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에 대하여

1999년 봄, New Mexicans for Science & Reason(NMSR)에 포스트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증거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 늦기 전에 내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중략)

우리는 알로사우루스에게 먹히고 있는 호미니드의 화석을 찾은 것이다.



(중략)

그들은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경력이 엉망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들은 결코 이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페이지는 언제 닫힐지 모른다. 여러분들은 이 페이지가 닫히기 전에 빨리 보고 널리 퍼뜨리기 바란다.

(후략)


많은 회의주의자들이나 일부 창조주의자들은 이 기사가 장난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을 표명했지만, 많은 창조주의자들은 공룡과 인류의 공존의 증거로서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1999년 5월 7일, 창조주의자 대변인인 일명 '공룡박사(Dr. Dino)' 켄트 호빈드(Kent Hovind)는 일단의 청중들 앞에서 이 새로운 증거에 대한 확실한 연구를 촉구했습니다.

그 후 NMSR에서는 해당 기사가 연례행사인 만우절 장난임을 밝혔고, 켄트 호빈드 역시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끊었습니다.

물론 최초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흔적은 매우 많았죠. 이를테면 주조한 뼈가 너무 푸른색을 띄고 반짝거린다는 것이며 말장난으로 때우는 부분이 많다는 등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자들은 이런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들 - 일명 떡밥(paste bait)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Onyate Man

지금도 가끔씩 온야테사람을 끄집어내는 창조론자들을 보면, 이런 만우절 장난조차 함부로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떡밥에 빠지는 것이 창조론자들 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선입견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밝혀진 유타주 블랙드래곤 계곡 벽화입니다. 흔히들 '고대인이 그린 익룡'이라고 해서 공룡과 인간의 공존을 주장하던 또하나의 증거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분석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것은 하나의 익룡이 아니라 여러개의 동물그림이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동물그림들이 하나의 익룡그림으로 오인되었을까요?
1947년 존 시몬슨이라는 사람이 분필로 익룡그림을 그린 것이 최초였습니다. 과연 이 사람이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자신이 이 벽화에서 익룡을 연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후의 전문가들 역시 이 분필선에 영향을 받아 익룡을 보게 된 것이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