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과 같이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인간과 공룡, 물고기와 맘모스의 화석입니다.
창조론자 : 이것은 노아의 홍수 때문에 파묻힌 동물들이 화석이 된 것이다.
진화론자 : 이것은 아득한 옛날 살던 동물들이 화석이 된 것이다.
둘 다 자신의 학설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둘 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군요.
* 이번엔 다음과 같은 지층이 발견되었습니다.
창조론자 : 역시 노아의 홍수 때 생긴 지층이다. 실제로 화산폭발 등의 격변에 의해 이런 지층이 생긴 기록이 있다.
진화론자 : 아득한 옛날부터 퇴적된 지층이다.
역시나 둘 다 설득력이 있군요.
*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층과 화석을 동시에 봅시다.
창조론자 : 노아의홍수때, 멍청한 공룡들은 밀려오는 물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낮은 곳에 묻혔고, 맘모스는 물을 피해 달아나다가 높은 곳에, 영리한 인간은 가장 높이 달아나서 묻혔다.
진화론자 : 가장 아래층은 먼 옛날, 물고기들만이 있을 때의 화석이고, 그 위층은 각각 공룡으로의 진화가 일어났을때, 포유류의 진화, 인간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 어느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더도 말고 진화론의 확실한 증거 하나만 제시해 보세요
창조론자들이 종종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진화론의 확실한 증거 하나'는 없습니다. 화석증거도, 지질학적 증거도, 유전학적 증거도 그 자체만으로는 진화론을 증명하기에 부족합니다. 얼마든지 창조론적 반론이 나올 수 있거든요.
하지만 위에서도 나와 있듯, 진화론의 증거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상승작용을 일으켜 진화론을 뒷받침합니다. 마치 앞의 진화론 이야기 - 수페르사우루스의 숨쉬기에서와 같이, 새의 허파와 수페르사우루스의 구멍난 뼈, 코엘로피시스의 구멍난 뼈, 트라이아스기의 산소 농도 등 전혀 관계없어보이는 증거들을 조합하면, 수페르사우루스의 거대한 덩치를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듯이 말입니다.
창조론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증거 하나하나는 창조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여러개의 증거가 모인다면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방해해서 오히려 창조론의 반대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창조론자들은 주로 하나하나의 증거에만 매달리지, 진화론처럼 여러개의 증거를 조합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억지로 연결하면 위의 창조론자와 같이 유치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뱀발 : 실제로 맘모스와 인간은 동시대에 있었으므로 같은 지층에서 나타납니다. 저것은 '맘모스의 선조' 쯤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은 꿈이고, 자신감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희망입니다.
회의는 깨어 있는 것이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이 말을 잊으면 안됩니다.
from : SBS Drama Kaist(마지막 강의)
진화론 이야기 - 수페르사우루스의 숨쉬기
일반적으로 공룡(恐龍 : Dinosaurus)이라 하면 세가지 종류가 연상됩니다. 하나는 티라노사우루스로 대표되는 수각류, 스테고사우루스나 트리케라톱스 같은 조반류, 그리고 아파토사우루스나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용반류입니다. 그중에서 여기서 다룰 것은 다음과 같은 용반류의 수페르사우루스*입니다.
보시다시피 목이 상당히 깁니다. 화석을 조사해본 결과에 의하면, 목의 길이는 12m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코에서 허파까지의 기관이 12m에 달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기관으로 숨을 쉴 수 있을지, 숨을 쉬더라도 5톤에 달하는 몸이 요구하는 산소량을 감당할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제게 의문이 든 것이 아니라 고생물학자들의 의문입니다^^).
만약 기관이 굵다면, 날숨때 산소가 부족한 공기가 상당량 기관에 남습니다. 이 공기는 들숨때 다시 허파로 들어가게 되고, 결국 산소가 부족한 공기가 허파에 채워집니다.
만약 기관이 가늘다면 그 자체가 공기흐름의 저항으로 작용합니다.
과연 수페르사우루스를 비롯한 용반류 공룡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아시다시피 새들은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뼈는 몸을 가볍게 하는 것 뿐 아니라 호흡에도 관여합니다.
새의 공기주머니(기낭)을 이용한 일방통행 호흡[1, 2]은 포유류의 양방통행호흡에 비하여 훨씬 효율이 높습니다. 더구나 새들의 공기주머니는 이 뼈들의 공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이 뼈들 자체가 공기주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조류의 선조+인, 수페르사우루스를 비롯한 용반류 공룡들 역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음이 화석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이 용반류 공룡들 역시 새와 비슷한 허파를 가지고 있었다면 저렇게 큰 몸집을 지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뼈 속 공간과 연결된 거대한 공기주머니를 가진 수페르사우루스라면 12m 길이의 기관에 남아있는, 산소가 부족한 공기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죠.
화석을 조사해 본다면 저렇게 속이 빈 뼈를 가진 최초의 동물은 트라이아스기(2억3천만년전~1억8천만년전) 후기의 코엘로피시스입니다. 이렇게 크지도 않은, 그리고 하늘을 날지도 않는 작은 공룡이 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을까요?
다시 한번 진화론 이야기 - 곤충의 크기에서 나왔던 그래프를 봅시다.
트라이아스기인 약 2억년 전을 보면 산소농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입니다. 앞에서 봤듯 부족한 산소에 적응하기 위해 곤충들의 크기가 작아진 시점이었죠.
마찬가지로 코엘로피시스 역시 낮아진 산소에 적응하기 위해 속이 빈 뼈와 일방통행호흡법을 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발전된 호흡 구조는 쥐라기 이후 산소량이 더 풍부해졌을 때 수페르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거대한 용반류들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고, 나아가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도 숨쉴 수 있는,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는 새들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뱀발 : 혹시나 해서 추가합니다. 위의 내용은 제가 한 '추측'이 아니라, 수많은 대학교수들의 연구에 의한 '설명'입니다.
* 수퍼사우루스(Super Saurus)는 영문명이고, 일반적으로 학명은 라틴어로 읽습니다. 그러므로 수페르사우루스가 정식학술명칭입니다.
# 속이 빈 뼈 이야기를 하니 골다공증인줄 아는 사람이 있더군요. 골다공증 뼈로 수페르사우루스의 덩치를 어떻게 지탱했냐구요.
골다공증은 뼈 전체 밀도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조류와 수페르사우루스의 뼈는 가운데가 비어있는 뼈입니다. 골다공증 뼈가 철수세미라면 조류의 뼈는 속이 비어있는 쇠파이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용반류'는 도마뱀의 골반, '조반류'는 새의 골반모양을 하고 있는 공룡입니다. 하지만 조류는 조반류가 아닌 용반류의 한 갈래입니다.
그렇다면 코에서 허파까지의 기관이 12m에 달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기관으로 숨을 쉴 수 있을지, 숨을 쉬더라도 5톤에 달하는 몸이 요구하는 산소량을 감당할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제게 의문이 든 것이 아니라 고생물학자들의 의문입니다^^).
만약 기관이 굵다면, 날숨때 산소가 부족한 공기가 상당량 기관에 남습니다. 이 공기는 들숨때 다시 허파로 들어가게 되고, 결국 산소가 부족한 공기가 허파에 채워집니다.
만약 기관이 가늘다면 그 자체가 공기흐름의 저항으로 작용합니다.
과연 수페르사우루스를 비롯한 용반류 공룡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아시다시피 새들은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뼈는 몸을 가볍게 하는 것 뿐 아니라 호흡에도 관여합니다.
새의 공기주머니(기낭)을 이용한 일방통행 호흡[1, 2]은 포유류의 양방통행호흡에 비하여 훨씬 효율이 높습니다. 더구나 새들의 공기주머니는 이 뼈들의 공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이 뼈들 자체가 공기주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조류의 선조+인, 수페르사우루스를 비롯한 용반류 공룡들 역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음이 화석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이 용반류 공룡들 역시 새와 비슷한 허파를 가지고 있었다면 저렇게 큰 몸집을 지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뼈 속 공간과 연결된 거대한 공기주머니를 가진 수페르사우루스라면 12m 길이의 기관에 남아있는, 산소가 부족한 공기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죠.
화석을 조사해 본다면 저렇게 속이 빈 뼈를 가진 최초의 동물은 트라이아스기(2억3천만년전~1억8천만년전) 후기의 코엘로피시스입니다. 이렇게 크지도 않은, 그리고 하늘을 날지도 않는 작은 공룡이 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을까요?
다시 한번 진화론 이야기 - 곤충의 크기에서 나왔던 그래프를 봅시다.
트라이아스기인 약 2억년 전을 보면 산소농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입니다. 앞에서 봤듯 부족한 산소에 적응하기 위해 곤충들의 크기가 작아진 시점이었죠.
마찬가지로 코엘로피시스 역시 낮아진 산소에 적응하기 위해 속이 빈 뼈와 일방통행호흡법을 진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발전된 호흡 구조는 쥐라기 이후 산소량이 더 풍부해졌을 때 수페르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거대한 용반류들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고, 나아가 공기가 희박한 고공에서도 숨쉴 수 있는,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는 새들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 출처 : 공룡, 인간을 디자인하다(NHK 공룡 프로젝트 팀)
뱀발 : 혹시나 해서 추가합니다. 위의 내용은 제가 한 '추측'이 아니라, 수많은 대학교수들의 연구에 의한 '설명'입니다.
* 수퍼사우루스(Super Saurus)는 영문명이고, 일반적으로 학명은 라틴어로 읽습니다. 그러므로 수페르사우루스가 정식학술명칭입니다.
# 속이 빈 뼈 이야기를 하니 골다공증인줄 아는 사람이 있더군요. 골다공증 뼈로 수페르사우루스의 덩치를 어떻게 지탱했냐구요.
골다공증은 뼈 전체 밀도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조류와 수페르사우루스의 뼈는 가운데가 비어있는 뼈입니다. 골다공증 뼈가 철수세미라면 조류의 뼈는 속이 비어있는 쇠파이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용반류'는 도마뱀의 골반, '조반류'는 새의 골반모양을 하고 있는 공룡입니다. 하지만 조류는 조반류가 아닌 용반류의 한 갈래입니다.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갈라파고스 바다이구아나
다윈이 핀치새를 관찰했던 갈라파고스에는 핀치새 이외에 바다이구아나도 살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다 속으로 들어가 조류와 해초를 뜯어먹은 후 육지에서 일광욕으로 차가와진 몸을 덥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천적이 없는 세상에서만 가능한 목가적인 나날이겠죠.
그러나 갈라파고스에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사람들을 따라온 개나 고양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구아나의 새로운 천적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천적에 대한 바다이구아나의 대응은 전혀 없습니다. 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며 다가와도 바다이구아나는 그자리에서 꼼짝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죠.
바다이구아나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천적이 접근할 때 바다이구아나에게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즉, 공포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려면서도 그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 - 도망 - 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만약 신이, 천적이 없는 갈라파고스에 이구아나를 만들었다면, 그 전지전능하다는 신은 먼 훗날 인간에 의해 새로운 천적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구아나의 도주본능을 제거했을까요?
진화론의 설명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돌연변이들은 천적에 쉽게 잡아먹혀 도태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서는 이 돌연변이를 도태시킬 천적이 아예 없었죠. 오히려 도주를 위한 기관을 만들지 않는 돌연변이들이 진화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도주본능이 훼손된' 이구아나들이 남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갈라파고스에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사람들을 따라온 개나 고양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구아나의 새로운 천적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천적에 대한 바다이구아나의 대응은 전혀 없습니다. 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며 다가와도 바다이구아나는 그자리에서 꼼짝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죠.
바다이구아나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천적이 접근할 때 바다이구아나에게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즉, 공포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려면서도 그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 - 도망 - 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만약 신이, 천적이 없는 갈라파고스에 이구아나를 만들었다면, 그 전지전능하다는 신은 먼 훗날 인간에 의해 새로운 천적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구아나의 도주본능을 제거했을까요?
진화론의 설명
제가 이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칼럼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창조론의 부정증거인 동시에 진화론의 긍정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는 창조론자들은 '창조자를 모욕한다고 해서 진화론이 사실이 되느냐' 같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최초에 이 갈라파고스 섬에 진출한 이구아나(해류에 밀려서든)들에게는 도주본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하는 부분이 손상되었습니다.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돌연변이들은 천적에 쉽게 잡아먹혀 도태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서는 이 돌연변이를 도태시킬 천적이 아예 없었죠. 오히려 도주를 위한 기관을 만들지 않는 돌연변이들이 진화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도주본능이 훼손된' 이구아나들이 남게 된 것입니다.
- 출처 : 진화에 정답이 어딨어?(외르크 치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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