이것은 유클리드 평면에 있어서 참입니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은 180˚가 아니다 : 이것은 비유클리드 평면에 있어서 참입니다.

즉 이 두 명제는 관점에 따라서 참이 될 수도 거짓이 될 수도 있는 '다른 명제'일 뿐 둘 다 참입니다.

이런 문제는 정치나 사회적 이슈 같은 부분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사드(THAAD)를 설치해야 한다 : 군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참입니다.
사드(THAAD)를 설치하면 안된다 :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는 여러 관점에서 판단하고, 단점을 줄이는 방향(설치시 경제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반대시 군사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으로 해결해야지, [사드 설치하면 매국노]/[사드 반대하면 빨갱이] 식으로 주장만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다행히 이 블로그 주제인 수학/과학에서는 이런 문제가 덜한 편이죠.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삼각형 세 각의 합이 270˚라는 사실을 베른하르트 리만(Bernhard Riemann)이 증명했다.

이 명제는 어떨까요? 관점의 차이에 의한 '다른 의견'일까요?


첫째, 여기서는 이미 이 명제의 관점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된 이상 이 명제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없습니다.
둘째, 구면기하학이라고 해도 삼각형 세 각의 합이 270˚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위,경도가 (0, 0), (0, 90), (90, 90)인 점으로 만들 수 있는 삼각형만이 270˚일 뿐입니다.
셋째, 베른하르트 리만 이전에도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오반니 사케리(Giovanni Saccheri, 이탈리아), J 볼랴이(Johann Bolyai, 헝가리 Bolyai János), 수학천재인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독일 Carl Friedrich Gauß) 등에 의해 여러 증명이 이루어지다가, 가우스의 제자인 리만에 의해 체계화된 것입니다.

즉 이 명제는 관점에 따라 참이 될 수 있는 '다른 명제'가 아니라 시작부터 '틀린 명제'가 됩니다.

하지만, 유클리드기하학이 뭔지 비유클리드기하학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아,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이 180˚가 아니라 270˚구나, 리만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증명했다니 맞는 말이겠지'라 설득당할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은 창조과학 같은 사이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구나이 6000년이다 : 기독교적인 관점에서는 '다른 의견'일 수 있습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지구나이 6000년이다 : 관점을 따질 것 없이 '틀린 의견'이죠.

즉, 창조론을 '다른 의견'으로 만들고 싶으면, 교회 안에서만 주장하면 됩니다. 과학 영역으로 밀어넣고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