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 눈덩이 지구

앞에서 지구 기후환경이 일종의 카오스 시스템이며 정상적인 기후에 대한 끌개(Attractor)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카오스 시스템에 있어서 끌개점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시스템에 따라 여러개의 끌개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구의 대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아무리 충격이 있어도 지구의 기후상태는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를 매우 낮춰서 시작했을때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 온도에서는 지구 전체가 눈으로 덮여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반사율(albedo)이 높아져 태양열의 대부분을 다시 우주로 반사해 버리죠. 즉 태양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적으므로 온도가 오르지 않고 평균온도 약 -70℃ 상태로 고정되는 또하나의 끌개(Attractor)인 것입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빙하기'와는 다릅니다. 보통 말하는 빙하기라고 해도 적도까지 얼음으로 덮이진 않거든요.

실제로 적도 부근의 저지대로 추정되는 지층+에서도 빙하퇴적물이 발견된 일*이 있습니다.

선캄브리아기 이후 남조류의 증가로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고 산소가 늘어납니다. 그 산소에 의해 메탄 역시 산화되어 사라지고, 지구상에 온실가스가 사라지는 일이 생긴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눈덩이 지구가 나타난 흔적이 저 빙하퇴적물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눈덩이 지구'에서는 어떻게 벗어났을까요?
아마도 대규모의 화산활동에 의해 눈 위에 화산재가 뒤덮여 태양열을 흡수했으며, 화산에서 나온 온실가스가 그 열을 가둬서 온도가 오르기 시작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때 저런 눈덩이 지구가 서너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눈덩이가 되고 화산활동으로 풀리고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 남조류가 번성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없애 다시 눈덩이가 되고... 그러다가 화산활동 필요 없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생물 - 동물이 나타난 이후에야 더이상의 눈덩이지구가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죠.


+ 지층에 기록된 고지자기를 이용해서 알 수 있습니다.

* Kirschvink, J.L., 1992. Late Proterozoic low-latitude global glaciation: the snowball Earth. In: Schopf, J.W., Klein, C. (Eds.), The Proterozoic Biosphere: A Multidisciplinary Study.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pp.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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