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콩심은데 콩난다

'콩심은데 콩난다'는 말을 부정하는 진화론자는 없습니다.
한편으로 진화론자들은 '종이 나뉘는 것(콩이 콩이 아닌 두 종으로 나뉘는 것)이 진화다'라고도 하죠.


창조론자들(또는 진화론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 두 말은 모순인 듯 싶습니다. 콩심은데서는 콩밖에 나지 않는데 진화란 콩이 콩이 아닌 다른 것이 된다는 말이니까요.

이렇게 진화론자들은 모순된 말을 하는 거짓말장이, 또는 궤변론자일까요?


어떤 곳에 다음과 같은 '콩콩이'가 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콩콩이가 단체사진을 찍는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일까요?


그렇지 않겠죠. 사람도 키가 160cm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0cm에 가까운 사람도 있습니다. 몸무게도 40kg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kg인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큰 사람과 눈이 작은 사람, 몸에 털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등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나 양, 토끼 등도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이들과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서로의 다른 점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콩콩이의 단체사진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어느날 큰 지진이 일어나 이 콩콩이들의 보금자리 한가운데로 깊은 낭떠러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절벽 서쪽엔 풀밭이 우거졌으며 동쪽에는 여기저기 경사면이 생겨 자칫하다간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겼습니다.

몇년이 지난 후 다시 콩콩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습니다(이때 전에 찍은 콩콩이들을 모아 다시 찍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콩콩이들을 모아 찍은 것입니다.).


이들은 과연 콩콩이들일까요?

다시 몇년이 지난 후 콩콩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콩콩이들일까요?


몇년 간격으로 계속 사진을 찍은 결과입니다.


즉 낭떠러지 서쪽에서는 풀숲에서 눈에 잘 안띄는 초록색으로(이것을 푸르미라 부릅시다), 동쪽에서는 굴러 떨어지지 않는 네모꼴로(이것을 네모네모라 합시다) 진화가 일어났습니다.

자, 여기서 창조론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해 봅시다.
낭떠러지 서쪽에서 콩콩이가 푸르미를 낳은 것은 언제일까요? 그리고 낭떠러지 동쪽에서 콩콩이가 네모네모를 낳은 것은 언제일까요?
다른 말로 한다면, 최초의 푸르미, 최초의 네모네모가 태어난 것은 언제일까요?

최초의 푸르미, 최초의 네모네모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세대의 콩콩이들과 그 다음 세대의 콩콩이들 사이에 변화는 있었지만, 그 변화의 크기는 각 세대 콩콩이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작거든요.
사람으로 말하자면 한 세대의 키가 160±5cm라면 그 다음세대의 키는 161±4cm라는 식으로, 평균키는 커졌지만 두 세대를 섞어놓더라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여서 결과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커다란 차이로 바뀌는 것이죠.

우리가 콩콩이, 푸르미, 네모네모라고 이름을 쉽게 붙이지만, 자연에 있어 콩콩이, 푸르미 따위는 없습니다. 변화하는 생물들만이 있을 뿐이고, 사람들이 편의상 비슷한 특징을 가진 생물들을 모아 이름을 붙인 것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콩콩이는 콩콩이를 낳지만 콩콩이는 푸르미로, 또 콩콩이는 네모네모로 진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 저기서 콩콩이와 네모네모 사이 중간단계의 화석이 어디 있냐구요?

창조론 이야기 - 중간화석에 대하여

창조론 이야기 - 단순에서 복잡으로

boid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글이 눈에 띄는군요.

컴퓨터상의 인공생명체는 설계자를 증거한다 


<전략>

그러나 레이놀드와 도란과 같은 지적 설계자(프로그래머)들은, 자연계에서 새 떼들이 콘서트를 연주하는 것과 같이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경이로운 능력에서 보여지는 놀라운 복잡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창조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창조과학회

boid들이 Craig Raynolds라는 외부 지성체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이유로 설계자의 증거라고 하더군요.
이것은 마치, 다음과 같은 헛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소와 수소를 시험관에서 반응시킨 결과를 가지고

그러나 시험관이나 비이커 같은 실험기구(인공물)는, 자연계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실험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라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 boid이론의 핵심은, 그동안 창조과학에서 주장해 왔던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 복잡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복잡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이 창조과학회의 글은 이론의 본질을 왜곡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창조과학회의 스킬이 제대로 발휘된 글입니다.

카오스 - 단순에서 복잡으로

새떼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새떼입니다. 수천마리의 새떼들이 저렇게 무리지었으면서 서로 충돌하는 일 하나 없이, 공통된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그의 오버마인드 같은 존재라도 있어 새 하나하나의 진로를 지시하는 것일까요?


정어리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정어리떼입니다. 이들 역시 새떼무리와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죠. 정어리 한마리 한마리가 다른 정어리들의 진로를 예측해서 충돌하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일까요?

창조론자들은 흔히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것은 단순한 것만 만들 수 있고, 복잡한 것은 복잡한 것만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런 새떼나 정어리떼들의 행동은 저 행동 전체를 관장하는 무엇인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카오스이론은 1 + 1 > 2일 수 있고 1 + 1 + 1 > 3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0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주 단순한 행동의 모임만으로 저런 복잡함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Craig Raynolds
크레이그 레이놀즈(Craig Raynolds)는 복잡해 보이는 새떼들의 움직임을 밝혀냈습니다. 위 링크에 가시면 java로 구현된 boid(새떼나 정어리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개체)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 새떼의 움직임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극히 간단한 알고리즘만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즉

1. 분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2. 응집 : 분리와는 반대 개념으로 다른 boid 이 너무 멀리 있을 경우 가까이 다가간다.
3. 정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
4. 회피 : 각각의 boid들은 장애물로부터 일정거리 이상 유지하려 한다.

이 4가지 규칙만으로 boid들은 새떼나 정어리떼와 아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 boid들은 자신과 자신 주위 boid들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 무리 전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먹이를 발견한 몇몇 boid들의 움직임에 무리 전체가 반응하는 등 하나의 생물체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어떤 모양의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그 장애물을 피해나갈 뿐 아니라, 혹시 장애물에 부딪힌 boid 역시 다시 무리에 합류하는 등 생물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기조직화에서와 같이,  단순한 것이 복잡해지는 - 엔트로피가 역전되는 현상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화, 그리고 생명탄생의 원동력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