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단순에서 복잡으로

boid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글이 눈에 띄는군요.

컴퓨터상의 인공생명체는 설계자를 증거한다 


<전략>

그러나 레이놀드와 도란과 같은 지적 설계자(프로그래머)들은, 자연계에서 새 떼들이 콘서트를 연주하는 것과 같이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경이로운 능력에서 보여지는 놀라운 복잡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창조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창조과학회

boid들이 Craig Raynolds라는 외부 지성체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이유로 설계자의 증거라고 하더군요.
이것은 마치, 다음과 같은 헛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소와 수소를 시험관에서 반응시킨 결과를 가지고

그러나 시험관이나 비이커 같은 실험기구(인공물)는, 자연계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실험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라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 boid이론의 핵심은, 그동안 창조과학에서 주장해 왔던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 복잡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복잡한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이 창조과학회의 글은 이론의 본질을 왜곡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창조과학회의 스킬이 제대로 발휘된 글입니다.

카오스 - 단순에서 복잡으로

새떼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는 새떼입니다. 수천마리의 새떼들이 저렇게 무리지었으면서 서로 충돌하는 일 하나 없이, 공통된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그의 오버마인드 같은 존재라도 있어 새 하나하나의 진로를 지시하는 것일까요?


정어리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정어리떼입니다. 이들 역시 새떼무리와 비슷한 행동을 보여주죠. 정어리 한마리 한마리가 다른 정어리들의 진로를 예측해서 충돌하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일까요?

창조론자들은 흔히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것은 단순한 것만 만들 수 있고, 복잡한 것은 복잡한 것만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런 새떼나 정어리떼들의 행동은 저 행동 전체를 관장하는 무엇인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카오스이론은 1 + 1 > 2일 수 있고 1 + 1 + 1 > 3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0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주 단순한 행동의 모임만으로 저런 복잡함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Craig Raynolds
크레이그 레이놀즈(Craig Raynolds)는 복잡해 보이는 새떼들의 움직임을 밝혀냈습니다. 위 링크에 가시면 java로 구현된 boid(새떼나 정어리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개체)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 새떼의 움직임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극히 간단한 알고리즘만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즉

1. 분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2. 응집 : 분리와는 반대 개념으로 다른 boid 이 너무 멀리 있을 경우 가까이 다가간다.
3. 정렬 : 각각의 boid들은 주위 boid들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
4. 회피 : 각각의 boid들은 장애물로부터 일정거리 이상 유지하려 한다.

이 4가지 규칙만으로 boid들은 새떼나 정어리떼와 아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 boid들은 자신과 자신 주위 boid들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 무리 전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먹이를 발견한 몇몇 boid들의 움직임에 무리 전체가 반응하는 등 하나의 생물체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어떤 모양의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그 장애물을 피해나갈 뿐 아니라, 혹시 장애물에 부딪힌 boid 역시 다시 무리에 합류하는 등 생물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기조직화에서와 같이,  단순한 것이 복잡해지는 - 엔트로피가 역전되는 현상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화, 그리고 생명탄생의 원동력이기도 하구요.

왜 기적은 과거에만 존재하는가?

1. 훼손된 동물 시체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는 공룡 시체
이러한 시체가 바닷가에 떠내려온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물론 지금은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이것이 공룡이 아닌 돌묵상어의 시체임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것이 플레시오사우루스라 믿고 있는 창조론자들이 있는 이상, 옛날 사람들이 드래곤의 시체라 인식했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겠죠.

2. 자연 현상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용오름현상입니다. 회오리바람이 바다에서 일어나 바닷물을 빨아올리는 현상이죠. 육지에서 흔히 일어나는 회오리바람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처음 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용이 승천하는 모습'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에야 저런 화염 회오리  어떻게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산불이 났을때 일부 더 뜨거운 부분이 생기면 그곳에서 상승기류가 일어납니다. 그 때문에 주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산소가 공급되어 불길이 강해지고, 상승기류가 강해지는 일종의 자기조직화 현상이죠.

이러한 현상을 알 수 없었던 과거 사람들이 이것을 봤다면 뭐라고 할까요?
'저 숲에서 거대한 불의 채찍이 나타났다'
소문이란 것이 또한 건너면 건널수록 커지기 마련입니다.
'불의 거인이 채찍을 휘둘러서 숲 전체를 태워버렸다'

결국 그 지역에는 '불의 거인'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잘 아시는 대로 오로라는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대기와 충돌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주로 극지방에서 생기죠.
하지만 태양활동이 심해질 때는 비교적 저위도 지역에서도 보이곤 합니다.
어느 태양활동이 극심해진 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하늘에서 빛나는 불빛을 봤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태양활동과 연관시켜 생각할까요, 아니면 신의 축복(또는 악마의 저주)라 생각할까요?


3. 정치

봉황
삼국지 후반부에 이르러,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의 헌제를 내쫓고 스스로 황위에 오릅니다. 그리고는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나무로 기린의 뿔, 봉황의 날개 등을 만들어 깊은 숲에서 슬쩍 움직여 줍니다. 그와 함께 바람잡이가 소리치죠.
'봉황이 나타났다!!! 하늘도 새로운 황제를 축하하신다!!'
역시 소문은 돌수록 커지기에, 나중에는 '저 숲에서 봉황이 날아올라 이 산을 한바퀴 돌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사람까지 나오게 됩니다. 바람잡이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얼마 전 방영되었던 선덕여왕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백성들은 알지 못했던 지식을 기적으로 포장해서 자신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만드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죽은 새들을 밤에 몰래 궁에 뿌려놓은 후 불길한 징조라 소문낸다거나 하는 일 말이죠. 이것 역시 훗날에는 '궁에 새들이 날아들어 죽는 불길한 일이 있었다'는, 일종의 기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고대 신화나 옛날 이야기, 더 나아가 성경에는 그렇게 자주 나오는 기적이나 환상의 생물들이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더이상 기적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창조론자들이 바라는, 종교적 교리가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런 기적이나 환상의 생물들이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어떤 일의 원인을 탐구하기보다는 '신의 기적', '악마의 흔적' 등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