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진화론이란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가 살아남아 집단 전체에 퍼지는 현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막상 자연계를 보면 번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유전자(이를테면 동성애 관련 유전자)들이 살아남거나 반대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이를테면 인간의 비타민 C 생성 유전자)가 도태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진화론 역시 제대로된 과학이론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인해 이런 진화론에 반하는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이런 일이 과연 진화론의 반증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일은 진화론의 모순이 아닙니다. 마치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만유인력의 반증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은 중력의 반증이 아니라 새로운 요인 - 표면장력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인해 이런 진화론에 반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1. 한 유전형 다른 표현형
보통 하나의 유전형은 하나의 표현형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나의 유전자가 두가지 이상의 발현형으로 발현하거나, 그 유전자가 발현할 때의 조건 또는 그 표현형이 성장할 때의 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의 발현형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이를테면 붉은원숭이에 나타나는 미친원숭이 유전자가 있습니다. 같은 유전자이면서 자랄 때의 환경에 따라 긍정적인 유전자가 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유전자가 되기도 합니다.
2. 한 염색체 두 유전자
여러 개의 유전자가 세포 안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염색체라는 긴 끈 위에 여러개의 유전자가 모여 있으며, 번식할 때 유전자 단위로 번식하게 됩니다.
다음과 같이 아주좋은유전자 G와 조금나쁜유전자 B, B가 같은 염색체 위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존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G에 붙어서 나쁜유전자 B, B도 유전될 수 있습니다. 같은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죠. 물론 다음과 같이 교차에 의해 분리된다면, G와 멀리 있는 B가 분리되어 도태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G 바로 옆에 존재하는 B가 교차에 의해 G와 분리될 가능성은 훨씬 낮죠.
3. 유전적 부동(창시자효과, 병목현상)
이것은 창조론자들이 좋아하는 우연에 의한 결과입니다. 위와 같이 좋은 유전자 G와 나쁜 유전자 B가 분리되었습니다.
그 이후 나쁜 유전자 B를 가진 일족이 어딘가로 이주해 간 후 시간이 지나 종분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종분화된 이 일족에는 좋은 유전자 G가 아니라 나쁜 유전자 B를 가지게 되죠. 즉 어딘가로 이주해 간 나쁜 유전자 B를 가진 일족은 새로운 종의 창시자가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나쁜 유전자를 가진 창시자에 의해 분화된 종에는 그 나쁜 유전자가 유전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어떤 재해에 의해 많은 개체가 사라지고 소수의 개체만 남았을 때도 마찬가지죠. 그 남은 소수의 개체가 B를 가닌 개체들이었다면 마찬가지로 그 소수의 개체에 의해 B가 번성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많던 개체가 어떤 이유로 줄어들어 여러 유전자가 사라지는 현상을 병목현상이라 합니다.
4. 환경에 따른 우열
이것은 진화를 사람 중심으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하는 착각입니다. 사람처럼 지능이 높아야 생존에 유리하고, 사람처럼 직립을 해야 생존에 유리하고, 사람처럼 손을 잘 써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착각 말입니다. 내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면 내가 오래 살까 전갈이 오래 살까를 생각해 보라고 해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런 형태의 ‘나쁜유전자’로 겸상적혈구증이 있습니다.
겸상적혈구증은 유전자에 일어난 돌연변이에 의해 헤모글로빈의 글루탐산(Glu)이 발린(Val)으로 바뀌는 바람에, 원래 둥근 모습의 헤모글로빈이 연결되어 긴 모습의 결정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겸상적혈구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겸상적혈구에 의한 빈혈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정상유전자 G와 겸상적혈구유전자 V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사람(GV)은 정상적인 적혈구에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GG인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환경에서 GV형은 상당히 좋은 유전자입니다. 말라리아에도 저항성이 있고 빈혈도 없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비록 VV형은 도태되지만, 말라리아 환경에서 생존성이 높은 GV 덕에 V유전자가 도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늦게 발현되는 유전자
사람의 치매라든지 무릎관절염, 허리디스크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왜 도태되지 않을까요? 또는 그런 병을 방지하는 진화는 왜 일어나지 않을까요? 무릎관절의 연골이 좀 더 단단해지거나 허리근육이 좀더 발달하면 그런 병에 걸리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병에 대한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늦게 발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번식기(?)가 다 지나고, 더이상의 번식기능이 사라진 이후에 발병하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치매를 방지하는 유전자가 나타났다고 해 봅시다. 그들이 한창 '생식활동'에 힘쓸 때는 치매가 발생하지 않죠. 그 때문에 그 유전자가 있든 없든 그 유전자는 진화적 우위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치매를 방지하는 유전자가 진화할 수 없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