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말의 도움씨(조사)는 참 신기합니다. 단 한 글자 차이로 내용 이외의 뜻을 가지는가 하면 전혀 다른 뜻으로 바뀌곤 하죠.

사과를 먹었다
사과를 먹었다 - 나 말고도 사과를 먹은 사람이 있다
사과를 먹었다 -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아무도 사과를 안먹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말이 어렵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진화론은 신을 부정하는 학문이라고 믿는 창조론자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화론은 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진화론은 신을 무시합니다.

신을 부정한다는 것은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신을 무시한다는 것은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도움씨 하나 차이인데 이 차이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창조론은 신이 가장 기초에 깔려 있습니다. 창조론의 모든 이론은 신이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때문에 만약 신이 없다면 창조론은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이 만약 신을 부정해서 신이 없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과학이 붕괴하겠죠. 그때문에 이 경우는 진화론은 신이 없어 된다입니다.

하지만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은 절대로 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신을 무시할 뿐이죠.
즉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은 신이 있다는 가정도, 신이 없다는 가정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증거들로부터 출발할 뿐입니다.

마치 뉴턴이 '신이 있어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진다'도 아니고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신은 없다'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느 누구도 '신이 없기에 진화가 일어난다'라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을 비롯한 모든 과학)이 신에 대해 말을 한다면 그것은 신이 없다가 아니라, 최소한 우주탄생 이후에는 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대진화와 소진화


이 글에 대한 누군가의 반론이 들어왔습니다. 아시아코끼리와 아프키카코끼리 사이의 교배로 태어난 코끼리가 있다더군요.
http://www.hybridelephant.com/motty.html
1978년 7월 11일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수컷 Loxodon과 암컷 Elephas maximus 사이에서 태어난 코끼리가 있습니다. Motty라고 하는 코끼리로, 불행하게 1978년 7월 21일 감염증으로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반성하는 의미로 원본 글을 삭제나 수정하지 않고 경고문과 함께 그대로 게시하겠습니다.

밑의 글은 오류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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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코끼리/아프리카코끼리 비교
예, 코끼리입니다. 하나는 아시아,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산 코끼리입니다. 따로따로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런데 이 둘을 교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사자와 호랑이의 경우처럼 혼혈이 나올까요?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는 둘 다 장비목(長鼻目 Proboscidea) 코끼릿과(科 Elephantidae)에 속하지만, 속부터 달라집니다(아시아코끼리는 Elephas, 아프리카코끼리는 Loxodon). 물론 둘 사이에 교배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교배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두 동물을 보죠


출처


치와와세인트버나드입니다. 둘 다 갯과(科 Canidae) 개속(屬 Canis) 늑대종(種 Lupus) 밑에 개 아종(亞種 Familiaris)에서 한번 더 치와와(Chihuahua)와 세인트버나드(St. Bernard)로 나뉘어지는 것이죠. 위의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사이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입니다.
실제로 이들 사이의 교배도 가능합니다. 아, 물론 자연상태에서의 짝짓기는 체격차이로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인공수정을 시킨다면 둘 사이에 수정도 되고 태아로 발생도 하고 자궁에 착상도 합니다. 다만 치와와가 암컷인 경우는 지나치게 커지는 태아 때문에 중간에 죽게 됩니다.  세인트버나드가 암컷이면 자라지 않는 태아(아무리 자라도 세인트버나드가 보기에는ㅡㅡ) 때문에 유산이 되죠(출처). 혹시 이 수정란을 적당한 크기의 개에게 이식시킨다면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만 그런 실험 결과는 찾지 못했습니다.

출처
자, 외계인 생물학자들이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샘플로서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치와와, 세인트버나드를 한마리씩 잡아 왔습니다. 이들은 아마 코끼리를 두마리씩이나 잡아왔다고 불평을 할 겁니다.
하지만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놀라겠죠. 같은 종이라고 생각했던 코끼리 두 마리는 교배조차 안되는교배가 된 기록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종이었으며, 전혀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던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는 교배까지 가능한 같은 종이었으니 말입니다.


창조론자들은 늘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대진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치와와/세인트버나드 사이의 관계는 대진화일까요, 소진화일까요?
그들이 교배까지 가능한 같은 종임을 보면 그들은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소진화'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진화'에 의해 치와와/세인트버나드 정도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대진화'인 아프리카코끼리/아시아코끼리 사이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죠.

그런데도 '대진화는 큰 진화, 소진화는 작은 진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진화론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이지 '얼마나 큰 변화냐'가 아닙니다.
창조과학회에서 '소진화/대진화'를 붙들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설사 하마가 고래가 되는 진화가 관측되더라도 '원래 하마와 고래는 같은 종류(Kind)이다. 그러므로 하마가 고래가 되더라도 그것은 소진화에 불과하다. 여전히 대진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창조과학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창조론자들이 많더군요(사실 의외는 아닙니다. 이 말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 정도면 창조론에 빠지지 않았겠죠).

창조론자들은 흔히 역사상 위대한 창조과학자들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지질학의 창시자 니콜라스 스테노(1638~1686)의 젊은지구론이라든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아이작 뉴턴
(1642-1727)의 신앙을 이야기하며, 창조론이 진리임을 강조하곤 하죠. 한가지 자그마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들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저들의 탄생연대를 주목해 주세요).


저들이 활동하던 17세기는 1000년간 진행되던 암흑시대에 뒤이은 르네상스가 끝난 시기였습니다. 윗분 말대로라면 그 시기는 창조론이라는 컵 하나만 있고, 모두가 그 안에 주사위가 들어 있으리라 믿고 있었던 시대가 겨우 끝나고 인본주의사상이 자라기 시작하는 시대였습니다. 당연히 그 때의 모든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자일 수밖에 없었죠.

다만 그 당시 창조과학자들이 지금의 창조과학자들과 다른 점은, 정말로 그 컵 안에 주사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컵을 흔들어봤다는 점입니다. 르네상스부터 싹트고 자라온 인본주의사상에 의해 '신성불가침의 창조' 대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창조'를 연구하게 된 것이죠. 니콜라스 스테노는 노아의 홍수가 진리라는 믿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노아의 홍수의 증거를 찾기 위해 지질학을 연구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컵을 흔들어 봤더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 노아의 홍수의 증거가 없더라는 - 결론이 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진화론이라는 이름의) 컵을 찾아내서는 그 안에 주사위가 들어 있는지 흔들어보고 있는 중이죠.

위의 창조론자들 말대로 진화론이라는 컵에 주사위가 없다고 해서 창조론이라는 컵에 주사위가 있다고 믿어야 할까요?
이미 창조론이라는 컵은 비어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진화론이라는 컵도 비어있다는 것이 증명된다고 해서 창조론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시 (창조론도 진화론도 아닌) 새로운 컵을 하나 찾아내서 그 안에 주사위가 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그리고 창조론자들은 제 3의 컵도 비어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창조론이라는 컵을 부여잡고 있겠죠).


X-ray 사진을 찍었더니 창조론이라는 컵 안에 주사위가 보이더라, 그런데 테이프로 컵 안에 고정되어 있기에 지금까지 소리가 나지 않았더라
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다시 창조론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6세기의 창조과학자들과는 달리 현대의 창조과학자들은 창조론이라는 컵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X-ray 사진을 찍었다가 컵이 비어있다는 결과가 나올까봐 두려운 것이죠. 그때문에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만을 상대로, 창조론 증명이 아닌 진화론 부정에만 매달릴 뿐입니다.


니콜라스 스테노 같은 당시의 창조과학자들 덕분에 '창조의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새로운 이론(진화론)을 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당시의 창조과학자들은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비어있다는 것이 증명된 창조론에 아직까지 매달리는 현대의 창조과학자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말입니다[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