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중간화석은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을 생각해 봅시다.
고대에 ㉠이란 생물이 있었습니다. 이 생물이 ㉡으로 진화했습니다. 이어 ㉢과 ㉣을 거쳐 ㉤으로, 그리고 또 ㉥을 거쳐 ㉦으로 진화했습니다*.


- 시간이 지나 ㉢과 ㉦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으로 진화했다는 이론을 발표합니다.
창조론자들은 성경과 어긋나는 이 이론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요구합니다.
[㉢이 ㉦으로 진화했다면 그 중간화석은 어디있느냐?]
계속된 탐사에 의해 ㉣과 ㉤, ㉥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중간화석으로 발표합니다.
(물론 이때 창조론자들은 다시 ㉢과 ㉣, ㉣과 ㉤, ㉤과 ㉥, ㉥과 ㉦ 사이의 중간화석을 요구하겠지만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때 ㉢과 ㉦은 그냥 화석이고 ㉣과 ㉤, ㉥은 중간화석일까요?


- 만약 최초에 발견된 것이 ㉠과 ㉣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학자들은 ㉠이 ㉣로 진화했다는 이론을 발표합니다.
창조론자들은 성경과 어긋나는 이 이론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요구합니다.
[㉠이 ㉣로 진화했다면 그 중간화석은 어디있느냐?]
계속된 탐사에 의해 ㉡과 ㉢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중간화석으로 발표합니다.
(물론 이때 창조론자들은 다시 과 과 과  사이의 중간화석을 요구하겠지만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과 ㉣이 그냥 화석이고 ㉡과 ㉢이 중간화석이 되었네요.

창조론자들은 흔히 '화석'과 '중간화석'을 나누려고 합니다. '화석'은 완벽한 생물이고 '중간화석'은 뭔가 불완전한 생물이란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그들은 '그들 망상속의 중간화석'을 찾고 있습니다. 어떤 중간화석이 발견되더라도 '이것은 완벽한 생물이므로 그냥 화석이지 중간화석이 아니다'라고 헛소리를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위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화석과 중간화석은 구분되지 않습니다. 모든 화석이 일반화석인 동시에 중간화석입니다. ㉢은 그 자체로 화석인 동시에 ㉡과 ㉣ 사이의 중간화석입니다. ㉣ 역시 그 자체로 화석인 동시에 ㉢과 ㉤의 중간화석이죠.

화석뿐 아닙니다. 현재 살아있는 생물들(인간 포함) 역시 과거에 살던 생물과 (뭐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진화될 생물 사이의 중간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중간화석은 얼마나 있는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음이죠. '모든 화석이 중간화석'이니까 말입니다.


* 실제로 진화는 저렇게 선형이 아니라 다음 링크처럼 가지형입니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들을 생략하고 하나의 계통만 보기로 들고 있습니다.

Emile Borel and 10^-50

창조론 이야기 - Émile Borel과 무한의 원숭이 정리에서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확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창조론자들이 많습니다. 흔한 보기로 에밀 보렐은 10-50보다 작은 확률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말들을 하곤 합니다.


물론 윗 링크에서도 언급했지만, 에밀 보렐의 '무한의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에 의하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오로지 0 뿐입니다.

얼마전에 영문위키 Borel's Law에서 창조론자들이 흔히 말하던 '10-50의 확률'에 대한 것을 발견했네요. 역시나 창조론자들의 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1/1050의 가능성으로 일어나는 확률을 10-50라고 합니다. 그래요. 정말 작죠. 예,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0은 아니죠. 여러분들은 그런 사건을 매일밤 관측할 수 있습니다. 260만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방출된 광자(photon)가 여러분들의 눈에 닿을 가능성은 단지 8.1×10-51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하는 밤하늘에서 명확하게 보입니다. 만약 10면체 주사위를 51번 굴렸을때, 그 순서대로 숫자가 나올 가능성 역시 10-51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렐의 법칙"에 의하면 이런 관찰은 불가능합니다.


참고 : 안드로메다 은하가 보일 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