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인구증가


김명현이란 재료공학박사의 생물학강의를 듣고 무척 감동받은 모양입니다. 게다가 제게도 자꾸 쪽지를 보내네요..






수능점수 30점이라...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남일처럼 말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일단 아이를 낳기만 하면 풀뿌리를 뽑아먹어서라도 살아가기에 인구가 늘어난답니다....
그 쪽지를 보자니 카이바브 고원의 노새사슴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언젠가 올리고 싶은 글이었는데 이기회에 써야겠습니다.

노새사슴(mule deer)
미국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Kaibab Plateau)에는 각종 나무들과 노새사슴(mule deer) 같은 초식동물을 비롯해서 퓨마, 늑대 등의 포식자들이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1907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고원의 노새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사슴사냥을 금지하는 한편, 소나 양 같은 다른 초식동물들을 내쫓고 퓨마, 늑대 등에게는 포상금을 걸어 사냥을 장려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확실한 성공을 거두어, 1900년대 초에 4000마리에 불과했던 사슴은, 1922년에는 5만마리 이상으로, 불과 20년만에 1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불어난 사슴을 수용할 만한 여력이 카이바브 고원에는 없었다는 것이었죠. 이 사슴들은 저 위의 창조론자가 말하듯 풀이라도 뽑아먹었지만, 결국에는 대다수가 굶어죽어 오히려 처음의 4000마리 이하로 줄어들어버렸습니다. 5만으로 불어난 사슴떼들이 풀을 모두 뜯어먹었기 때문에 4000마리의 사슴들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자라려면 시간이 걸려야 했기 때문이죠.


김명현이란 박사가 정말로 이 사실을 모르고 말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창조론자들을 속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런 강의를 '감명깊게' 본 창조론자들은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시 위의 창조론자라면, '풀이 없으면 밥이라도 해먹지 않고 왜 굶어죽었지?'라고 할지도... 사슴은 원래 풀을 먹으니까... 아니면 '사슴이 인간이라니 멍청한 참솔 같으니'라고 할까요?ㅎㅎ

참고로 현재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19세기쯤에 개발된 비료에 의해 식량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떡밥에 대하여

1999년 봄, New Mexicans for Science & Reason(NMSR)에 포스트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증거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 늦기 전에 내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중략)

우리는 알로사우루스에게 먹히고 있는 호미니드의 화석을 찾은 것이다.



(중략)

그들은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경력이 엉망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들은 결코 이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페이지는 언제 닫힐지 모른다. 여러분들은 이 페이지가 닫히기 전에 빨리 보고 널리 퍼뜨리기 바란다.

(후략)


많은 회의주의자들이나 일부 창조주의자들은 이 기사가 장난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을 표명했지만, 많은 창조주의자들은 공룡과 인류의 공존의 증거로서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1999년 5월 7일, 창조주의자 대변인인 일명 '공룡박사(Dr. Dino)' 켄트 호빈드(Kent Hovind)는 일단의 청중들 앞에서 이 새로운 증거에 대한 확실한 연구를 촉구했습니다.

그 후 NMSR에서는 해당 기사가 연례행사인 만우절 장난임을 밝혔고, 켄트 호빈드 역시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끊었습니다.

물론 최초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흔적은 매우 많았죠. 이를테면 주조한 뼈가 너무 푸른색을 띄고 반짝거린다는 것이며 말장난으로 때우는 부분이 많다는 등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자들은 이런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 - 일명 떡밥(paste bait)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Onyate Man

지금도 가끔씩 온야테사람을 끄집어내는 창조론자들을 보면, 이런 만우절 장난조차 함부로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떡밥에 빠지는 것이 창조론자들 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선입견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밝혀진 유타주 블랙드래곤 계곡 벽화입니다. 흔히들 '고대인이 그린 익룡'이라고 해서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주장하던 또하나의 증거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분석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것은 하나의 익룡이 아니라 여러개의 동물그림이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동물그림들이 하나의 익룡그림으로 오인되었을까요?
1947년 존 시몬슨이라는 사람이 분필로 익룡그림을 그린 것이 최초였습니다. 과연 이 사람이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자신이 이 벽화에서 익룡을 연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후의 전문가들 역시 이 분필선에 영향을 받아 익룡을 보게 된 것이죠.


달의 후퇴


달의 궤도는 일정치 않습니다. 조석력에 의한 각속도의 변화에 의해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중이죠. 그런 달의 후퇴(Recession of the Moon)를 가지고 저런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간단하게 계산을 해 본다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38만km, 3.8×1010cm가 됩니다. 1년에 3.8cm씩 증가하므로

3.8×1010cm ÷ 3.8cm/yr = 1010yr = 100억년

즉, 달이 지구에 붙어있었을 때는 공룡시대가 아니라 100억년전, 지구가 태어나기도 전이 되겠군요.

물론 달의 후퇴를 이용한 달의 나이 계산이 이렇게 간단하게 계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창조과학회에서 공개한 다음 찌라시문서들을 참조한 것이겠죠.


그 찌라시문서에는 미분방정식까지 동원해서 달의 후퇴속도를 계산해 놓았더군요.
문제는 과거의 달의 후퇴속도가 그렇게 방정식을 사용할 만큼 일정하게 바뀌었느냐는 것이죠.
달의 후퇴는 달과 지구 사이의 각운동량보존에 의해 일어납니다. 즉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서 생기는 '지구의 각운동량 감소'만큼 '달의 각운동량 증가'가 일어나야 하기에 달의 공전속도가 빨라지고 그에따라 달의 궤도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이중잣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조석력에 의한 지구 자전속도 변화는 일정치 않았습니다. 수심이 낮은 바다가 넓게 퍼져있을 경우에는 지구 자전속도가 빨리 느려지고(달의 후퇴속도가 빨라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전속도 변화가 작습니다(달의 후퇴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러므로 실제 달의 후퇴속도는, 자구의 자전속도 감소처럼 과거의 환경 - 고생물학적 연구에 의해 계산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6억 5천만년 전에는 달의 후퇴속도가 1.95±0.29 cm/yr이었으며, 25억년 전부터 6억 5천만년 전 사이의 평균 후퇴속도는 1.27 cm/yr, 그리고 6억 5천만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평균 후퇴속도는 2.16 cm/yr였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 아니죠. 달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던,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역시 방사성원소연대측정법으로 계산한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연구가 동일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달의 나이 44억년이 거의 정확하다는 뜻이죠.

-------------------------------------------

그렇다면, 창조과학회의 찌라시문서에서 계산한 미분방정식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더구나 그 방정식을 계산했다는 리슬 박사(Dr. Jason Lisle)는 정식으로 천문학을 전공한 창조과학자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 리슬 박사가 쓴 논문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을 해 봤습니다.

Nature
Nature지에서 Lisle Jason으로 검색해본 결과입니다. 안나오네요. Scienc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유치원에 간 사나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을 상대할 논문이 아니라 비전문가들을 선동하기 위한 책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입니다(물론 이부분은 개인적 생각이므로, 만약 이 사람이 달의 후퇴율에 대해 쓴 논문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