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성경을 진실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논리학에 귀류법(歸謬法 reductio ad absurdum)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증명을 하는 것이죠.



어떤 소수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모든 소수를 곱한 후 1을 더한 수 N을 계산할 수 있다.

N = 2 * 3 * 5 * 7 * 11 * .... * P + 1

그런데 이 N은 모든 소수로 나누더라도 1이 남으므로 N은 소수다. 또한 P를 포함하는 모든 소수들을 곱한 후 1을 더했으므로 N > P이다(즉 N은 P보다 큰 소수다).
이것은 'P가 가장 큰 소수'라는 가정에 어긋난다.
그러므로 가장 큰 소수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소수의 갯수는 무한하다.
- 끝

이런 증명방식을 귀류법이라고 합니다.
유용하면서도 간단한 증명법이라서 창조론자들도 잘 알고 있죠.


성경이 진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된다면..
<중략>
..그러므로 성경이 진실임이 확실하다.
-끝
증명과정은 귀류법과 비슷하긴 한데... 이것이 옳은 귀류법일까요?

㉠의 증명을 봅시다.
시작은
어떤 소수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하자.
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이것은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했던 전제에 어긋난다.
죠.
즉 처음에 시작했던 가정(가장 큰 소수 P)을 부정함으로써 역으로 그 가정의 반대(가장 큰 소수는 없다)임을 증명하는 것이 귀류법입니다.

㉡의 증명은 어떨까요?
성경이 진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로 시작해서
그러므로 성경이 진실임이 확실하다.
로 끝나는 순환논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군신화가 진실이라 가정해 보자 ... 그러므로 단군신화는 진실이다.
외계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 그러므로 외계인은 존재한다.
....
과 마찬가지 논리인 것이죠.

창조론자들 및 근본주의자, 성경무오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듯 '성경을 진실이라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성경을 진실이라 생각해 버리면 성경이 진리라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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