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최적의 설계라는 망상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기린의 후두신경에 대해 글을 쓴 적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주의 실수'로서 상당히 많이 언급되는 모양입니다. 창조과학회에서 이에 대한 반론을 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창조과학회

'창조주 야훼'를 쉴드쳐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정말 제대로 쉴드를 치고 있는 것일까요? 만약 여러분들이 기린을 설계한다면 저렇게 설계할까요?
저라면 차라리 후두신경은 짧은 거리로 제대로 만들어 놓고, 별개의 신경을 만들어 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말은, 오히려 '대동맥을 돌아가는 후두신경에 저 기능을 붙여넣은 진화론적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즉 이미 존재하는 '대동맥을 돌아가는 신경망'에 어떤 신호가 들어올때 가까이 있는 동맥관이 폐쇄되는 기능(돌연변이)이 진화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에 저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적의 설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진화론적 땜방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눈도 반론이 있더군요.

창조과학회
이것도 마찬가지죠. '색을 선명하게 한다'는 말은 있지만 '시력이 흐릿해지지 않는다'는 말은 없네요.
이것 역시 '시신경이 역전된 상태'에서 '보다 선명하게 색을 보는 땜방'이 일어난 결과로 진화론적 해석일 뿐 '최적의 설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화론에 어울릴 설명을 해놓고 나서. 이것이 '최적의 설계'라고 주장하는 것이 창조과학회의 수준입니다.

동조 현상과 Solomon Asch

'참솔'은 어떤 심리학 교수가 주최하는 심리학 실험 대상자로 참가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명의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교수가 들어와서 말을 합니다.
"이번 실험은 인간의 지각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일단 이 카드를 잘 봐 주십시오"
그 카드에는 오로지 하나의 막대만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잠시후 그는 카드를 치우고 다시 새로운 카드를 보여줍니다. 이 카드에는 세 개의 막대 ㉠, ㉡, ㉢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 이 막대들 중에서 아까 그 막대와 같은 길이의 막대는 어느 것일까요?




참솔은 한눈에 보더라도 ㉢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실험대상자의 생각은 다른 것 같네요.
"㉠입니다."
"㉠이 아까와 같습니다."
"척 봐도 ㉠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이라 답합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참솔'에게 묻습니다.
참솔은 ㉠이라 답할까요, ㉢이라 답할까요?


이것은 1950년대 하버드대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실험이었습니다. 사실 이 실험에서 실험대상자는 오로지 '참솔' 하나였습니다. 나머지 '실험대상자'는 모두 이 실험을 도와 일부러 오답을 말한 학생들입니다.


이 실험은 비디오로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오답에 당황하는 실험대상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정답을 말한 사람은 불과 ¼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¾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을 답이라고 따라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나는지 2000년대에 들어와 그래고리 번스(Gregory Berns)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하면서, 참가자들의 뇌를 MRI로 분석한 것이죠.

그 결과 소신대로 정답을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편도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소신을 말함으로써 무리에서 배척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생긴다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에 따라 잘못된 대답을 할 경우, 시각을 통제하는 후두엽에서 왜곡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잘못 대답한 사람 눈에는 실제로 ㉠의 막대가 최초 막대와 같은 길이로 보인다는 것이죠(만약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전두엽 쪽에서 신호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이라고 말했다간 내가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것 같으니 그냥 ㉠이라고 대답하자'가 아니라, '다시 보니까 ㉠쪽이 아까와 같아 보이네'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집단에 의해 인지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일은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학교에서 모두가 누군가를 왕따로 지목하면 내 눈에도 그녀석이 찌질한, 왕따당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그를 왕따에서 구해주려면, 다른 학생들로부터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싸워 이겨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종교단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단체에서 몇 사람이 기적을 보았다고 주장하면 내 눈에도 그 기적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게도 기적이 보인다'고 말하면 그 말 자체가 다시 옆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그의 눈에도 기적이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모론 - 달에서의 이륙



얼마전에 우연히 이런 짤방을 본 일이 있습니다.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유시민씨가 이런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몰랐네요. 하긴 그분은 이과가 아니라 경제학과 전공이니 저런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죠.
사실 저도 저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기서 정재승박사가 뭐라고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의문은 달착륙 음모론자들이 흔히들 제기하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탈출한 아폴로 11호는 새턴 로켓을 사용했습니다. 새턴 로켓은 1단의 무게만 해도 연료포함 2300톤입니다. 그렇다면 중력이 1/6인 달에서 이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83톤의 로켓에다가 2단, 3단에 해당하는 다른 로켓이 더 필요할 것이다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달에 착륙한 달착륙선(이글)의 무게는 14.6톤에 불과합니다. 지구에서 탈출하기 위해 2300톤에 달하는 로켓과 연료가 필요했는데, 아무리 1/6의 중력을 가진 달에서 14.6톤의 연료와 로켓으로 탈출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가질 수도 있겠죠.

잠깐 시야를 바꿔 이런 것을 생각해 봅시다.

어느 작은 상단이 사막을 건널 일이 생겼다.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하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낙타 한마리를 구해서 그들(상단윈 + 낙타 한마리)이 하루동안 먹을 물과 먹거리를 싣기로 했다. 그 물과 먹거리는 낙타 한마리에 빠듯하게 실을 수 있었다. 그 낙타를 끌고 그들은 무사히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며칠후 이 상단은 좀더 큰 사막 - 건너는데 엿새가 걸리는 사막을 건너게 되었다. 상단장은 상단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명령했다.
"지난번에 사막을 하루 건너는데 낙타 한마리에 식량을 싣고 갔었다. 이번에는 엿새니 낙타 여섯마리면 충분히 건널 수 있겠군. 빨리 나가서 낙타 여섯마리를 구해오라."

이 상단은 엿새에 걸쳐 사막을 건널 수 있을까요? 건널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낙타 한마리에 실을 수 있는 양은 [상단원 + 낙타 한마리가 하루동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러므로 낙타 여섯마리에 짐을 싣는다면 그 양은 [상단원 + 낙타 한마리가 엿새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 됩니다. 낙타 다섯마리는 하루 지나서 굶어죽을테고, 상단원들은 남은 낙타 한마리에 하루치 먹거리를 싣고 다시 되돌아와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엿새동안 사막을 건너려면 낙타 몇마리가 필요할까요?

이를테면 상단이 하루에 먹을 먹거리가 40kg, 낙타 한마리가 하루에 필요한 먹거리 10kg, 낙타 한마리가 50kg의 짐을 질 수 있다고 해 봅시다. 낙타가 여행중 먹을 먹거리는 낙타 자신이 싣는다고 한다면, 하루길은

낙타 한마리 하루 먹이10kg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50kg - 10kg = 40kg
상단 하루 먹거리40kg
필요한 낙타40kg / 40kg = 1

와 같이 낙타 한마리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틀길은

낙타 한마리 이틀 먹이10kg * 2 = 20kg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50kg - 20kg = 30kg
상단 이틀 먹거리40kg * 2 = 80kg
필요한 낙타80kg / 30kg = 2.6666

즉, 낙타 3마리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나흘 걸리는 길이라면

낙타 한마리 나흘 먹이10kg * 4 = 40kg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50kg - 40kg = 10kg
상단 나흘 먹거리40kg * 4 = 160kg
필요한 낙타160kg / 10kg = 16

4마리가 아니라 16마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낙타 자체의 먹이 때문에, 사막이 넓어질수록 필요한 먹이가 증가하고, 낙타의 먹이를 나르기 위한 낙타도 증가하므로 필요한 낙타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마찬가지로 엔진 자체의 무게 때문에, 중력이 커질수록 필요한 연료량이 증가하고 연료의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엔진의 크기(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죠. 하루길에 낙타 한마리지만 나흘길에는 낙타 네마리가 아니라 16마리가 필요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닷새가 걸리는 사막이라면 어떨까요?

낙타 한마리 닷새 먹이10kg * 5 = 50kg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50kg - 50kg = 0kg
상단 닷새 먹거리40kg * 5 = 200kg
필요한 낙타200kg / 0kg = ∞

낙타 한마리에 실을 수 있는 양은 낙타 자신이 닷새간 먹을 수 있는 양이기에 상단원의 먹거리를 실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무리 많은 낙타를 모아도 사막을 건널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위 예제에서 엿새가 걸리는 사막을 지날 방법은 없을까요?
낙타 12마리에 먹거리를 가득 싣고 출발했다고 합시다.
하루동안 소모된 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을 수 있는 양50kg * 12 = 600kg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12 = 120kg
총 소모량40kg + 120kg = 160kg
남은 양600kg - 160kg = 440kg
필요한 낙타수440kg / 50kg = 8.8

하루동안 상단과 낙타가 160kg을 소모하고 440kg이 남습니다. 이 440kg을 싣기 위해 12마리의 낙타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죠. 9마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낙타 세마리는(굶어죽든 오아시스를 찾아가든 상관말고)버리고 9마리에 남은 짐을 채우고 길을 출발합니다.

이틀째

남은양440kg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9 = 90kg
총 소모량40kg + 90kg = 130kg
남은 양440kg - 130kg = 310kg
필요한 낙타수310kg / 50kg = 6.2

마찬가지로 상단과 낙타 9마리가 130kg의 먹거리를 소모하고 310kg이 남습니다. 이 310kg의 짐은 낙타 7마리면 충분하죠. 다시 두마리를 버립니다.

사흘째

남은양310kg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7 = 70kg
총 소모량40kg + 70kg = 110kg
남은 양310kg - 110kg = 200kg
필요한 낙타수200kg / 50kg = 4

나흘째

남은양200kg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4 = 40kg
총 소모량40kg + 40kg = 80kg
남은 양200kg - 80kg = 120kg
필요한 낙타수120kg / 50kg = 2.4

닷새째

남은양120kg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3 = 30kg
총 소모량40kg + 30kg = 70kg
남은 양120kg - 70kg = 50kg
필요한 낙타수50kg / 50kg = 1

엿새째

남은양50
상단 소모량40kg
낙타 소모량10kg * 1 = 10kg
총 소모량40kg + 10kg = 50kg
남은 양50kg - 50kg = 0kg
필요한 낙타수0kg / 50kg = 0

즉 낙타 12마리를 데리고 출발해서 매일 필요없는 낙타를 버린다면 엿새째 마지막 식사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에서 탈출하는 데도 이런 식의 여행을 합니다. 달에서 출발할 때의 6배의 연료와 로켓이 아니라, 수십배 크기의 로켓, 수십배의 엔진으로 출발하고 나서, 필요없어진 로켓을 버리는 다단계 추진으로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달에서는 지구에서의 1/6 규모의 로켓이 아니라, 지구에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로켓으로도 이륙할 수 있는 것이죠.


* 어쩌다 보니 진화론과 관련없는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