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창조론자들의 흑백논리

자연계에는 다음과 같은 수많은 빛깔들이 있습니다.

먼셀의 컬러트리

이런 빛깔들이 모여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창조론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기독교에서는 태생부터 대상을 흑백으로만 보는 이분법에 익숙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아니면 이며
야훼가 아니면 우상이고
정통교단이 아니면 이단입니다.
선택받은 유대인이 아니면 모두 이방인이며
사람들은 의인이 아니면 악인이고,
구원 아니면 죽음이며,
나중에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이런 흑백논리에 익숙해진 창조론자들은 자연조차도 흑백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 어떤 이론이 완전히 맞지 않으면 완벽하게 틀린 것입니다.
㉡ 어떤 대상이 생물이 아니면 무생물이며
㉢ 두 동물이 같은 종이 아니면 완전하게 다른 종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검은색과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색도 있고 각종 색깔들도 있습니다. 이런 중간색을 모두 무시해 버리고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사물을 본다면 마치 이런 그림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 어떤 이론이 완전히 맞지 않으면 완벽하게 틀린 것입니다.

앞에서도 몇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이를테면

㉮ 복어독을 먹으면 죽습니다.
㉯ 복어독을 먹어도 죽지 않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이 두 명제들 중 어느것이 완벽한 진실이고 어느것이 완전한 거짓일까요?
말하자면 둘 다 완벽한 진실도, 완전한 거짓도 아닙니다. ㉯는 복어독을 먹어보면(?) 쉽게 반증되며 ㉮ 역시 극소량의 복어독을 먹으면 죽지 않으므로 반증 가능합니다. 오히려 극소량의 복어독(tetrodotoxin)은 근육경련에 대한 치료약으로 쓰입니다.

tetrodotixin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는 완전한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에 가까운 명제입니다. ㉯는 완전한 거짓은 아니지만 거짓에 가까운 명제죠.
아무튼 '복어독을 먹으면 죽습니다'가 완전한 진실이 아니라고 해서 '복어독을 먹어도 상관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뭐라고 할까요?


㉡ 어떤 대상이 생물이 아니면 무생물이며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란 책에서는 모터사이클이 생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토론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그 기준을 찾아봅시다.

㉮ 생물은 호흡을 한다.
모터사이클 역시 호흡을 합니다. 엔진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며 그중 산소를 사용하고 배기구로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 생물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모터사이클 역시 외부에서 에너지(휘발유)를 받아들입니다.
㉰ 생물은 생각할 수 있다
토마토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 생물은 생식한다.
생식하지 못하는 노새는 무생물일까요?

이 외에도 더 있지만 너무 많군요...
꼭 이런 비유가 아니더라도 바이러스는 생물일까요? 유전체는 가지고 있지만 번식은 전적으로 다른 살아있는 세포에 의존하는 미생물 말입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큰 소동이 벌어졌던 프리온(Prion)은 어떨까요? 프리온은 유전체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단백질 분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온은 스스로 증식합니다.

생물과 무생물을 정확히 나눌 수 있는 생물학자는 없습니다. 지금은 사물은 완전한 생물완전한 무생물 사이의 어디엔가 위치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터사이클은 치솔보다 생물에 가깝다. 로봇은 모터사이클보다 생물에 가깝다. 개는 로봇보다 생물에 가깝다
이 책에 나온 한 구절입니다.

㉢ 두 동물이 같은 종이 아니면 완전하게 다른 종입니다.
이것은 고리종의 보기로 완벽하게 반박됩니다.


윗 그림에서 ㅎ의 파랑새와 ㅌ의 새는 같은 종입니다., ㅌ과 ㅊ의 새도 같은 종이고... ㅍ과 ㅎ의 빨강새도 같은 종입니다. 하지만 ㅎ의 파랑새와 빨강새는 다른 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ㅎ의 파랑새와 ㅌ의 새는 100% 교배 가능합니다. ㅎ의 파랑새와 ㅊ의 새 사이에서는 교배성공율이 100%가 안됩니다. ㅇ, ㅂ 등으로 계속 멀어질수록 교배성공율은 점점 떨어지죠. 즉 종과 종은 정확하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멀어지는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 종교들 중에서 기독교계열의 개신교만이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신앙적) 이유가 있겠지만, 이와 같은 흑백논리 역시 순진한 개신교인들이 진화론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댓글 2개:

  1. 흑백논리가 그들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배경이 아닐까하고 참솔님은 생각하신다고 썼지만 제 생각에는 그보다는 무오설을 문자 그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점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다 -> 그래, 그럼 진짜 그런걸 증명해봐 -> 성경 여기 이러저러한게 써져 있는데 그게 이러저러한 내용인데 이제야 안 거(예를 들면 지동설 같은 게 원래 성경에 그런거라고 주장) -> 그건 진화론(그들의 착각이지 실제는 천문학을 포함한 모든 과학의 분야들)이 이러저러하게 밝혀낸 건데? -> 그들은 이러저러하게 거짓말을 유포하는 거고(이 단계에서 각종 조작과 거짓말로 모함) 따라서 틀렸고 God만이 실제 답이라니까 -> 여기 이러저러하게 증거가 있는데 먼저 이해를 하고 논의를 해야지 조작과 거짓말을 듣고 어떻게 토론이란게 안된다니까..(한숨 나오는 단계) -> 아, 글쎄 이해안되는 무슨 논문이니 어려운 용어니 그런 거는 다 너희들의 조작이거나 꽤어 맞추기고 진짜 증거 가져와봐 -> .... 뭐 이런 루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뭐 이후에도 한참 있으니 생략하고 결론은 우겨야 산다고 생각하는게 그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즉 최초 방향을 거짓말로 계속 버티면 영원한 제국을 만들 수가 있을 거라고 잡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악순환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물론 이 모든 말이 흑백논리는 전혀 무관하다 이런 소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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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어비스님이 쓰신 그런 이유겠죠.
      하지만 그런 원인은 개신교 내에서도 기득권층 - 교회와 교회 신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있는 (헌금을 챙기는)목사라든가 (강의 한번 하고 강의료를 받는)창조과학자들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어비스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제 생각으로 그 억지가 통하는 이유가, 일반 신도들이 그 억지를 납득해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기독교의 흑백논리에 물들어버린 신도들이 흑백논리에 충실한 창조론을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쨋든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고 답글 달아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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