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근거 根據 basis


얼마 전에 받은 쪽지의 한 구절입니다. 저도 처음 보는 내용이라 흥미가 생기더군요(사실은 반론을 하기 위해...^^).
당장 구글링을 시작했습니다.

카르데나스... 안나옵니다.
우인카레트... 안나옵니다.
아예 저 문장 전체를 구글링해 봤습니다.


딱 하나 나오는군요.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뭐 카르나데스가 뭔지 우인카레트가 뭔지 설명도 없이 딱 저 문장 하나밖에 없습니다. 보낸 사람에게도 물어봤지만 결국 설명을 못하더군요.
아마도 누군가(창조과학자나 목사나 다른 창조론자)가 저런 말을 하니까 그 근거를 조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달달 외웠던 것 같습니다.

창조론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일이 많습니다. 물론 창조론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나름대로 근거를 대고는 있는 것 같은데, 막상 파고 들어가다 보면 자기들끼리 서로 근거를 대고 있는 것들 말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본 어느 답변입니다.



마찬가지로 '진화론자 아아치 카르'가 한탄했다는 말만 있지, 그 '진화론자 아아치 카르'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군요. 다시한번 구글링...


'진화론자 아아치 카르'에 대한 항목은 어디에도 없군요. 다시한번 저 문장 전체를 넣어보겠습니다.

일치하는 항목 세개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내용은 저 지식인 답변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본이더군요. 정작 궁금한 내용인 '진화론자 아아치 카르'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여기서도 '유명한 정보이론가'의 말이라기에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복붙이 확실한, 토씨조차 다르지 않은 내용들..
그런데 정작 궁금한 '유명한 정보이론가 H.P.요키'는 누구일까요?
한글이 아닌 영문구글에서 정보가 나오는군요. 그의 논문

A calculation of the probability of spontaneous biogenesis by information theory

에 초록(abstract)뿐이지만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조금 실망이더군요. 창조론자들이 흔히 하던 계산 - 원시스프에서 생명체가 튀어나올 확률을 계산한 것 뿐으로 '원시스프에서 생명체가 나타나기에는 109년(10억년)은 너무 짧다'입니다.
문제는 첫째, 어느 누구도 원시스프에서 곧장 생명체가 튀어나왔다고 하지 않는다는 점(그 실험은 단지 '무기물로부터도 생명의 기본인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다'이지 '생명이 나온다'가 아닙니다. 지금은 자기복제분자에 의한 화학진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탄생이론이 단지 원시스프이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RNA월드라든지 열수공이론 등 상당히 많은 생명탄생에 대한 이론이 있습니다. 그들 중 원시스프이론 하나에 대한 반론을 가지고 생명탄생이론 전체에 대한 딴지를 거는 것은 별로 논리적인 태도가 아니죠. 마치 '필트다운인은 위조로 판명되었어. 그러니 모든 화석은 위조야!'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더구나 H.P.요키는 이런 말을 했더군요.

Science has sufficiently elucidated the mechanics of Darwin’s theory of evolution that now the scientific nomenclature should be changed to Darwin’s LAWS of evolution and the origin of species
과학은 '다윈의 진화론'을 이제는 '다윈의 진화와 종의 기원의 법칙'으로 이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다윈의 진화론의 메커니즘에 대해 충분히 해명했다.

출처 : http://aconservativelesbian.com/2010/01/01/hubert-p-yockey-says-its-time-for-science-to-change-its-nomenclature-to-darwins-laws-of-evolution-rather-than-darwins-theory-of-evolution/


창조론자들의 그런 식이라면

창조론자인 마샬 로빈슨은 '진화론의 과학적 근거를 더이상 거부할 수 없다'고 낙담했다. 그리고 켄트 호빈드 역시 더이상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을 것입니다.(마샬 로빈슨이 누구냐구요? 저도 모릅니다.^^ 켄트 호빈드가 언제 저런 맹세를 했냐구요? 저도 모른다니까요...^^)

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저 '카르나데스', '우인카레트'가 뭔지에 대한 의문보다는 진화론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아아치 카르'가 누군지에 대한 의문보다는 진화론자도 진화론을 모른다는 인식이 앞선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창조론자들이 노리는 점입니다.

창조론 이야기 - 자연발생설

썩은 고기에서 파리가 생긴다
항아리에서 쥐가 생긴다
흙탕물에서 새우가 생긴다

모두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입니다. 당시는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이론이죠.
17세기 여러가지 관찰에 의해 다세포생물의 자연발생설은 부정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똑같은 고기를, 하나는 천으로 막아 파리의 접근을 막는다면 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 이후에도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은 계속되었지만, 그마저도 19세기 다음과 같은 파스퇴르의 실험에 의해 부정되었습니다.


그 이후 생명체는 생명체로부터 유래한다는 생물속생설(biogenesis)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지금 소위 '창조과학회'에서는 이 생물속생설을 가지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의 고질병이지만, 그들은 진짜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자들의 진화론'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서는 열심히 두들겨패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진화론은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는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일단 창조론 이야기 - '진화론'의 정의에서 썼던 것처럼 최초의 생명체를 진화론이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진화론(생물학)이 아닌 화학진화(화학)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비록 최초의 생명체를 창조주가 창조했다고 하더라도 진화론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진화론은 그 '최초의 생명체'가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물들로 분화한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화학진화는 왼쪽 그림처럼 '무생물에서 최초의 생물이 순식간에 탄생했다'고는 절대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무기물과 생명체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화학진화에서는 이 간극이 깊을 뿐이지, 절대로 건널 수 없는 간극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간극 사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도 알아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무기물에서 저분자유기물(메탄, 에탄올 등)이 되는 과정, 이들이 다시 중합해서 고분자유기물이 되는 과정, 또한 고분자유기물에서 자기복제분자(RNA 등)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다만 그 장소가 바다의 원시스프냐 열수공이냐 아니면 우주의 성간물질이냐를 연구중일 뿐이죠.

파스퇴르가 부정한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은 완전한 무생물에서 한순간에 완전한 생물이 튀어나온다는 이론일 뿐입니다.
화학진화는 무기물에서 생명체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를 거쳐 서서히 생물체로 변화한다는 이론입니다.


* 과거에는 생물과 무생물을 나누기가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그 경계를 나누기가 너무나 모호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생물과 무생물이 확실하게 구분된 것이 아니라 '무생물 - 약한 생명성 - 강한 생명성 - 생명체'의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창조론 이야기 - 이론과 법칙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창조론자들은 '법칙'에 대해 커다란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열역학 제 2 법칙은 완전한 진리이다. 그러므로 열역학 제 2 법칙을 위반하는 진화론은 거짓이다'
'진화론은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기에 이론이다. 진화론이 완전히 증명되었다면 진화법칙이 될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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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솔의 법칙을 만들었습니다. 참솔의 법칙이란 간단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이것입니다.
과연 이 법칙이 완전한 진리일까요?
어, 그런데 저기 하늘을 떠다니는 헬륨풍선이 있네요. 저 헬륨풍선은 참솔의 법칙에 어긋나는군요.
이럴 경우, 법칙은 자신의 완벽성을 위해 조건을 추가해서 예외를 과감하게 배제해 버립니다. 즉 참솔의 법칙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의 경우,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나 새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군요. 조건을 다시 추가해야겠군요.
공기보다 무겁고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는 물체의 경우,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결국 참솔의 법칙에서 모든 물체란 사실 공기보다 무겁고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는 모든 물체란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법칙은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모든 예외상황을 배제한 이론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에서도 언급했지만, 보일 샬의 법칙은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이상기체일 경우로만 조건을 제한합니다. 그 때문에 이상기체가 아닌 일반 기체일 경우에는 보일 샬의 법칙을 정확하게 따르지 않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역시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점질량 - 모든 질량이 그 물체의 무게중심에 집중되어 있을 경우로만 조건을 제한하죠. 두 물체가 충분히 멀리 있을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지구 땅 속을 파고 들어간다거나 해서 너무 가까와지면 오차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지구 중심으로 파고들어갈 때,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중력이 ∞로 계속 증가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0으로 계속 감소합니다.
창조론자들이 좋아하는 열역학 제 2 법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때의 조건은 고립계 - 외부와 물질과 에너지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서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고립계라고 해서 또 반드시 열역학 제 2 법칙이 모든 곳에서 성립하는 것도 아니죠.
태양계 전체가 고립계라고(실제로는 고립계가 아니지만)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태양계를 다음 그림과 같이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영역과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영역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는 태양에서 지구로 흘러들기에 이 두 영역은 고립계가 아니죠. 따라서 태양계 전체가 아닌 이 두 영역에는 열역학 제 2 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즉 이 경우(태양계 전체가 고립계일 경우)에 열역학 제 2 법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태양계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이지 지구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가 아닙니다. 그리고

태양의 엔트로피 증가량 > 지구의 엔트로피 감소량

이기 때문에 태양계 전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은 맞죠. 즉 열역학 제 2법칙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칙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무데나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 법칙의 제한조건을 따져서 적용하지 않으면 열역학 제 2 법칙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등의 삽질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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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외상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합니다.
참솔의 이론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를 봅시다.
하늘에 헬륨풍선과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참솔의 이론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헬륨풍선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비행기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
라 설명합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론의 기본은
모든 생물체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입니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변화하지 않는 생물 같은 예외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모든 생물체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환경변화가 없고 선택압이 없으면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론과 법칙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진화론에서도 저런 잎벌레 같은 예외상황을 모두 배제해 버리면 진화 법칙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예외상황을 모두 설명하기 때문에 진화 이론(진화론)인 셈입니다.