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유치원에 간 사나이

비쩍 마른 사람이 유치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모여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씨름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아무리 힘이 없는 사람이라도 유치원생이 이기기는 쉽지 않죠. 많은 유치원생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그에게 쓰러집니다.
그리고 나서 그가 선언합니다.
"자, 봤지? 이 형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세다!"
유치원생들 모두들 감탄을 합니다.
"와, 이 형 정말 세상에서 가장 세구나"
그런데 그중 한 녀석이 질문을 합니다.
"그럼 형 K-1에 나가 보셨어요? 거기서 일등했나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니까? 너 나하고 한번 더 싸워 볼래?"
"형이 K-1에서 다른 선수랑 싸우는 모습 보여주세요. 그럼 인정할께요"
"잔소리 말고, 너 나한테 이겨? 못이기지? 그럼 내가 가장 세다는 것 인정해!"


가끔 학술지 논문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동영상들을 제시하면서 창조론을 전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동영상을 과학적으로 논박해 보라고, 논박하지 못한다면 진화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라고(창조론을 받아들이라고) 강요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위에 쓴 '유치원에 간 사나이'가 생각납니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힘자랑하고 나서 내가 세계최고라고 정신승리하는 사람 말입니다.

만약에 정말로 자기가 세계 최고(창조론이 정설)라고 생각한다면 저런 유치원(유튜브)에서 애들(비전문가들)을 상대로 씨름(선동)해서는 안되죠. 정식으로 K-1(과학학계)에 진출하여 다른 격투가(과학자)들을 상대로 싸움(논쟁)을 해야 합니다. 그 싸움(논쟁)에서 이겨야 정말로 세계 최고(창조론이 정설)라고 인정받는 것입니다.

저런 사람들에게 논문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K-1 트로피가 K-1에서 우승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정식 출판된 논문이 그들이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결코 K-1(과학학술지)에 나가지 않습니다. 격투가(과학자)들과 싸워(논쟁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최고(정설)라는 타이틀을 탐내서 비전문자들을 대상으로 거짓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그들 뒤에는 더 많은 헌금과 더 많은 세력을 탐내는 무리들이 있을 것입니다(주어는 없습니다).

진화론 이야기 - 근친혼과 유전병


우연히 위와 같은 댓글을 보았습니다. 관련기사는


여기 있군요.
사실 이 기사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는 유전적 결함은 근친혼이라고 더 높아지지 않습니다. 일반 혼인을 한 부모나 근친혼을 한 부모나 그 자손이 유전적 결함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 결과만 가지고 '근친혼, 유전적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입니다. 근친혼의 문제는 '결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함이 드러나는 것'에 있으니까 말입니다.

정상적인 유전자를 G라 하고, 결함을 가진 유전자를 g라고 해 봅시다.
정상적인 두 부모(GG)가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 중 하나가 돌연변이에 의해 결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모(0) :       GG            GG

자녀(1) :       GG            Gg

만약 두 자녀들이 근친혼을 한다면 나올 수 있는 자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모(1) :       GG            Gg

자녀(2) :   GG    GG    Gg    Gg

즉 1/4의 확률로 Gg인 자녀 둘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서는

부모(2) :       Gg            Gg          1/4확률

자녀(3) :   GG    Gg    Gg    gg

역시 1/4의 확률로 열성유전자의 기형인 gg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즉 누구에겐가 유전자의 결함이 생겼다면, 손자 대에서 그 결함이 나타날 가능성이 1/16인 것이죠. 게다가 정상처럼 보이는 Gg가 상존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gg가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반면 이 가계(家係)가 아닌 다른 가계에서 똑같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우므로 근친혼을 하지 않는다면 Gg인 유전자끼리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먼 옛날에 분리된 친척이 아니라면). 그 때문에 결함있는 유전자를 가진 Gg가 태어날 일은 있지만 gg가 태어나 그 결함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은 0에 가깝죠.

한가지 더, 이 글만 본다면 근친혼이 계속될 때만 결함이 나타나며, 어쩌다 한번씩 일어나는 근친혼은 상관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친혼을 하지 않더라도 결함있는 유전자 Gg는 존재하기 때문에, 부모중 하나가 Gg를 가진다면 두 남매가 Gg를 가지게 될 가능성은 Gg인 타인끼리 만나는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 때문에 어쩌다가 맺게 된 근친혼의 경우에도 gg가 태어날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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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단지 근친혼이 계속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글일 뿐입니다. 이 글을 가지고 '근친혼을 금지해야 한다'거나 '근친혼을 허용해야 한다' 등에 대한 입장은 전혀 없습니다.


엮인글 : 진화론 이야기 - 순혈의 허상

창조론 이야기 - 성경을 진실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논리학에 귀류법(歸謬法 reductio ad absurdum)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증명을 하는 것이죠.



어떤 소수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모든 소수를 곱한 후 1을 더한 수 N을 계산할 수 있다.

N = 2 * 3 * 5 * 7 * 11 * .... * P + 1

그런데 이 N은 모든 소수로 나누더라도 1이 남으므로 N은 소수다. 또한 P를 포함하는 모든 소수들을 곱한 후 1을 더했으므로 N > P이다(즉 N은 P보다 큰 소수다).
이것은 'P가 가장 큰 소수'라는 가정에 어긋난다.
그러므로 가장 큰 소수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소수의 갯수는 무한하다.
- 끝

이런 증명방식을 귀류법이라고 합니다.
유용하면서도 간단한 증명법이라서 창조론자들도 잘 알고 있죠.


성경이 진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된다면..
<중략>
..그러므로 성경이 진실임이 확실하다.
-끝
증명과정은 귀류법과 비슷하긴 한데... 이것이 옳은 귀류법일까요?

㉠의 증명을 봅시다.
시작은
어떤 소수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하자.
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이것은 P를 가장 큰 소수라고 가정했던 전제에 어긋난다.
죠.
즉 처음에 시작했던 가정(가장 큰 소수 P)을 부정함으로써 역으로 그 가정의 반대(가장 큰 소수는 없다)임을 증명하는 것이 귀류법입니다.

㉡의 증명은 어떨까요?
성경이 진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로 시작해서
그러므로 성경이 진실임이 확실하다.
로 끝나는 순환논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군신화가 진실이라 가정해 보자 ... 그러므로 단군신화는 진실이다.
외계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 그러므로 외계인은 존재한다.
....
과 마찬가지 논리인 것이죠.

창조론자들 및 근본주의자, 성경무오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듯 '성경을 진실이라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성경을 진실이라 생각해 버리면 성경이 진리라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